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원짜리 위장입양보단 나을 수 있겠다

[1단기사로 본 세상]

  매일경제 4월27일자 30면
경기도가 평택 미군기지에 들어설 주한미군 자녀들이 다닐 초.중.고교의 설립비용 일부를 대고 대신 이들 학교에 경기지역 학생들을 일정 비율 입학시키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멀쩡한 땅을 밀어 버리고 평택에 미군기지를 입주한 건 노무현 정권이다. 한나라당 출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이 땅에 들어설 미군학교가 당초 5개 학교에서 2020년까지 18개 학교로 확대된 사실을 알고 발빠르게 움직였다. 경기도는 추가로 들어설 13개 학교의 설립비용을 일부 투자하는 조건으로 일정 비율의 경기지역 한국인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방안을 교과부와 협의에 들어갔다.

매일경제신문 27일자 30면 2단 기사에 따르면 교과부 역시 경기도의 방침을 들은 바 있고 이 문제를 관계부처간 협의중이라고 밝혔다. 매경은 이 내용을 <미군 학교에 내국인 입학 추진>이란 제목으로 보도했다. 매경은 “(이런 방안이) 실현될 경우 영어습득 환경에서 미국 유학 못지않은 효과가 기대돼 뜨거운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두 달전 2월 12일자에 <孟母도 기막힌 ‘入養지교’>란 제목의 기사를 1면 톱으로 보도했다. 서울 용산와 대구, 경기 오산 등 8개 미군 부대 안의 미국인 학교에 보내기 위해 자녀를 미국인에게 입양시키는 한국 부모들이 상당수 있다는 내용이다. 한국일보는 입양전문 브로커의 말을 통해 “혈연관계가 아닌 입양에는 약 2억원에 거래가 이뤄진다”고 밝혔다. 그 브로커는 “입양할 미국인을 구하지 못해서 그렇지, 자녀를 입양시키려는 한국 부모는 줄을 섰다”고 말했다. 입양 뒤 3년이 지나면 시민권도 얻을 수 있다는 정보까지 전했다.

  한국일보 2월12일자 1면

한국일보는 용산 미8군에 있는 한국일보는 서울미국인고등학교(SAHS)의 전체 학생 656명 가운에 아시아계가 195명으로 30%에 달하고 이들의 거의 다가 한국계 학생이라고 지적했다. 이 학교의 미국인 교감은 한국일보 기자와 인터뷰에서 태연하게 “아시아계 학생 중 한국계 말고 누가 있겠나. 대부분이 입양을 통해 입학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태가 이 지경이니 정작 미군 자녀는 입학하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었다. 7세 여자이를 키우는 한 미군의 아내는 “한국 아이들이 너무 많아 내 아이가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매일 아침 학교가방을 메고 나와 멀쩡한 제 집 앞이 아니라 한남동 거리까지 와서 스쿨버스를 기다리는 10대가 있다면 십중팔구 용산 서울미국인고등학교에 다니는 ‘위장 입양’된 학생이다. 이 기사를 취재하면서 얼마나 황당했으면 제목을 <맹모도 기막힌 입양지교>라고 넣었겠나. 경기도의 이번 발빠른 행보는 2억원씩 돈을 쏟아부으며 아이를 미국인에게 위장 입양시키면서까지 제 아이의 미래를 살뜰하게 챙기는 여유있는 사람들의 민원과 아쉬움을 한꺼번에 해결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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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 외국인학교 , 미군학교 , 위장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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