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는 사법부가 아닙니다

[1단기사로 본 세상]

  경향 31일 11면
법원이 “공무원 전보발령도 노조와 단체교섭 대상”이라고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오른쪽 경향신문 31일 11면)

공공부문에서 임용권, 민간부문에서 인사권이 사용자의 고유한 권한이라는 기존의 관행을 뒤집는 판결이라 주목받았다. 재판부는 “공무원 교육, 시.군간 공무원 인사교류 징계 등은 소속 공무원들의 근무조건과 직접 관련된 사항으로 의무교섭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인사권을 둘러싼 판례는 서로 엇갈린다. 이때 법원은 사용자의 인사재량권과 인사대상자인 노동자(공무원)의 현저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고려해 판단하는 게 정설이다.

간혹 우리 언론은 법원의 판결 이전에 행정부의 행정해석만으로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기사를 자주 쓴다. 지난주 24일 여러 일간지가 “공무원노조 단협 가운데 22%가 불법”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아래 사진)

  24일 중앙3면, 조선12면, 한겨레11면(왼쪽위부터 시계방향, 3개 신문 재편집)

중앙일보는 이날 3면에 <공무원 승진 인사 하려면 노조와 반드시 협의하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공무원노조를 파렴치범으로 몰았다. 조선일보는 <법 무시하는 공무원 단협 / 10개 중 8개가 불법 조항 포함>이라고 제목에 아예 ‘불법’의 낙인을 찍었다. 한겨레신문은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기사내용에 담았지만 여전히 정부의 주장을 그대로 옮겼다.

지난주 보도는 노동행정을 담당하는 노동부가 내민 보도자료가 취재의 기본이 됐다. 노동부가 노사 문제의 판관일순 없다. 오히려 노동부는 노사문제의 조정자여야 한다. 특히 공무원 노사문제의 경우 노동부는 조정자이면서 동시에 사용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객관적일수 없다. 그런 노동부가 “그렇다”고 하면 그대로 믿어 버리는 언론의 보도태도로는 한국의 노사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특히 중앙일보는 24일 기사에서 그림까지 동원해 공무원노조를 비난했다. 중앙일보는 두 번째 그림에서 “조합원 징계 땐 상급자도 함께”라는 공무원노조의 단체협약안 마치 억지인 것처럼 묘사했다.

공무원노조가 왜 일반국민이 보면 억지로 보이는 이런 조항을 단체협약안에 넣으려 했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그 답은 아래 한국일보 3월26일자 14면 톱기사에 잘 드러나 있다. 이 기사를 본 국민이라면 공무원노조의 마음을 능히 헤아릴 수 있을 거다.

해방 이후 수많은 참사를 겪었던 이 나라에서 책임자급 관료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뒤로 빠지고 사건 이후엔 말단 공무원만 처벌받는 악습이 수없이 되풀이됐다. 그 사례는 너무 많아서 헤아릴 수조차 없다.

  한국일보 26일 14면 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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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 임용권 , 인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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