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 사악함과 악의 원인은 무엇인가

[하현의 미디어비평](1) - 서구인의 가치관의 변화

다음은 기독교 세계관과 윤리관에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7대 유혹으로 사악하다고 생각하고 강력하게 금하던 것이었다.

Lust (색욕)
Gluttony (대식, 폭식)
Avarice/Greed (탐욕)
Sloth (나태, 게으름)
Wrath/Anger (분노)
Envy (질투, 선망)
Pride (자부, 자만심)

Lust (색욕)는 강한 색욕으로 성적으로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현대에서 이 Lust는 인간의 자연스런 욕망으로 인정되어 빠지고 대신 21세기에 서구인들은 Adultery를 꼽았다.

Adultery는 간통을 의미한다. 그러나 서구에선 간통을 법적으로 규제대상으로 여기진 않는다. 대부분의 커플이 동거 상태에 있는 이들의 관계로 보아 Adultery란 말은 파트너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과 갖는 성관계를 부정한 성관계라 지칭하고 일컫는 의미로 쓰여진다.

Avarice 혹은 Greed는 지나친 탐욕을 의미한다. 욕심을 넘어선 탐욕은 지금도 이들은 죄의 원인이 되는 유혹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greed를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인력이라고 보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뉴욕의 월 스트릿이 배경이된 영화중 마이클 더글라스는 이렇게 말한다. "GREED is good," 적지 않은 사람들이 '탐욕'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으나 21세기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탐욕'을 사악함으로 꼽고 있다.

Sloth (나태, 게으름)은 4번째로 비중이 큰 것이었다. 노동을 해도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구시대에는 사실 나태나 게으름은 아주 큰 적이었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서 '여가'의 개념이 생기고 이것이 '여가문화'나 '홀리데이' 개념으로 형성되면서 사람들은 sloth가 때로는 절실하게 필요하고 그것이 아주 유용한 것이고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는 것은 인식하게 되어 21세기에는 긍정적인 개념을 바뀌었다.

Wrath/Anger 강한 분노와 성냄을 표현하는 이 개념도 21세기에선 사라지게 되었다. 정신의학에서도 때로는 성을 내고 자기의 분노를 적당히 표출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분노를 사실 속에 저장하고 있으면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다. 또 이 성정(性情)이 집단으로 표출되어 사회를 개혁하고 긍정적으로 바꾼 원동력이 되었다. 이제는 '분노'와 '성냄'이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그것을 관리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Envy (질투, 선망)도 아주 강하게 부정되고 금기시된 사악함의 하나였다. 봉건적이고 수직적인 계급 사회 구조 속에선 이 '질투'와 '선망'은 사람을 현실 속에 머무르지 못하고 망가지게 하는 마음의 작용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이젠 세상은 바뀌어 이 질투심과 선망을 이용하여 자기 인생의 발전과 경쟁의 원동력으로 삼고 있다. 영어의 표현중 envy란 이제 은근한 칭찬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하고 있다.

Pride (자부, 자만심)도 목록에서 사라졌다. 이제 자부심을 가지라고 격려하는 사회가 되었다. 이것은 전체를 지양하는 사회에서 개인이 존중되는 '개인사회'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럼 21 세기에 사악한 7대 유혹으로 꼽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은 21세기의 사악함으로 이끄는 유혹을 서양인들이 투표로 선정한 것이다. 아래의 조사는 영국의 유력한 언론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이다. 전통적인 7대 사악한 유혹에서 대부분이 바뀌고 유일하게 '탐욕 Greed'이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럼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살펴 보기로 하자.

21세기 7대 유혹

1. Cruelty (잔인성,냉혹함) 39%
2. Adultery (간통.부정한 성관계) 11%
3. Bigotry (편협, 고집불통) 8%
4. Dishoonesty (부정직) 7%
5. Hypocrisy (위선) 6%
6. Greed (탐욕) 6%
7. Selfishness (이기주의) 5%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잔인성(Cruelty)은 39%로 두 번째로 지적된 Adultery(간통. 부정한 성관계)가 11%에 비해서 그외 것이 대부분 10% 미만인데 비해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왜 '잔인성'이 21세기에 최고의 사악한 유혹으로 압도적 지지를 받고 선정된 것일까?

사실 아직도 군대에선 담대함이나 남자다움의 상징으로 이 '잔혹성'을 필요악으로 주입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제 인류는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관을 구축하고 인간과 생명에 대한 존귀를 최대의 덕으로 지향하고 '잔인성'과 '냉정함'을 최고의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선정된 것이 '간통'이다. 이것은 파트너나 배우자를 속이고 다른 사람과 성적인 관계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남성들은 전통적으로 선비의 주색잡기는 일종의 풍류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능력이 있는 남자는 여러 여자를 거느릴 수 있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관습은 오늘에 이어져 돈이 많고 능력이 있으면 바람은 좀 피워도 용납이 되는 사회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서구에선 배우자나 파트너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나 합의된 상태에서의 성관계는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지만 애인이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 성관계에 준하는 행위를 할 때는 아주 파렴치한 사람으로 규정해 왕따를 시키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사회적 배경에서 Adultery를 두 번째로 선정한 것이다.

Bigotry (편협, 고집불통)이 8%를 받고 세 번째로 선정된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것은 서구 사회구조가 개인사회로 이행되면서 최소한의 공동성을 필요로 함으로 사회적당위성에서 요구된 공동이익에 반대된 악으로 선정된 것으로 가늠되어진다. '편협'과 '고집'은 공동체의 사회의 해악적인 것이 틀림없다.

네 번째 역시 새로 선정된 것이 '부정직 dishonesty'이다. 투명한 사회와 공정한 경쟁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가치일 수밖에 없다.

다섯 번째, Hypocrisy (위선)이 선정되었다. 이중적인 모습은 사실 부정직의 연장된 개념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위선을 가장 큰 죄의 하나로 분류한 것은 다시 정직성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한국에선 아마 아주 '정직'하거나 '위선'적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시골에서 한 할머니가 딸에게 채소를 한 묶음 주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농약 안 치고 따로 재배한 거여."
농약을 안 치면 시장에 팔 수 있는 작물이 생산되지 않아 자기가 먹을 것과 남의 먹을 것을 따로 재배하는 이 시골할머니의 이중성은 오늘 우리 사회가 얼마나 위선적이고 부정직한지 잘 보여주는 지표일 수밖에 없다.

여섯 번째로 'Hypocrisy,위선'와 똑 같은 표를 받고 선정된 것이 '탐욕,greed'이다.
이 탐욕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자본주의의 근간이 되는 심리적 기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사악한 죄의 원인으로 분류하고 경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곱 번째로 선정된 것은 'Selfishness이기주의'이다. 개인주의를 지향하고 개인이 존중받는 사회에서 이 이기주의가 사악한 요인으로 선정된 것도 역시 흥미로운 사실이다. 올바른 개인주의 사회의 발전과 진정한 개인주의의 사회를 위해 공동적인 이익을 반대로 강조하고 편협함으로 흐르게 하지 않기 위해 'Bigotry 편협, 고집불통/8%'를 선정하고 이 'Selfishness이기주의'를 다시 강조하기 위해 선정한 것이다.

모든 사회는 항상 공동적인 이익과 선(善)을 추구하기 위해 도덕과 윤리를 맞게 설정한다. 이러한 이들의 21세기의 가치관은 내일 또 다시 바뀌게 될 것이 틀림없다.

잠시 한국의 상황을 보도록 하자. 불과 3세대 전에는 봉건 사회구조의 모럴과 가치관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이었고 두 세대 전에는 신사에 참배하며 일본의 가치관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이었다. 그리고 한 세대 전에는 우리 사회의 최고의 사악함과 악의 원인은 공산주의와 공산당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우리의 가장 반사회적인 죄를 꼽는 다면 과연 무엇이 될 것인가?
덧붙이는 말

하현 님은 브리티시기자협회 회원으로 현재 런던에서 미디어와 현대미술 강사 및 프리랜서 방송취재 기자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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