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17년 17년 동안 조선일보 신입 공채 합격자 232명 가운데 SKY 출신은 모두 187명으로 81%에 달했다. 서울대 출신만 109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7%였다. 이 가운데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온 합격자가 24명으로 유독 많았다.(미디어오늘 2018년 7월12일 ‘조선일보 입사기자 2명 중 1명은 서울대 출신’)
이 기사에서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 한 중견 언론인은 “과 수석을 했더니 방일영문화재단에서 장학금을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거절했다. 그런데 방일영문화재단이 제안한 특전 중 하나가 조선일보 입사였다”고 말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이 모두 조선일보에 입사하는 건 아니다. ‘서울대 정치학과’ 출신의 송주명 한신대 교수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을 지내며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주의 발전에 앞장서며 좀 색다른 길을 걸어왔다. 2010년부터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과 함께 경기도 혁신학교추진위원장, 창의지성교육추진단장으로 활동하며 혁신교육의 토대를 설계하고 집행했던 송 교수가 자신의 교육개혁 철학을 담은 ‘대전환시대 공교육대혁명’(진인진, 2022.2. 219쪽)을 내놨다.
김상곤 전 교육부총리는 추천사에서 송 교수를 “제가 경기도교육감시절 혁신교육의 방향과 기틀을 함께 설계하고 실천해왔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김 전 부총리가 앞서 간 길을 따라 한신대 교수와 민교협 의장을 역임했다.
송 교수는 이 책에서 한국 교육을 “신자유주의적 경쟁 속에 교육 격차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고교 진학률 100%라는 화려함 뒤로는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탈학교 청소년이 전국에 42만 명에 달하고, 지난해 한 해에만 초중고에서 학업을 중단한 학생이 3만 2027명에 이른다.(50쪽)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더해지며 숨어 있던 교육불평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SKY 대학생 중 9~10분위 고소득층 자녀가 46%였다. 최고소득층인 10분위 출신은 30%에 달해 부와 사회적 지위의 ‘대물림’이 드라마 ‘SKY캐슬’ 속 허구가 아닌 현실이다.(62쪽)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환경위기 대응도 우리 교육의 당면 과제다.(65쪽) 그러나 중고교 환경과목 선택률은 2007년 20.6%에서 2018년 8.4%로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09년 이후 환경교육교사 신규 임용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환경 과목을 택한 학교의 79%에서 환경과 무관한 교사가 환경수업을 하고 있다.(66쪽)
송 교수는 교육부와 교육청이 시대적 요구에 맞춰 여러 지침을 학교로 내려보내지만 현장의 역동성을 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교육청이 학교로 과제를 제시하면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책임지지 않으려고 공무직에게 넘기려 한다. 공무직은 업무에 권한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아, 넘어온 일에 반응적으로만 대응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학교현장에는 점점 피로도가 쌓여 교원과 공무원, 공무직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는 상황에 돼 버린다. 결국 교육부와 교육청이 학교로 각종 지침을 내려보내지만, 현장의 역동성을 전혀 이끌어내지 못하는 불통의 일방 교육정책이 돼 버렸다.”(67쪽)
송 교수는 세계 최대의 사교육비 문제를 좀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단순히 사교육비 규모가 큰 것만이 아니라 지역별, 계층별 사교육비 차이가 크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서울 시민 1인당 사교육비 지출은 45만 1천 원인데, 전남은 18만 1천 원으로 2.5배나 차이가 난다. 월 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3만 9천 원인데, 200만원 미만 가구는 10만 4천 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더 큰 문제는 OECD 국가 대부분에서 사교육 참여비율이 극히 낮고, 참여하더라도 주로 학업이 뒤쳐진 학생들 보완 차원에서 이루어지는데 반해 우리는 공부 잘 할수록 사교육을 더 많이 받는다.”(79쪽)
과학기술에 의존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학교 교육에 그대로 유입되는 것도 우려했다. “에듀테크 선진국인 미국 캔자스 주는 실리콘밸리에서 개발한 디지털교육 프로그램 ‘서밋러닝’을 도입했다가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큰 반발에 부딪혔다. ‘서밋러닝’은 마크 저커버그 부부가 자금을 지원해 페이스북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플랫폼에서 작동하는 공립학교 저소득층 학생을 위한 온라인 ‘맞춤형 학습’ 프로그램이다. 도입 후 학생들은 두통, 손저림, 스트레스 등 신체 이상증세를 호소했다. 캔자스 한 학교에선 학부모 77%와 학생 80%가 이 프로그램을 강하게 우려했다. 지나친 디지털 의존은 학생들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해친다. 학생들 삶이 에듀테크 때문에 파괴되지 않도록 숙고해야 한다.”(106~107쪽)
송 교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늘어나는 학교 돌봄도 지금처럼 양적 확대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학교는 돌봄이 절실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학교돌봄을 폭넓게 제공해야 한다. 교육과 복지의 결합지점인 돌봄은 향후 다음과 같이 진화해야 한다. 첫째 돌봄은 공공적 성격을 강화하고 질적 수준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규 교사와 전문가의 결합이 필요하다. 둘째 ‘7시 책임 돌봄’을 전면화하고, 야간돌봄교실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공무직 전일제 전담사와 학교관리자 중심으로 돌봄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120~121쪽)
송 교수는 “학교돌봄의 교육적 위상과 관리, 거버넌스 구조는 명확히 정비돼야 한다. 첫째 전일제를 체계적으로 확대하고, 둘째 돌봄전담사 중심의 행정지원체제를 보다 명확히 구축해야 한다”라며 “논란을 야기하던 관리자-담당교사-돌봄전담사로 이뤄지던 행정체계를 지양하고, 돌봄전담사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규정하고 초등돌봄교실의 독립적 운영 및 관리체제를 앞당겨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초등돌봄 수요는 계속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돌봄을 교육적 철학적 관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는 거다.(158쪽)
끝으로 송 교수는 “2018년 기준으로 학교급식 조리노동자 1명이 평균 130~150명의 급식을 책임진다. 반면 서울대병원 등 12개 공공기관 조리인력 1명당 급식인원은 65.9명으로 학교 급식실 노동강도가 2배나 높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바벨탑 같은 세계 최고의 한국 학교 급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