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문화다

[고길섶의 쿠바이야기](4) - 까사 데 꿀뚜라


  산타 클라라 주 까사 데 꿀뚜라 지역센터ⓒ고길섶

나의 쿠바 문화연수에서 의외로 발견한 것이 바로 ‘까사 데 꿀뚜라’(Casa de Cultura)라는, 직역 그대로의 ‘문화의 집’이다. 쿠바 여행을 계획할 때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데, 쿠바에 와서‘까사 데 꿀뚜라’라는 것이 존재함을 알게 되어 이곳을 찾게 되었다. 까사 데 꿀뚜라는 외형적으로는 김대중 정부 때부터 나타난 한국의‘문화의 집’과 유사하나 실질적인 그 내용에 있어서는 상이하다. 까사 데 꿀뚜라는 1960년대 초 산크티 스피리티어스 주에 사는 극장연출가인 올가 알롱소라는 사람이 문화모임을 가지면서 시작되었다라는 이야기도 있는데, 어쨌든 혁명정부는 문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혁명 직후 까사 데 꿀뚜라를 전국적으로 조직하였다. 어떤 정치적 목적이 있었든간에 쿠바는 혁명 후 미국자본시장의 쓰레기장이라 할 수 있는 마약, 매춘, 카지노, 범죄 등 사회악을 일소시키는 한편 문화와 스포츠 등은 중점을 두고 육성하였다. 혁명정부는 지역마다 산골에서도 까사 데 꿀뚜라를 세워야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로 산골까지도 찾아다니며 공연행사를 한다.

현재는 전국 각 주에 주 센터와 지역 까사 데 꿀뚜라가 조직되어 있으며 매우 긴밀한 네트워크망을 형성하면서 지역 문화예술 활동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까사 데 꿀뚜라는 문학, 댄스, 연극, 영화, 음악, 미술, 축제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관장하며 지역 내의 전문가들과 정기적인 미팅을 통해 서로 협력하여 다양한 문화사업들을 계획, 실행하며 지역주민들의 문화적 욕구는 물론이고 문화예술적 참여의 폭을 넓히며 소통하는 지역 문화예술 활동(교습, 공연, 교육 등)의 중심거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재즈 페스티벌과 같은 문화예술축제들도 까사 데 꿀뚜라가 주관하여 조직한다고 한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산타 클라라 주의 거리 풍경ⓒ고길섶

내가 찾은 곳은 아바나에서 고속버스로 4시간 정도 소요되는 중부지역인 산타 클라라 주의 주 센터와 산타 클라라 시 까사 데 꿀뚜라였다. 이곳은 전국에서 가장 잘 운영된다고 하는 곳이며, 2003년 카스트로가 방문하여 그 자부심이 대단하다. 산타 클라라 시의 까사 데 꿀뚜라는 19개 구역의 구역 네트워크를 갖는데, 각 구역당 문화활동가 1인씩 참여하는 정기미팅이 있으며 이 미팅을 통해 활동계획과 조직, 지원 등에 대해 서로 소통하며 의견을 나누고 조정하거나 배치한다. 시 까사 데 꿀뚜라에서는 각 구역의 활동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미리 결정된 세부적인 계획과 일정을 통해 진행한다. 까사 데 꿀뚜라의 사업은 크게 사업의 계획 및 심의, 전문가 활동 준비조직, 대중매체 통한 홍보 등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까사 데 꿀뚜라의 지역소통망에의 참여방식이다. 까사 데 꿀뚜라는 지역문화공간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 공간의 성격은 주민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여 사회주의 국가체제라는 거시공간과 시민들의 문화생활이라는 미시공간 사이의 간극을 메꾸고 연결하는 매개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까사 데 꿀뚜라는 혁명가이며 시인이자 사상가인 호세 마르티의 정신을 이어받고자 한다. 그래서 까사 데 꿀뚜라의 활동과 관련하여 ‘호세 마르티 활동조직’이 조직되어 있을 정도이다. 호세 마르티는 쿠바에서 가장 내세우는 민족의 영웅인데, 그는“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은 문화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혁명을 계속 하도록 하는 것은 문화이며, 실제로 쿠바에서 혁명은 계속된다고 할 때 그 의미는 본래적 의미의 혁명성의 지속을 의미한다기보다 문화적 혁명의 지속을 말한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사회주의적으로 목적의식화된 혁명성이 아니라 마르티가 말한 바처럼 자유롭게 하는 것의 일상적 혁명이며, 따라서 사람들과의 일상적 욕망과 관계를 개선하는 혁명은 계속되는 것이다.




  산타 클라라 주 까사 데 꿀뚜라 지역센터를 방문하여...ⓒ고길섶

까사 데 꿀뚜라는 특히 공장, 병원, 감옥 등 지역사회 단위의 사회적 소수자들을 위한 찾아가는 문화공연을 정례화하면서 예술적 치유나 어려운 환경에 처한 당사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준다. 산타 클라라 시의 연극공연 담당자는 아이들이 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아이들에게 즐겁게 공연해주고 목요일마다 심장병원에서도 공연해준다고 한다. 에이즈환자, 청각장애자, 신체장애자 등도 주목하여 찾아다닌다. 특히 태양을 보면 안되는 광선과민증 환자가 구역에 5명이 있는데 이들을 위해 저녁과 새벽에 공연을 한다. 환자들은 공연을 보며 너무 즐거워하고 특히 어떤 환자의 경우 두 달을 지나고 나니 함께 공연을 한다고 한다.

공산당 지도원이면서 미술 부문의 한 전문가는 발 없는 어떤 여자의 그림 그리기를 지도했는데, 그녀는 나중에 미술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5살부터 14세까지 학생들의 미술적 잠재성을 발견하고 그 역량을 키워주는 교육을 한다. 당연히 9년을 아이들과 일관되게 함께 보내게 된다. 그러다보니 지속관찰을 통해 아이들마다의 고유한 색깔표현 방식을 알게 되고 심리적 변화를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어떤 아이의 경우 불안정한 그림을 그려 상황을 파악해보니 부모가 이혼한 환경에 처해졌음을 알게 되었고,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왔다는 사례도 있다. 음악전문가는 가령 어떤 사람이 거리에서 자기 노래를 부르는데 주변사람들이 지적하면 이를 수정하는데 도와준다. 사람들은 자기 재질에 따라 선택하여 커뮤니티 문화예술 활동을 한다. 까사 데 꿀뚜라 활동가들은 아이들이 모든 것을 다 잘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못하면 다른 재능이 있는지를 관찰하여 소질이 있는 분야를 발견하여 양성해준다.

  산타 클라라 주 까사 데 꿀뚜라 지역센터의 부관장인 셀리아 마리아 르라미레스와의 인터뷰 ⓒ고길섶

산타 클라라 주(시)의 카사 데 꿀뚜라 문화활동가들은 매우 친절하며 전문가들도 자기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전하려 했다. 애초 지역센터 관장인 로버트 망소가 인터뷰해준다고 했으나 내가 체류할 당시에는 부친이 위독한 상태에서 지역센터 일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매우 친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 각 주의 까사 데 꿀뚜라 센터 관장이면 상당한 권위를 갖는 위치를 갖는 듯 했다. 산타 클라라 주 까사 데 꿀뚜라 지역센터의 부관장인 셀리아 마리아 르라미레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사람들이 배우고 발전하기 위해서 까사 데 꿀뚜라가 생겼다. 노인들도 참가할 수 있다.
-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학교에서 가르치고 자기 공부가 덜 된 사람들은 배우면서 가르친다.
-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한 집단으로 모여 활동하는 장이 또한 호세 마르티 활동체이다.
- 공연, 뮤직, 미술, 무용 등의 전문가들이 학교와 사회단위에서 활동하고 학교에서는 재량있는 아이들을 발탁하여 자기개발을 하도록 한다.
- 우리는 우리의 것이 무엇이 있고 어떤 것인지를 다 알아보고 남의 것을 수용해야 한다. 이는 문화부 장관도 연설한 내용이다.
- 까사 데 꿀뚜라는 실제 수행할 수 있고 조직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프로그램 중심으로 조직하고 다른 지역과 교류한다. 산타 클라라의 까사 데 꿀뚜라는 전국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게 잘 한다.
- 국가에서는 예산지원을 해주는데, 필요한 것들을 계획하여 사전에 요청한다. 매해 매달 계획을 세워 수행하는데, 국가에서는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지원해준다.
- 쿠바사람들의 문화예술적 열정은 아마도 여러 인종들이 혼합하여 흐르는 피의 열정일 것이다. 쿠바 사람들은 일하면서도 음악을 듣고 당초 몸을 내버려두지 않는다.
- 까사 데 꿀뚜라는 혁명하면서 발전한다. 여러 다양한 방면으로 문화예술적 재능을 키우도록 한다.

쿠바의 까사 데 꿀뚜라는 실질적인 지역문화예술 총본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집단과 지역주민들 사이의 교량 역할을 세밀하게 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로서 조직되고 있는 매개공간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수백 개의 문화의 집을 설치하겠다던 정부가 작년 연말에 예산지원을 철회한다는 등 지역문화를 중시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발상이 말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면 각 지역주민들의 문화예술적 삶을 풍부하게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도 지역문화예술에 더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을 문화향수의 구경꾼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 함께 놀도록 하는 흥겨움이다.
덧붙이는 말

고길섶의 쿠바이야기는 부안21과 동시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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