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쓰레기 버리듯’ 내친 민간위탁 노동자들

[이슈] 15개월 동안 행정 고문 당하고 공문 한 장으로 계약 해지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올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첫 ‘4선 서울시장’ 타이틀을 쥐게 된 오세훈 서울시장. 같은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2년 만에 서울시의회 다수당 탈환에 성공했다. 오 시장의 시정 운영이 날개를 단 순간이다. 오 시장은 눈엣가시를 제거하듯 전임 시장이 확대한 민관협치와 시민사회의 흔적들을 지우고 있다. 예산을 삭감하고, 민간위탁 사업을 중단하고, 협의 없이 기관을 통폐합하고,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논의를 중단했다. 노동개악, 구조조정을 앞둔 서울시 노동자들이 지난 10월 13일 서울시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한 이유다. 가장 꺼릴 것이 없는 불도저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곳이 민간위탁 사업 영역이다. 지난 9월 말, 서울시로부터 공문 한 장으로 위탁계약 종료를 통보받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이대로 가다간 오는 12월 31일부로 전원이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여있다.

“오세훈 시장이 우리를 쓰레기 버리듯 버렸습니다. 쓰레기를 버릴 때도 순서와 방법이 있는데 이건 무단 투기입니다. 서울시가 원해서, 서울시에 의해, 서울시를 위해 일하는, 서울시의 기관인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위탁 종료 공문 하나 달랑 보내 무단투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오세훈 시장님, 이러려고 시장이 되셨습니까? 멀쩡히 일 잘하고 있는 기관을 없애고 그곳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해고하려고 시장이 되셨냐구요.”

  지난 11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 민간위탁 사업폐지 구조조정 저지 결의대회’에서 결의대회 참가자들이 오세훈 시장과의 대화를 요구하며 시청으로 향하자 경찰들이 막아섰다.

11월 17일 최리윤정 씨의 목소리가 서울시청 앞 동편 마당에 울려 퍼졌다. 이 이야기의 청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되어야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오 시장에게 직접 닿지 못한다. 시청을 둘러싼 펜스, 그리고 펜스 앞에선 경찰이 그의 목소리를 이중으로 막고 있다. 경찰은 오 시장을 만나야겠다는 노동자들을 채증하고, 그들이 정해진 집회 장소를 벗어나 불법 시위를 하고 있다며 해산을 명령한다. 그럼에도 최리윤정 씨는 마이크를 놓지 않는다.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에서 일하는 그는 얼마 전까지도 서울시청 본관 7층에서 일을 해왔다며, 한때 업무 공간이었던 서울시청을 향해 분노를 쏟아냈다.

오세훈 시장이 보궐선거에 당선된 후 18개월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이 고꾸라지고, 유례없는 다섯 차례의 감사에 시달리고, 사업 규모와 함께 인력이 축소되다, 결국 ‘위탁계약 종료’ 통보까지 받아든 고난의 시간이었다. 2012년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면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마을공동체종합지원 센터는 광역 단위의 중간 지원조직으로, 행정과 민간 사이에서 정책의 이해도를 높이고 상호소통을 원활히 지원하려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주로 마을 · 자치정책 연구와 홍보, 마을 공동체 교육과 자치구 마을·자치센터 지원 등을 주관해 왔는데 마을미디어 같은 사업들을 처음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은 올해로 딱 10주년을 맞이해, 지난 성과들을 되돌아보고 이를 디딤돌 삼아 새로운 사업을 모색하는 시기가 돼야 했지만, 지금 서울시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노동자 30명이 마주하고 있는 건 해고다. 노동자들은 대체 어떤 이유로 사업을 중단했는지, 민간위탁사업 종료의 절차는 왜 이렇게 일방적인지 오세훈 시장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언론부터 나서 전임 시장의 흔적 지우기, 시민운동과 노동에 배타적인 그의 정치적 입장 등의 분석을 내놨지만, 30명의 일자리를 그런 이유로 없앨 순 없는 것이었다. 더불어 서울시의 다른 민간위탁기관에서 일하는 노동자 1만 명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부서울마을센터분회(이하 서울마을센터분회) 조합원인 최리윤정 씨는 “정원 30명이라는 말의 30은 그냥 숫자에 불과하지 않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일하고 싶어한다. 우리는 위탁 종료라는 한마디로 정리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며 고용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시청 앞 천막농성장. 공공기관 인력감축과 민간위탁기관 구조조정 등을 겪고 있는 유관 사업장들이 모여 지난 10월 13일부터 농성을 시작했다.

고용보장 없는 위탁 계약 해지, 약자에 대한 ‘만행’

서울시는 현재 8개에 이르는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사업 중단을 밝힌 민간위탁기관은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외에도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있다. 이들은 올 해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위탁 계약이 해지된다. 예산을 대폭 감축하는 식의 구조조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울노동권익센터, 전태일기념관, 감정노동지원센터, 자치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 강북노동자복지관 등에 대한 예산 삭감안을 시의회에 제출했다. 적게는 14%에서 많게는 50%까지 삭감된 예산안이 의결될 경우 정상적인 사업 운영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서울혁신센터의 경우 올해 예산 삭감에 이어 2023년 말 사업 중단이 예고됐다. 대부분의 기관은 서울시에 특화된 사업을 진행했던 기관들로, 서울시 위탁 사업이 없어지면 폐지 수순을 밟는 기관들이다. 이 기관들에서 서울시를 위해 일해왔던 노동자들 역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서울시는 이 같은 고용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이는 노동자와 수탁기관과의 문제라며 ‘시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간접고용을 이용해 ‘진짜 사용자’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서울시의 이러한 행태가 이윤에 눈이 먼 사기업의 행태와 다르지 않아 노동자들은 기가 막힐 뿐이다. 특히나 이런 기관들이 수행하던 사업이 취약층, 소외계층, 노동자들을 위한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오세훈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구호는 진정성을 의심받으며, ‘약자에 대한 만행’이라는 조롱까지 사고 있다.

서울시가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내세운 근거는 효율이다. 서울시는 지난 8월 8일 민간위탁사업 구조조정 이유에 대해 중복 사업과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민간위탁의 적정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관행적이고 반복적인 민간위탁을 막겠다”며 “앞으로 50여 개 민간위탁 사업에 대해 운영방식 전환이나 통폐합, 사업 종료 등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해에도 30건의 민간위탁 사업을 구조조정한 바 있다.

15개월 동안 진행된 다섯 차례의 감사 · 평가,
재수탁 문제없다는 결론에도 기관폐지 일방적으로 통보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위탁 계약 종료에 대해선 명분도 없고, 절차상의 하자도 많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우선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민간위탁기관에 대한 정기적인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지 않았다. 민간위탁 평가체계는 매년 실시하는 지도· 점검과 계약기간 내에 실시하는 종합성과평가의 이원화된 체계로 운영된다. 지도· 점검은 모든 수탁기관을 대상으로 위탁사업의 주관부서가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게 되고, 위탁사무 전반에 관한 사항을 점검한다. 종합성과평가는 위탁사업 종료 6개월 이전에 재수탁 자격을 심사하는 종합적인 평가로, 결과가 불량(전체 배점의 60% 미만)하면 해당 수탁기관이 재계약 절차에서 배제될 만큼 중요한 평가다.

올해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종합성과평가에서 79.82점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엔 86.34점으로 우수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평가 점수는 재위탁 자격을 유지하는 수준이지만, 서울마을센터분회는 지난해부터 쉬지 않고 진행된 평가와 감사라는 행정업무를 감당하느라 심각한 수준의 소모가 있었으며, 이 때문에 고유 업무가 마비된 탓이라 설명했다. 종합성과평가 2회, 회계감사 2회, 특정감사 1회가 15개월 안에 진행됐다. 종합성과평가 같은 것은 직원들 모두가 동원돼 3개월을 쥐어짜야 준비가 가능한 것이었다. 행정적 소모가 심하므로 민간위탁 관리 지침으로도 종합성과평가와 감사를 같은 해에 할 수 없게 돼 있었는데, 시의회에서 이를 지적하자 서울시는 민간위탁 관리 지침을 바꿔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민간위탁 관리지침’의 ‘종합성과평가와 특정 감사 중복 시 업무부담 경감을 위해 특정 감사를 다음 해로 유예’한다는 규정에 ‘시 감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같은 해에도 특정 감사를 실시할 수 있음’이라는 문구를 추가한 것이다. 이쯤 되면 노골적인 기관 괴롭히기다.

“서울시가 특정감사로 문제 삼으려고 했던 것도 방어했거든요. 이 특정감사는 저희 기관에 대한 감사가 아니라 마을공동체 사업에 대한 실태 조사 성격을 가진 감사였어요. 이 사업은 민관 협력 사업이니까 서울시 해당 부서의 징계도 가능했어요. 어쨌든 이 감사를 통해 저희 기관이 12건의 경징계 조치를 받았지만, 문제 해결 보고서를 2개월 안에 제출하면서 서울시의 공격을 방어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평가와 감사는 재위탁 자격을 없앨 근거가 되지 못했고, 그렇다면 기관을 폐지할 만한 사유가 없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9월 30일 일방적으로 기관폐지 통보가 오더라고요. 기관의 폐지가 사실상 행정의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무리스럽고 일방적인 경우는 처음 봐요.”

손병호 서울마을센터분회 분회장은 올해 벌어진 일들에 대해 오세훈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신감과 함께 정치적 힘을 얻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서울시엔 총 425개의 행정동이 있는데 오세훈 시장은 모든 행정동에서 당시 민주당 소속 송영길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결의대회에서 발언 중인 손병호 서울마을센터분회 분회장. 박다솔 기자

손 분회장은 “지난 8월 진행된 서울시 조직 개편으로 오세훈 시장표 서울시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가 걸렸다. 어느 부서는 키우고, 어느 부서는 축소하면서 강조하는 사업이 확 보이는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소관 부서가 이때 없어졌다”라며 “새롭게 행정국 자치행정과자치팀에 배치됐는데 한 달 뒤인 9월, 주무관 선에서 기관폐지를 통보해왔다”라고 일련의 흐름을 짚었다. 오세훈 시장 보궐선거 당선 뒤부터 센터의 사업들은 오 시장과 보수 언론의 주도로 도마 위에 올라 끊임없이 공격당하고 있었다. 서울마을센터분회가 매일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를 다룬 기사들을 모으고, 악의적인 보도에 대해 대응을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오 시장은 지난 10년간 서울시가 시민단체의 ‘전용 ATM기로 전락’했으며 이들 단체에 세수 1조 원이 들어갔고, 전임 시장이 시민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놔 당장 시정조치도 힘든 상황이라며 여론전을 시작했다. 시민단체나 일부 언론이 오 시장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자료나 근거를 요구했는데 이러한 해명 요구는 오 시장이 연신 쏟아내는 다른 공격에 묻히기 일쑤였다. 그럼에도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체계적인 대응을 위해 노력했다.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한 뒤 상황의 심각성을 5단계로 나눠 후속 대응에 나섰다. 관심단계, 주의단계, 적극대응단계, 강력 대응단계, 비상단계로 나누고, 작게는 설명자료 준비부터 크게는 법적대응까지, 단계별 담당까지 정해 센터에 대한 공격을 방어했다.

손 분회장은 “당시 보도들을 보면 기자가 마을자치센터에 찾아가서 텅 비어있는 사무실을 비춰주고, 주변 행인을 잡아 인터뷰한 다음 ‘(마을공동체 사업에) 동의하지 않아요’라는 답변을 얻는다. 전수 조사를 한 것도 아니고, 설문조사도 아닌데 이런 날조 기사를 근거로 행정이 움직였다”라며 “오보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사실을 바로 잡으려고 하고, 이를 위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도 했는데 역부족이었다. 정정보도가 나가더라도 초기의 피해를 회복하기 어려워 대응을 포기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강경한 서울시엔 강경한 투쟁으로

한편,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는 서울시와 싸우면서도 살아남기 위해 기관 축소까지 받아들였다. 일종의 유화적 조치였다. 올해 2월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의 예산은 전년 대비 31%가 삭감됐는데 센터장과 팀장 등 18명의 시니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하면서 자연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손 분회장은 다시 돌아간다면, 그리고 다른 민간위탁기관 노동자들에게 조언을 할 수 있다면 “씨알도 안 먹히는 화해 제스처는 취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관이 한발 물러서면 관계가 좋아질 것 같지만 그건 착각이다. 잘못된 것에 끝까지 저항하면서, 힘을 모아 투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마을센터분회는 지금 서울시에 재위탁을 통한 고용 안정 보장과 마을공동체지원조례 유지를 요구하며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업장들과 공동으로 싸우고 있다. 이들의 본부는 서울시청 앞 천막농성장이다. 아직 한파가 오기 전이건만, 농성장에 있노라면 뼛속까지 한기가 전해진다. 추위도 추위지만, 이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기에 새벽의 바람은 더욱 매섭게 느껴진다. 서울마을센터분회는 18명의 동료를 잃고 더욱 단단해졌다. 손 분회장은 자신들이 서울시 노동자들의 미래라고 말한다. 그래서 쉽게 물러날 수가 없고, 이 투쟁이 또 다른 투쟁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고 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처럼 죽음의 시나리오를 얘기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너희는 2개월 뒤에 특정감사를 받게 될 것이야, 너네는 내년 사업비를 월별 교부 받으면서 쪼이게 될 것이야, 너네는 내년에 삭감된 예산을 교부받게 될 것이야, 버텨보려 하겠지만 결국 기관은 폐지될 것이야(웃음). 그런데 죽음의 미래를 변화시키는 건 사실 투쟁밖에 없어요. 저희도 겪어봤잖아요. 화친이 답이 아니라는 값진 교훈을 얻었죠. 오세훈 시대를 사는 모든 민간위탁 노동자들이 각자 도생하지 않고, 함께 싸웠으면 좋겠어요. 노조에선 연대라고 하고, 저희가 쓰는 언어로는 공동체성이라고도 하는데요. 자발성을 갖고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주는 울림을 요새 느끼고 있어요. #오세훈_때문에1 힘든 시민들, 노동자들이 함께 해시태그 걸고 연대했으면 좋겠습니다.”

1. 11월 16일 서울시청 앞에서 열린 서울시 유관사업장 공동파업대회에서 쓰인 피켓의 문구다. 참가자들은 #오세훈_때문에 겪은 피해를 직접 적으며 오세훈 시장의 불통시정과 반노동적 정책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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