가축위생방역 노동자 1천명이 파업을 벌이는 이유

가축 감염병 확산 막아온 노동자들, 열악한 처우에 신음 중

가축위생방역 노동자 1천여 명이 오는 20일부터 일주일간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 설립 10년여 만이다. 이들은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 전염병의 확산을 막고 예방하는 일을 해온 노동자들이다. 또한 도축 과정 중 부정한 육류가 소비자에게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노동과 세계 강현주 기자]

공공운수노조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지부는 18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기관의 정상적 운영과 현장 인력 충원,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 “국가방역시스템이 마비되고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강도 높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의 요구에는 국가방역 시스템 전면 개편과 노사정 협의회 구성도 있다.

노조는 이번 투쟁이 “우리의 열악한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는 투쟁”이며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와 가축 방역을 위해 가축위생방역 시스템 전면 개편을 요구하고 제도 개선의 틀을 만드는 투쟁”이라고 밝혔다.

앞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본부) 노사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임금 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4차례 본교섭과 6차례 실무교섭에도 정부 예산을 이유로 단 한 건의 접점이 만들어지지 않았고, 임금 교섭은 결렬됐다. 이후 중노동위원회는 조정 중지를 결정했고,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7.2%(조합원 925명 중 891명)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을 결정했다.

96% 무기계약직, 빈번한 사고, 인력 부족, 낮은 임금

본부는 전체 정원 95.7%를 무기계약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9개 도본부 45개 사무소를 운영하는데, 전체 정원 1274명 중 정규직은 55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무기계약직이다. 노조는 “최일선에서 현장 업무를 수행하는 방역직, 위생직, 검역직, 예찰직 1219명은 무기계약직인 기형적 구조”라며 “가축 질병의 지속적 발생으로 사업이 확대 중이지만 사업 대비 사업관리 인력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현장 인력을 파견 운영해 현장은 업무 과중과 사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업무 중 사고도 빈번하다. 본부의 정원 대비 사고 비율은 지난해 기준 4.0%이다. 2020년 기준 한국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사업장의 요양재해자는 0.57%인데, 이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업무 중 사고는 대부분 소에 받히거나 주삿바늘에 찔리면서 발생했다.

더구나 업무량은 꾸준히 늘었지만, 인력충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2019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 발생과 매년 겨울철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업무량은 폭증했지만, 현장 방역 및 예찰 업무 인력은 단 한 명도 충원되지 않았다”라며 “모든 업무를 기존 인력이 떠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조건이 열악하다는 것은 이직률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3년간 이직한 방역사는 13.9%(69명)에 달한다. 이는 고용노동통계의 상용 노동자 이직률인 2.2%(2021년 기준)보다 높다. 이들이 일터를 떠나는 이유 중에는 낮은 임금 문제도 있다. 방역·위생 업무의 경우 업무 특성상 전문성과 숙련도가 요구되지만,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평균인 3천65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3천570만 원을 받고 있다.

"네 기관 중 우리의 소속은 어디인가"

특히 예산이 국비 60%, 지방비 40% 구조로 운영되면서 악성 가축전염병 발생 시 신속한 방역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긴급 상황 발생 시 지역을 넘나드는 가축방역 및 검사가 이뤄져야 하지만 지방비 보조금으로 옴짝달싹을 못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노조는 “충남 소재 도축장에 결원이 발생해 대전 소재 도축장에 일하던 노동자를 파견했다. 그러자 대전에서는 지급된 보조금 반납을 통보했다”라며 국가에서 책임지는 방역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11년 차 방역사인 한 조합원은 “잘못된 인건비 구조에서 농식품부와 지자체가 서로 방역사들을 자신들의 머슴처럼 부려먹기만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 즉 동물위생시험소 등에도 채혈 검사를 할 수 있는 수의사들이 있지만, 농식품부나 도청에서 각종 채혈 업무를 시달할 때 방역사들에게 채혈 업무 협조를 하라고 내려온다”라며 “말이 협조지 결국 모든 채혈 업무는 고스란히 방역사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사원 대표로 발언에 나선 한 조합원도 노동자들의 소속이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도축검사원의 실질적 소속이 어디인가. 식약처, 농림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지자체. 이 네 기관이 다 연계돼 있으나 우리 소속이 어딘지는 알 수 없다. 이 기관들이 우리를 마음대로 사용, 이용할 뿐, 우리를 대변하는 기관은 없다”라며 정부에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사람으로 우리를 봐주길 원한다”라고 했다.

한편 파업에는 전국의 본부 방역사, 축산물을 검사하는 검사원, 축산농가 대상 전화 점검을 하는 예찰원 등 1천여 명이 참여한다. 파업 기간은 오는 20일부터 27일까지다. 노조는 이번 파업 이후 사측과 정부에서 별다른 태도 변화가 없을 시 무기한 전면 총파업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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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돈형

    국민들에게 안전한 축산물을 제공하기 위한 중요한 일이지만 또한 힘들고 어려운 직업입니다
    방역 최전방에서 질병에 노출되어 위험하기도 합니다
    꼭 제대로 된 보상과 최소한의 안전이 지켜지길 바라겠습니다

  • 문경락

    검사원 대표로 발언에 나선 한 조합원도 노동자들의 소속이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도축검사원의 실질적 소속이 어디인가. 식약처, 농림부,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지자체. 이 네 기관이 다 연계돼 있으나 우리 소속이 어딘지는 알 수 없다. 이 기관들이 우리를 마음대로 사용, 이용할 뿐, 우리를 대변하는 기관은 없다”라며 정부에 “안전한 축산물을 생산하는 사람으로 우리를 봐주길 원한다”라고 했다.

  • 제발

    k가축방역의 숨은 주역들
    존경받아야 마땅한 그들을 정부는 외면한다.
    역시 나라를 위해 희생해봤자 남는건 비아냥뿐이다.
    마치 나라를 위해 싸워주신 국가유공자들 처럼..

  • 제발

    농림부, 기재부, 가축위생방역지원부 일반직들은 현장직들의 목소리를 듣고 처우 개선하라. 하는거 없이 본인들 배만 불리지말고. k가축방역이라 자화자찬같은거 할시간에 현장직 처우나 개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