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월드컵을 상징하는 거대한 축구공 조형물 |
하지만 지난 몇 달간 독일에서는 ‘친구를 찾는 독일 손님들’이 걱정할 만한 일이 잇달아 일어났다. 신나치 극우파 청년들의 외국계 독일인 공격 사건이었다.
4월 부활절, 베를린에서 멀지 않은 포츠담에서 이디오피아 출신의 독일인이 극우파 청년 2명에게 집단구타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 며칠 뒤에는 토고 출신의 한 흑인이 집단 폭행을 당했고, 5월 들어서는 베를린에서 이탈리아인과 터키 출신의 독일 정치인이 욕설과 집단 구타로 병원 신세를 졌다.
사실, 독일의 신나치와 외국인 폭력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일 통일과 경제침체가 맞물린 1990년대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극우 세력과 그 폭력은 이미 고질적인 실업문제와 나란히 독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대변해 왔다.
▲ 반나치 시위대 |
이렇게 극우파의 외국인 폭력 문제가 연달아 언론을 장식하는 가운데, 최근 독일의 외국인 단체와 야당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에 속하는 일부 옛 동독 지방의 ‘외국인 위험지역’을 언급하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신나치 폭력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단호한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러자 정부측에서는 독일을 ‘외국인 혐오국가’로 과장한다고 받아치며 월드컵 때 외국인이 독일 ‘전역’을 여행하는 데는 어떤 문제도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 신나치 집회 |
물론, 독일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신나치 시위는 대부분 훨씬 많은 숫자의 반(反) 신나치 시위대를 불러모았다. 설사 월드컵 때 극우파들의 시위가 열린다해도, 이성에 반하는 신나치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다수 시민들이 극우파의 활보를 저지하기 위해 더 큰 시위대로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 극우파의 준동을 막아낼 근본적인 요소는 경찰 공권력이라기보다, 이성과 상식에 기댄 일반 시민들의 하나된 힘이기 때문이다.
▲ 신나치들은 '나치군대'를 공공연히 찬양한다 |
나아가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독일의 극우파 문제는, ‘월드컵 기간’에 극우파의 외국인 폭력을 잘 막아내는 차원을 넘어, 신나치라는 독일의 고질적인 병폐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정부의 솔선수범을 통한 전사회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각적으로 풀어나가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월드컵 ‘축제’보다 중요한 독일의 ‘숙제’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독일은 “모두가 안전하고 평화로운 축구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겠지만, 나치와 히틀러의 전쟁으로 세상을 불안에 떨게 한 ‘어제’를 기억나게 하는 신나치 문제라는 ‘오늘’의 숙제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