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농성장 ‘술판’으로 둔갑시킨 언론사들, 정정보도 나선다

문화일보, 뉴스1 등 언중위 조정에서 정정보도문 게재 합의…조선닷컴은 조정 불성립

쿠팡물류센터지회가 쿠팡 본사 1층에서 대낮부터 술판을 벌였다고 보도한 언론사들이 해당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내거나 삭제하기로 했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결과로, 앞서 쿠팡물류센터의 상급단체 공공운수노조는 허위보도를 한 6개 언론사를 상대로 기사 삭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신청한 바 있다.


3일 언론중재위원회(언론중재위)의 조정에 따르면 문화일보, 뉴스1, 세계비즈는 정정보도문 게재에 합의했다. 한경닷컴과 인터넷 중앙일보는 기사 삭제 취지로 언론중재위의 직권조정결정이 내려졌다. 신청인, 피신청인 모두 결정문 도달로부터 7일 이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직권조정결정이 확정된다. 반면 당사자들이 결정문을 받고 7일 이내에 이의를 신청하면, 직권조정결정의 효력은 상실된다. 조선닷컴의 경우 정정보도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조정이 불성립됐다.

김민경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다수의 언론사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취재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고,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조합원들이 쿠팡 로비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확인되지 않아 기사 삭제 및 정정보도문 게재에 합의했다"라며 "다만 조정이 불성립된 조선일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쿠팡물류센터지회에 대한 음해성 기사는 한경닷컴의 단독 보도(2022.06.30. [단독] 쿠팡 노조, 본사 점거하고 대낮부터 술판 벌였다)를 시작으로 확대됐다. 이후 보수언론을 통해 빠르게 전파됐고, 노조의 해명과 삭제 요구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쓴 기사가 계속 전시됐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농성’이라는 이름으로 ‘술판’을 벌이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됐고, 이는 나아가 쿠팡 본사와의 교섭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공운수노조는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 사유를 밝힌 글에서 “한경닷컴 기사가 게시된 당일 저녁, 돌연 쿠팡 측은 지회에 교섭 결렬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라며 “‘술판’이라는 자극적인 허위 사실을 앞세운 기사들이 대화를 통한 단체교섭 및 노사 갈등 해결의 걸림돌이 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 등의 고소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회는 악성 허위보도에 대해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라고 추가적 피해에 대해 호소했다.

조선닷컴, 인터넷 중앙일보, 뉴스1, 문화일보는 공공운수노조가 허위보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문제를 제기하자, ‘술판을 벌였다’는 핵심 내용을 슬그머니 삭제하기도 했다. 기사 수정 내역을 알 수 없어 독자들은 애초 문제 있는 기사임을 인지하기 어려웠고, ‘아니면 말고’ 식의 보도 행태로 언론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비판이 컸다.

“노조혐오와 가짜뉴스 생산…언론사 범주 넘어선 민주주의 파괴 행위”


이날 언론중재위의 조정 전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쿠팡대책위)는 언론중재위가 있는 서울 프레스센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혐오와 가짜뉴스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언론사를 규탄했다.

이들은 “위 기사들은 그 자체로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하고, 언론윤리 헌장을 위반했으며, 대화를 통해 헌법상 보장되는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하려는 지회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라며 “또한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유한회사 등의 고소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회는 악성 허위보도에 대해 수사기관에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라고 언중위의 적극적인 인용을 촉구했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지회장은 “태생적으로 노동과 자본을 바라보는 시각이 기울어져 있고, 현재의 시장 질서상 자본이 노동보다 절대 우위에 있는 것이 현실이더라도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져야 한다”라며 “고의적이고 악의적으로 생산하는 허위 주장과 정보로 여론을 왜곡시키는 행위는 언론의 범주를 넘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선일보 기자가 직접 4시간 노동하고 물류센터 노동의 고됨을 고백했다. 조금이라도 언론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낀다면, 이런 숨 가쁜 노동을 매일 이어 나가는 모든 노동자에게 미안함을 느껴야 할 것”이라며 “전국 3만 5천여 쿠팡물류센터 노동자 앞에 머리 숙여 사과하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효 쿠팡물류센터지회 인천부분회장도 허위 보도로 인한 피해가 선량한 시민에까지 미쳤다고 토로했다. 최효 부분회장은 “커피와 츄러스를 사다 준 게 제 친구다. 빗길을 뚫고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음식을 전달해 준 이유는 그만큼 노동조합의 승리를 바랐기 때문이다”라며 “며칠 뒤 친구가 사다 준 캔커피는 캔맥주로 둔갑해 있었다. 마치 눈 뜨고 벼락을 맞는 기분이었다”라고 한경닷컴이 처음 기사를 냈을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친구는 자신 때문에 농성 투쟁이 사방에서 공격받고 저까지 곤란하게 했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지만, 잘못은 사실확인도 하지 않고 거짓 정보를 보도한 한국경제에 있다”라며 “(한경닷컴은) 허위 기사를 당장 삭제하고 당사자에 사과하라”라고 요구했다.

장혜진 쿠팡대책위 법률팀장은 “족벌 언론의 인식이 ‘노조혐오’ 수준이라는 것은 만인이 아는 사실이지만 아무리 노조가 밉다 한들 허위조작정보까지 ‘생산’하는 단계라면 과연 언론이 맞는지를 되묻게 된다”라며 “혐오를 조장할 때 미디어는 흉기가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언론중재 조정신청을 필두로 6개 언론사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 대응과 사회적으로 여론을 만들고 규탄하는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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