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미국에게 FTA 요구조건 입도 뻥긋 못할 것”

한EU FTA 역시 경제효과 뻥튀기한 대국민 사기극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G20정상회담 때까지 한미FTA 미해결 쟁점을 해소한 뒤 미의회에 한미FTA 이행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힌 후, 한미 양국의 재협상 논의가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비공개 회담’이라고 밝힌 양국 고위급 접촉은 그 쟁점조차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자동차, 쇠고기 부문에서 미국이 한국 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제안이 있었으며, 이에 한에 재협상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만 무성하다.

밀실 협상의 영향으로 한미FTA는 2006년 협상 초기만큼의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문제점 역시 재 점화되지 못한 채 여론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협상 초기부터 ‘퍼주기 협상’이라고 비난받았던 한미 FTA의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EU FTA역시 한미FTA 만큼의 독소조항과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28일 오후, 한미FTA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민주노총에서 ‘한미, 한EU FTA 쟁점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해영 한신대 교수와 박상표 범국본 정책위원,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등이 참여해 한미FTA 재협상과 한EU FTA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했다.


수동적 한국정부, 요구조건 입도 뻥긋 못하나

미국 측의 재협상 요구에 한국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합의된 협정문을 고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으며, 미국산 쇠고기 완전 수입개방 문제는 FTA와는 별개의 이슈라는 것이다.

하지만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협상 재개 선언에 대해 “우리가 이런저런 요구를 하면 협상이 굉장히 어렵게 된다”면서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할 것이다”라고 재협상 수용의지를 내비쳤다. 미국 측 요구 사항에 대해, 우리 나름의 독자적 의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수동적 대응만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민동석 전 농림수산식품부 통상정책관을 외교통상부 제 2차관으로 내정했다. 이 같은 정부의 결정은 지난 2008년 4월, 쇠고기 졸속협상을 정당화 하려는 것이며, 향후 한미FTA 쇠고기 재협상의 방향을 시사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우석균 실장은 “한국정부는 표면상으로는 재협상 불가 입장을 밝히지만, 실제로는 미국 측의 자동차 및 쇠고기 관련 요구를 수용할 묘안만을 찾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 측은 요구사항을 전혀 꺼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현재 재협상의 수위는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상태다. 미 백악관이나 행정부가 재협상을 자동차와 쇠고기에 국한시킬 것이라는 점만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특히 쇠고기의 경우, 미국 내부에서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석균 실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미 농무부(USDA), 축산업계 간의 미묘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여, 광우병 쇠고기 문제를 한미FTA 재협상을 통해서 해결할 것인지, 별개로 해결할 것인지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9월 15일, 미국 농무부와 미국축산육우협회와의 면담에 따르면, 미 농무부는 한국에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40%관세 철폐 △30개원 이상 쇠고기 전면수입 및 30개월 미만의 뇌, 두개골, 안구, 척수 등 전면수입을 요구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알려졌다.

특히 미 농무부가 한국의 2011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을 평균 증가율보다 4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에 대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우석균 실장은 “조만간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과 관련해 광우병 검역을 대폭 완화할 것, 또는 관세철폐에 따른 예측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 측의 한미FTA 재협상 요구안에 대해 이해영 교수는 중간 선거를 기점으로 전망이 나올 것이라고 점쳤다. 이해영 교수는 “한미FTA에 대한 미국 측 입장은 중간선거 이후의 의회 내 힘 관계와 특히 여론의 향배에 따라 내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EU FTA, 한미FTA와 비슷한 대국민 사기극”

유럽의회와 한국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는 한EU FTA역시 대표적 협상 실패의 사례로 꼽히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서비스산업 전반에 대한 개방을 의미하는 한EU FTA가, 한미FTA보다 덜 위험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그야말로 오판에 불과하다. 특히 한EU FTA역시 한국 정부는 한미FTA와 마찬가지로 경제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여론플레이를 진행해 그 위험성을 감추고 있다.

때문에 이해영 교수는 “한EU FTA는 2차 대국민 사기극”이라고 못 박았다. 이해영 교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외 10개 관변 연구단체에서 만든 한EU FTA 경제효과분석에 따르면 약 10년간 GDP 5.6%의 상승효과가 있을 거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이는 한미FTA의 수법 그대로, 10여개 관변연구단체들이 똑같은 짓으로 경제효과를 10배 정도 뻥튀기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한EU FTA의 독소조항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이해영 교수가 계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래칫조항(역진방지조항)’역시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해영 교수는 “뿐만 아니라 EU집행위는 회원국들로부터 투자자-정부 소송제(ISD)에 대한 협상권한을 위임받지 않았다”면서 “지적재산권 역시 ‘TRIPS 플러스’방식으로, 저작권 보호기간을 70년으로 연장하고, 지재권 보호와 관련된 집행을 대폭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FTA는 앞으로 서로의 효과를 상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해영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FTA 개수가 늘어날수록 효과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때문에 바그와티같은 열혈 자유무역찬성론자 조차 FTA를 일러 자유무역의 ‘매독’이라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FTA중심의 통상정책의 결과, 한국경제는 자칫 양대 거대경제권의 각축적에 완전히 노출되는 새로운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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