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고 있다. 겨울철 움츠렸던 생명들이 깨어날 시기다 된 것이다. 앞다투어 피어나는 꽃들, 새롭게 올라오는 연초록빛의 새싹들, 짝을 찾거나 멀리 번식지로 떠나기 위해 분주해진 새들의 몸짓과 소리들. 이를 보고 듣는 우리 사람들의 마음도 새로운 희망으로 가득해 진다.
이렇듯 경이로운 봄을 맞이해야 할 우리는 걱정과 근심으로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어 안타까운 마음 그지 없다. 그것은 바로 생명의 근원이자, 우리 국토의 근원, 그리고 우리 삶의 문화가 면면히 녹아있는 강이 파헤쳐질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다.
우리 국토는 그동안 산업화와 자본의 극대화, 그리고 현대인들의 경제가치 중심의 탐욕적이고 어리석은 삶으로 인해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수많은 산과 들, 갯벌, 바다, 어느 것 하나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없고, 강 또한 본래의 모습을 잃어 가고 있다. 자유롭게 흐르던 강물은 각종 댐과 보로 막혀 바다까지 자유롭게 흘러가거나 만나지 못하게 하고, 직강화와 콘크리트 벽으로 만들어진 지역이 많아지고 각종 오폐수와 쓰레기가 나뒹구는 곳으로 변함에 따라 강과 하천에 서식하던 수많은 생물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고 있다. 생명의 원천인 강과 하천이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어떤 살아있는 생명들도 물이 없이는 생존할 수가 없다.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별에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바로 그 물은 한곳에 오랫동안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흘러가야 한다. 그럴 때만이 물은 수많은 생명을 살리는 생명수가 될 것이다. 이 물들은 다시 햇빛을 받아 수증기로 증발되어 다시 대지에 비를 내림으로서 생명 순환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같이 물이 흐르는 강과 하천은 수많은 생명의 근원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강물은 사람의 일생과도 같다. 모든 물은 발원지에서 시작해서 바다까지 이르면서 수많은 협곡과 바위, 자갈, 모래, 진흙을 만들고 있고, 그 양도 적은 물에서 엄청나게 많은 양으로 모아져 바다에 이른다. 이는 태어나서 성장하고 죽음에 이르는 한 인간의 인생과 견주어 비유된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은 강과 하천을 스스로의 삶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 인간의 도리로서 지키고 살아가야 할 바를 생각하게 하는 장소로 즐겨찾곤 한다. 옛부터 강과 하천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덕을 많이 쌓는다는 말이 있다.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은 강과 하천을 과도하게 이용해 왔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더 나아가 이명박 정부는 강과 하천에 ‘한반도 대운하’라는 대규모 토공공사를 벌이겠다고 하고 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결국 자연스럽게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가는 강물을 역류시키는 거역의 발상이며, 높은 산줄기를 가로질러 물길을 흐르게 하고 거대한 배를 넘어가게 하는 상상도 못할 일인 것이다. 옛 조상대대로 강줄기 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삶의 문화를 형성하였고, 이들의 문화는 강줄기를 타고 이어져 하나의 강과 하천문화권을 형성했다. 이때 산줄기는 문화권을 가르는 경계가 되었던 것이다. 결국 산줄기와 물줄기는 모든 생명을 온존케 하고 고유성을 지키게 했을 뿐더러 그곳에 깃들어 사는 생명들에게 서식처를 제공하고 이동통로가 되어 주었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강행한다면, 강과 하천에 직접 죽음의 칼을 들이 대는 행위가 될 것이며,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국토개조 사업이 될 것이다. 결국 생명파괴, 공동체 파괴, 문화파괴이자 지속가능성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인간 이기심과 탐욕의 극치이며, 수많은 생명들을 마음대로 살상하겠다는 생명경시, 물질숭상의 극치이다. 그동안 강과 하천을 수량과 수질이라는 관심으로만 바라보고 관리했던 것과 달리 이제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아가고, 우리 인간들의 삶의 문화가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점점 깨달으면서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인데도 이 같은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그동안의 성찰과 반성을 되돌려 버리는 일이라 하겠다.
생명의 근원이자, 문화의 보고인 강에 손대지 말기를 간곡히 촉구한다. 새만금사업을 강행하면서 벌인 것처럼 또 다시 국민을 현혹시켜 탐욕의 극치, 어리석음의 극치를 다시금 보여주지 않기를 바란다. 한반도 대운하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지금이라도 ‘생명의 강’을 직접 걸으면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
생명을 사랑하고 우리 후손들에게 떳떳한 조상으로 남고자 한다면, 물질주의와 생명경시를 더욱 조장하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미혹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 사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이를 깨닫고 스스로 포기선언을 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왜 이 같은 발상이 생기게 됐는지를 우리 모두 생각해 보고, 우리 스스로 생명가치, 존재가치, 다양성의 가치, 그리고 지속가능성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고, 우리 모두 공생,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는데 공동 노력해 주기를 요청드린다. 그렇게 할 때 인간들의 탐욕과 어리석음, 성냄 속에 벌어지는 온갖 행위가 중단될 것이며,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모든 생명들이 진정으로 더불어함께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 믿는다.
- 사진
-
재난 연극
- 영상
-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
쇠사슬 몸에 묶고 저항했지만, 끝내 비정규직..
오체투지,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의 희망 몸짓
영화 <카트>가 다 담지 못한 이랜드-뉴코아 ..
- 카툰
-
로또보다 못한 민간의료보험
건강보험료, 버는만큼만 내면 무상의료 실현된..
위암에 걸린 K씨네 집은 왜 거덜났는가
팔레스타인인 버스 탑승 금지
- 판화
-
들위에 둘
비정규직 그만
개자유
다시 안고 싶다
- 기획연재 전체목록
-
- 어서와요 소소부부네
-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상담소
- 99%의 경제
- 미디어택
- 비문명의 역습
- 초고령화 사회, 돌봄을 요구하다
- 나현필의 INTERNATIONAL
- 워커스 사전
- 엄한진의 INTERNATIONAL
- 여성, 노동의 기록
- 녹색스트라이크
- 화성, 어쩌다 사회주의
-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항변
- 랑희의 질문들
- 배성인의 혁명을 꿈꾼 여성들
- 챗GPT가 말했다. "인간보다 더 많은 색임을 지게 될 줄이야!"
- 연정의 르포
- 약속의 8회, 위기를 돌려세우는 녹색 스트라이크
- 양지로 떠오른 국정원, 이적異的 행위의 기록
- 선을 넘는 사람들
- 연정의 바보같은사랑
- 2021위클리웨비나
- 이김춘택의 ‘무법천지 조선소’
- 파견미술-현장미술
- 러시아혁명 100주년 | 자코뱅 온라인시리즈
- 노동의 시대
- 배성인의 정치적 사유
- 비정규직의 세상보기
- 주례토론회
- 양규헌 칼럼
- 국제포럼
- 무슨 일 하세요?
- 소셜파워
- 반올림 이어 말하기
- 원영수의 국제칼럼
- 박병학의 글쓰기 삶쓰기
- 정영섭의 낮은 목소리
- 윤성현의 들풀이야기
- 세월호 1년
- 제갈현숙의 봉당풍경
- 이정호의 보수언론 벗거보기
- 기사로 풀어보는 경제
- 유럽 민중의 오디세이
- 2015 총파업
- 쿠오바디스 진보정치 그리고, 노동자 정치세력화
- 편집장 칼럼
- 참세상 특강
- 마르하바, 팔레스타인!
- 일본사회운동의 편지
- 유럽경제위기
- 김한울의 표본실
- 오늘, 이곳의 투쟁
- 북아프리카 혁명
- 월드컵에 정의의 슛을
- J에게 경제를
- 명숙의 무비, 무브
- 비정규직 사회헌장
- 감시·통제 벼랑 끝 감정노동자
- 불붙는 세계교육투쟁
- 여성 살해, 침묵하는 사회
- 탈핵
- 끝나지 않은 용산참사
- 언론노동자들의 공정방송 되찾기
-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의 눈물
- 4대강 논란
- 진보전략회의 진보논평
- 참세상 책방
- 노조파괴, 그림자 정부
- 강정마을 해군기지 논란
- 조성웅의 식물성 투쟁의지
- 이득재의 줌인 줌아웃
- 통합진보당 분당
- 18대 대선과 노동자정치세력화
- 투쟁하는 세계노동자
- 복수노조, 약인가 독인가
- 참세상 국제통신
- 박진의 인권이야기
- 희망뚜벅이
- 편집위원회 정세좌담
- 무상급식
- 이원재의 예술,대화
- 쿡! 세상 꼬집기
- 방방곡곡 99절절
- 최인기의 빈민운동사
- 양한승의 정세이야기
- 현대차 비정규직 파업
- G20 서울 정상회의
- 전노협 창립 20주년 - 내가 함께한 전노협
- 주용기의 생명평화이야기
- 천안함 국민미스테리
- 근로시간면제(Time off), 충돌
- 의료 민영화 논란
- 전교조 명단 공개 파문
- 2011년 최저임금은?
- 김병기의 호주통신
- 기후변화와 노동자
- 쌍용차와 파업
- 지방선거 2010
- 2010 교육감 선거
- 임성용의 달리고 달리고
- 빛바랜 취재수첩
- 세미나네트워크 새움
- 콜트콜텍 미국원정투쟁
- 용산 철거민 대참사
- 용산참사범국민장 릴레이 기고
- 홈리스문제, 이렇게 하자
- 두 책방 아저씨
- 이수호의 잠행詩간
- 철폐연대-참세상 기획: 비정규직 10년 전망
- 콜트콜텍일본원정투쟁
- 그들만의 비정규법
- 해방을 향한 인티파다
- 혁명50년, 사회주의 쿠바 이야기
- 1단기사로 보는 세상
- '특별하지 않은 사람' 박종태의 죽음
- 배고프다! 영화
- 가자의 재앙
- 강우근의 들꽃이야기
- 박수정의 사람이야기
- 뉴코아 - 이랜드 비정규직 철폐투쟁
- 한미FTA를 저지하라
- 이정호의 미디어 비평
- 도요타반대세계공동행동
- 한반도 대운하를 가다
- 진보정당, 길을 묻다
- 38 여성의 날 100주년
- 또 하나의 왕국, 삼성
- 1·26 세계행동의 날
- 박영균의 철학으로 보는 세상
- 사이버 정치놀이터 미끄럼틀
- 2007 대통령 선거
- 대선후보들, 성소수자 인권과제 좀 들어보슈
- 아프간 피랍 사태
- 2007 남북정상회담
- 소통/연대/변혁 - 사회운동포럼
- 아그네스 쿠의 흐르는 강물처럼
- 리얼리스트 작가 선언
- 한상진의 레바논통신
- 백원담의 시와 모택동
- 맹세야, 경례야 안녕∼
- 제3회 맑스코뮤날레 - 맑스와 함께 상상하기
- 금속노조 한미FTA저지 총파업
- 비정규법 패기! 폐기!
- 한진의 사회복지노동자
- 정혜주의 바리오 아덴트로
- 평택,철조망을 걷어라
- 고길섶의 쿠바이야기
- 개토의 우울과 몽상
- 석궁이야기
- 민주노총 5기 지도부 선거
- 유영주의 전망좋은談
- 북한 핵실험과 한반도평화
- 조선남의 옥중수고
- 정대성의 독일통신
- 이영채의 일본사회운동
- 월드컵보다 아름다운 진실
- 에뿌키라의 장정일기
- 홍실이의 이상한 제국의 앨리스
- 이종회의 한미FTA 뒤집기
- APEC 밟고 WTO 돌려차기
- 민주노총 보궐선거
- 박석준의 의학철학이야기
- 황우석 사태 진단
- 2005년 하반기 비정규법 총파업투쟁
- 박영자의 북쪽이야기
- 하현의 미디어비평
- 2005세계여성대행진
- 박기범의 어떤 동화책
- 손호철의 남미이야기
- 박기범의 기소인 인터뷰
- 2004년 하반기 총파업투쟁
- 전범기소이야기
- 동화작가 박기범의 단식일지
- 김병돌의 그림세상
- 이현준의 지나가다 한마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