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힘있는 지도부의 출현을 고대한다

노동운동 발전전략 놓고 선의의 경쟁 펼치길

제5기 민주노총 임원 후보 등록이 마감되었다. 위원장, 사무총장 후보로 이석행-이용식, 양경규-김창근, 조희주-임두혁 등이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선관위가 5일 후보등록 확정 공고를 하면 후보들은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민주노총 대의원들은 1월 26일 대의원대회에서 임원을 선출한다.

제5기 민주노총 임원 선출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참여정부 집권 마지막 해에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된다. 주지하듯이 참여정부는 지난 3년간 비정규법 개악과 노사관계로드맵을 법제화하는 데 성공했다. 자본의 요구와 정부의 의지가 맞물려 치밀한 공작이 이루어진 결과이기도 하겠지만, 민주노조운동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측면도 짚어진 바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 선출된 민주노총의 지도부는 노사관계로드맵 후속 및 노동탄압에 맞설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가져야 한다.

비정규법안과 노사관계로드맵 후속 조치와 관련, 공익사업장 파업시 필수 유지업무 범위, 대체근로 허용의 범위, 파견업무의 확대, 차별의 기준 등이 쟁점으로 남아있다. 또 학습지교사, 화물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보호방안, 산재보험개혁방안, 고용서비스 선진화방안 등도 논란이 될 것이다. 더욱이 법안이 시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비정규직 해고가 잇따르고 있어 올해 고용불안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연시를 맞아 법원행정처의 계약직 민간 경비원 40여 명 사실상 해고, 광명시청의 일용직 광고물 단속노동자 2년 단위 계약직 재고용, 국립제주대학병원의 비정규직 73명 무기계약직 편입 등 비정규직 고용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비정규법안, 노사관계로드맵이 통과된 후 현장에서 노동유연화 흐름이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분위기다. 이번 민주노총 선거에서는 다른 무엇보다도 정규직,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의 문제를 해결할, 즉 현장에서 노동유연화에 맞서는 치밀한 대응 전략을 제시하는 지도부가 출현해야 한다.

07년-09년까지 3년 간 민주노조운동을 이끌 지도력을 뽑는다는 데서, 이 시기 정세가 주는 긴장은 각별하다. 07년 대선과 08년 총선은 신자유주의 지배분파들이 주도하는 권력재편 과정이 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진보운동이 어느만큼 정치적 입지를 확보할 것인가가 무척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 사회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한 민주노총의 역할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시기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이 민주노동당을 지지, 지원하는 것을 주된 정치적 역할로 했었다면, 향후 민주노총은 신자유주의 지배질서 재편과 신자유주의 정치의 반동성에 맞서는 지역, 현장, 부문의 구체적인 연대전략을 가져야 한다. 지난 해 평택 투쟁과 한미FTA 저지 과정에서 지역과 부문의 많은 사회구성원들이 저항과 연대의 대열에 나선바 있다.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진보연대(준) 출범 준비에 대해서는 곳곳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민주노총도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남북 현안에서 한반도 반제 평화 실현과 남북 노동자간 계급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실천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산별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민주노조운동에 있어 산별은 오랜 논쟁 과정을 거쳤다. 최근 통합금속노조에서는 '한시적 기업지부' 등을 둘러싸고 큰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산별노조는 업종 중심의 운동에서 지역 중심의 운동으로 전환하는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 요점은 무엇을 하는 산별인가 이다. 내외부의 노동자 분할 요인을 극복하고, 자본의 통제에 맞서는 현장 내부의 단결력을 갖는 문제는 누구나 강조하는 것처럼 선언과 구호가 아니다. 이는 노동운동발전전략 내지 노동자정치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는 문제와 연동된다. 산별 시대란 노동조합운동의 형식적 재편의 시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구성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자본 운동이 지역과 부문 할 것 없이 삶의 모든 부문에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다. 따라서 산별은 신자유주의에 저항하는 우리 사회구성원들과 지역에서 직접 소통하며, 한국 사회 진보를 위한 정치적 전망을 담는 노동운동의 큰 그릇을 만드는 문제이다. 이런 맥락에서 지금까지의 산별 논쟁 과정을 반추하고 향후 전망을 구체화해야 한다.

후보 등록 과정은 많은 뒷사연을 남기기 마련이다. 이번 등록 과정에서도 통합지도부 구성 제안, 직선체 추진 제기, 공개적 후보 선출을 위한 활동가대회 등 후보를 준비하는 캠프간에 크고작은 제안과 해프닝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쳐 자민통 또는 국민파로 회자되는 후보, 전진 또는 중앙파의 후보, 좌파 또는 현장파로 불리우는 후보가 나란히 입후보했다. 후보를 내지 않은 정파를 포함해서 각 정파들은 2007년 이후에도 민주노조운동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선거 운동 과정에서 각 캠프를 지원할 정파의 정책, 노선, 실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모두 노동운동발전전략을 놓고 수준 높은 경쟁을 펼쳐보여주길 바란다.

수많은 사람 고생시킨 노무현정권의 마지막 해, 지배분파 모두가 권력재편 준비에 돌입한 시기, 자본의 광풍을 잠재울 힘있는 지도부가 출현하기를 진정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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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국민들이 민주노총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아세요.
    군사정권 종식만으로 민주화는 완성되지 않았고, 민주노총이라는 민주라는 이름을 사이비로 쓰며, 폭력을 일삼는 패거리까지 종식시켜야 이 나라 민주주의가 완성된다고 보고 있다.
    너네가 글 쓰는 걸 보면 달나라에서 온 넘들같다
    씁새들아~~~

  • 국민

    어느 별 시민인데 국민 운운하나? 그냥 네 생각이라고 말해라. 국민이 어쩌네 저쩌네 하지 말고.

  • 국민2

    그래도 시민이 열심히 읽고 있으니 기특하지 않은가
    알바인지는 모르지만

  • 건설노동자

    조준호집행부와 뜻을 같이하는 전국회의와 혁신연대가 또다시 민주노총위원장 선거에 후보를 출마시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며,천만노동자계급을 기만시키는 일이다. 지난11월 조준호위원장은 구속을 각오하면서 비정규직법안과 노사관계선진화법안을 저지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그 약속은 공염불이 되었다.이런 조준호위원장의 야비한 행태와 뜻을 같이하는 전국회의와 혁신연대가 출마하는 것은 과거의 좌과를 하나도 반성하지 않은 일이다. 이수호위원장 시절 강승규수석부위원장의 비리사건을 물렀났던 이석행사무총장이 다시 위원장으로 출마하는 것은 민주노총의 혁신과 발전을 거부하는 일이다.비리사건으로 물렀던 집행부의 일원이었던 이석행은 과거를 반성하고,현장으로 하방하기 바란다.

  • 조합원

    평상시에는 무조건 투쟁투쟁만 외치다가 막상 총파업 투쟁을 결의하니까 현장에서 슬금슬금 뒤로 내빼던 인간들이 마치 민주노조사수 운운하며 역겹게 구는구나. 자칭 좌파 활동가라는 말하는 것들, 그리고 우원식과 야합한 단 거시기파들 모두 조합원들앞에 사죄해라. 역겨운 자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