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미국은 꼼수를 버리고 대북 적대정책 먼저 포기하라

한반도 평화체제 성립 전제는 대북 적대정책 철회

비록 2.13 합의가 남북 노동자 민중의 정치 역량과 투쟁에 의해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지만 2. 13 합의가 실행된다면 그것은 분명 한(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괜찮은 조건이 마련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한(조선)반도의 정치군사적 긴장이 완화되는 것은 남북 노동자 민중에게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2. 13 합의가 후퇴하거나 표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이 같은 바람에도 불구하고 2. 13 합의는 매우 불안정하며 불완전하다. 무엇보다 2. 13 합의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했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데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2. 13 합의는 미국의 일시적 양보 또는 전술적 변화일 뿐 전략적 결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북은 끊임없이 미국에게 자신들에 대한 적대정책을 철회하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에 대한 북의 대응을 두고 마치 북이 능동적으로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는 것처럼 얘기되고 있지만 실은 북이 미국에 의해 늘 벼랑 끝으로 몰렸다는 것이 사태의 진실이다. 북으로서는 미국의 막무가내 식 태도 앞에서 양보한다는 것은 진짜 벼랑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밖에는 달리 생각하기 어렵다. 북이 그토록 완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2. 13 합의에 따른 초기 이행조치를 단 3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은 아직 그에 대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건 당연하다. 북이 초기 이행조치를 밟기 위한 미국의 사전 이행조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 13 합의는 북이 초기 이행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BDA 문제가 선결되어야 함을 전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BDA 문제를 그동안 뭉개왔거나 적당한 선에서 미봉하고자 했을 뿐이다. 물론 거기에는 미국이 자신이 놓은 덫에 자신이 걸리는, 즉 자충수에 빠져 있는 데서 비롯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

보도에 의하면 미국은 북이 에티오피아에 무기를 수출하는 것을 묵인했으며, 올 여름 대규모 군사훈련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왔다. 거기에 그 어떤 원칙이나 명분은 필요치 않다. 미국이 BDA 문제를 놓고 명분 어쩌구 하는 얘기는 가당치 않다. BDA는 9. 19 합의를 수포로 돌아가게 하는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미국은 당연히 BDA 문제를 일으킨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원상회복만으로는 책임을 다한다고 할 수 없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모든 보도는 마치 미국이 엄청난 양보를 하고 있으며, 이제 공은 북에게 넘어간 것처럼 말하고 있다. 예의 북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2. 13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그 모든 책임을 북에게 뒤집어씌울 태세이며 이도 모자라서 대규모 군사훈련 계획까지 흘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불법 거래의 증거가 있다면 그를 밝히든가 아니면 단순히 BDA 이전 상태가 아니라 북의 국제금융거래가 가능할 수 있는 조치까지를 취해야 한다. 심지어 불법 거래가 있었다하더라도 그것이 곧 국제금융거래 전체를 막을 수 있는 것인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물론 북이 자신의 판단에 따라 그 정도에서 물러선다면 그 또한 별개의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2. 13 합의가 당장 파탄 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 듯 하다. 날짜야 합의에 의해 충분히 조정이 가능한 사안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어 내는 일이다. 엉성한 미봉은 사태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북핵’의 평화적 해결과 한(조선)반도에서의 평화체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필요조건이 있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포기 또는 철회가 그것이다. 충분조건은 당연히 남북 그리고 전 세계 노동자 민중의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정치적 진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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