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박래군의 꿈

생태,인권,여성주의,평화,노동.. 보편적 가치 실현 제안

박래군 인권활동가가 진보운동의 새로운 흐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본 지에 3회에 걸쳐 발표한 18쪽 분량의 글 '진보운동의 새로운 기획'을 통해, 새로운 진보운동이 대안세계가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하고,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운동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쓰고 있다. 박래군 인권활동가는 과거 암울한 군사정권 시절부터 인권의 사각 지대에서 출발, 우리 사회 인권 침해의 현장을 놓치지 않고 발로 뛰며 인권운동의 산증인으로 살아온 주체이다.

오늘날 인권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신자유주의 자본 공세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권 침해의 소지는 다시 커지는 추세다. 과거 인권이 절차적 민주주의 등 형식적인 측면에서조차 보장되지 않았다고 한다면, 오늘날 인권은 효율과 경쟁의 자본 논리가 사회구성원의 삶을 지배하고, 자본운동의 발전에 따른 삶과 생존에 대한 전반적 위협의 성격을 띠며 침해되고 있다. 강도와 결 모두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지난 10여 년 간 신자유주의 권력 재편과 자본운동이 전면화 되고, 이를 유지, 보장하기 위한 법제도의 대부분이 완성되면서, 인권 침해의 소지는 확산일로에 놓여 있다는 진단이다.

인권운동에 모든 삶을 투신해온 한 인권활동가가 인권운동의 영역을 넘어 진보운동 전체 과제를 제기하고 나선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박래군의 진보기획은 인권운동의 보편성이 진보운동 전체의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필연성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진보운동이 인권 실현이라는 본연의 실천 테제를 보다 구체화해야 할 시기에 도달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래군의 진보운동의 새로운 흐름의 필요성 제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 제안이 무엇보다 당위적이고 관성적인 운동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박래군의 진보기획은 한국사회 객관적 정세와 진보운동의 주체적 상황을 차분하게 짚는 가운데, 생태, 인권, 여성주의, 평화 등 진보의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려는 주체들이 연대하여 지역에서 굳건한 뿌리를 내려보자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다.

박래군은 정세를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총체적인 대결을 요구하고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의 군사적 대결이 고조되고 있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으며 △수구진영의 반동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올해 진보운동은 지금까지 미국-노무현 반대와 심판이라는 하나의 전선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 분쇄, 한반도 평화군축 실현이라는 두 개의 투쟁을 중심 축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보운동의 새로운 흐름은 근본적이고 타협적이지 않은 여러 운동, 즉 생태, 인권, 여성주의, 평화 운동과 기존의 민중운동, 시민운동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로 이어진다. 박래군은 이들 네 영역의 보편적인 가치들이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진보담론을 형성해낼 수 있다고 믿고 있으며, 현재 국면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부르는 끔찍한 파국에 대한 치열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박래군은 또 비폭력 불복종운동에서부터 저항권의 행사까지 합법과 비합법을 가로지르는 새로운 운동 방식을 고민하고, 한국사회 진보 과제 설정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전국적 네트워크 형성이라는 정치적, 조직적 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오늘날 한국의 진보운동은 목소리는 요란하나 우리 사회구성원의 삶과 가슴에까지 와닿는 감동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한국사회 진보운동을 단적으로 요약하는 것은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시민적 권위를 좀처럼 얻지 못하고, 한국진보연대(준)은 민중연대의 기초 정신조차 내동댕이치는 행보를 보였다. 시민운동은 참여정부 이후 정체성의 혼란을 거듭하며 위기에 처했고, 미래구상의 떳떳한 희망만들기도 신선한 새뜸으로 다가오지 않는 듯 하다. 더욱이 지난 시기 한국사회 진보운동의 기관차 역할을 자임해온 노동운동은 노동조합운동의 혁신 과제 실행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오늘날 한국사회 진보운동은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는 총체적이고 거시적인 대안 마련에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더욱이 07-08년 대선과 총선에 주먹구구식으로 올인하는 경향도 적지 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박래군의 진보기획이 주목되는 건 바로 이 시점에서 반자본의 지평을 넓히고, 전국의 보편적이고 급진적인 운동 주체들이 네트워크를 이루어, 새로운 진보 과제를 설정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생태, 인권, 여성주의, 평화 운동과 함께 노동운동 주체 모두가 진지하게 경청하고 받아들일 만 하다. 박래군의 꿈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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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이득재

    거시적이다 거시적인 비젼만으로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동운동+급진적신사회운동+네트워크+지역(수평성)....구체적인 모델은 없을까? 고민은 더 해야 할 일이지만

  • 안거시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는 것을 꿈꾸는 것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닐겁니다. 제시한 바가 가능하도록 필요한, 이룰수 있는 힘을, 모으자는 담론과 화두가 나와야 겠죠.

  • 나그네

    구체적인건 사람이 모여야 보이겠죠. 해봅시다. 일단 문제의식에는 동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