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죽음의 행렬, 이제는 끝내자

[낮은 목소리] Stop Killing!!

또 다시 단속 과정에서 이주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0월 29일 오전 10시 30분 경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한 의류제조업체에 서울출입국 단속반원들이 들이닥쳤다. 베트남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꾸안 씨는 이를 피해 도망가다가 2층에서 떨어져서 머리를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11월 3일 아침에 사망했다. 병원에서는 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입원 수속도 처리해 주지 않았고 가족 입국에 필요한 사망진단서도 발급해 주지 않다가 나중에 사업주가 병원비를 내고서야 처리해 주었다고 한다. 그에게는 한국에서 만나 결혼한 부인이 있고 4개월 된 아이가 있다.

잊을만하면 발생하는 이러한 단속과정의 이주노동자 사망사건에서 법무부 출입국관리소는 항상 자기네들 책임이 아니라고 한다. 자기들이 직접적으로 물리력을 행사한 것도 아니고 이주노동자가 도망가다가 다친 것을 왜 자기들이 책임져야 하냐고 반발한다. 그러면 과연 이것이 전적으로 이주노동자 책임이란 말인가? 단속 그 자체로 인해서 강제추방의 두려움 때문에 도망을 가다가 다친 것에 대해 출입국은 과연 하나도 책임이 없단 말인가? 지난 십 몇 년 동안 강제단속 과정에서 다치고 죽은 이들이 계속 발생한 것은 무조건적인 단속추방 정책의 결과 아닌가? 결국 이러한 죽음은 그 자체로 제도와 체계에 의한 살인이 아닌가!

작업현장에서 과로와 산재사고, 질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이주노동자도 부지기수거니와 이를 제외하고 출입국의 강제단속 혹은 비인간적인 대우 등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이렇게나 많다. 그 외에 단속 때문에 도망가다가 구르고 넘어지고 추락해서 팔, 다리가 부러지고 머리가 깨지는 사건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문제는 정부가 고수하는 강제단속과 추방정책 때문에 이와 같은 반인권적인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체 120만 이주민 가운데 17만 명이 넘는 미등록 이주민들을 다 추방할 수 없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2008년에 나온 외국인 정책 기본계획에 의하면 2012년까지 체류 인원의 10% 선까지 줄이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선진국들에서 이정도 수준으로 관리하면 성공으로 본다고 한다. 즉 어느 나라든 추방정책으로 성공한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부정기적으로라도 합법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니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정책은 단속추방 밖에 없고 이 때문에 비극의 악순환이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미등록 체류자를 한국사회와 경제에 기여한 이들로 보지 않고 추방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을 바꾸지 않는 한 무한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해 G20을 앞두고 사회 전체적인 공안 분위기의 강화, 이주노동자에 대한 범죄자화와 억압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심화시켰다. 법무부는 2009년 5월에 ‘출입국사범 단속과정의 적법절차 및 인권보호 준칙’이라는 훈령을 만들어서 시행한다지만 전 국가적인 G-20 동원체제 속에서, 단속인원을 채우기 급급한 상황 속에서 인권은 활자로만 존재할 뿐이다. 예컨대, 안전 확보 방안을 세워야 하고 단속직원 교육을 한다고 되어 있는데 어떤 안전확보 방안이 있었는지, 어떤 교육을 했는지 의문이다.

출입국 단속반이 공장을 급습했을 때 분위기는 아수라장이 되고 꾸안 씨는 수만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2002년에 산업연수생으로 들어와서 한국에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는데 여기서 잡히면 안 돼, 내가 잡히면 아내랑 애기는 어떡해, 베트남의 가족들은 또 어쩌나 등등의 복잡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몸을 피하려 했을 것이다. 도망갈 곳은 창문 뿐. 찰나의 순간에 몸은 허공으로 뜨고...

죽어간 이주노동자들, 산재로 죽어간 노동자, 몸을 불사른 열사들, 부디 평화로운 곳에서 잠드시기를. 이 억울한 죽음의 행렬을 산 자들이 반드시 끝내겠다는 다짐을 하자. 부디 그 이름들을 잊지 말자.

단속 또는 산재로 사망한 이주노동자

(출처: 이주탄압분쇄비대위 자료, 2008)

2003년
11월11일 미등록 이주노동자 합동단속을 앞두고 스리랑카 노동자 다르카 씨 지하철 투신 자살
11월12일 방글라데시 노동자 비꾸 씨 단속 두려움에 공장에서 목을 매 자살
11월20일 러시아 노동자 안드레이씨 바다에 투신 자살
11월25일 우즈베키스탄 노동자 부르혼씨 공장에서 목을 메 자살
12월 8일 중국교포 김원섭씨 서울 대학로에서 동사
12월 9일 방글라데시 노동자 자카리아씨 단속 피해 혼자 지내다 심장마비 사망

2004년
4월9일 방글라데시 카이살 후세인 강제단속위협, 장시간근무, 임금체불로 인한 급성심근경색으로 사망
4월17일 안산에서 몽골노동자 나라친메그(NARACHINMEG)씨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
4월27일 대구에서 중국인 노동자 정유홍 씨 임금 체불, 사업장변경 승인이 안 돼 비관해 지하철에 뛰어들어 자살

2005년
10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4층에서 중국 여성노동자 떨어져 사망
10월 경남 함안에서 베트남 노동자가 공장직원을 단속반으로 오인하여 도망치다 심장마비 사망

2006년
2월27일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 6층에서 터키노동자 코스쿤 셀림 떨어져 사망
4월17일 부천에서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던 인도네시아 노동자 누르 푸아트씨 추락사
4월 29일 부산에서 중국동포 산업연수생 김 모씨 DMF(디메틸포름아미드) 취급하다 중독되어 사망-급성 전격성 간부전증
5월 2일 중국동포 장풍 씨 창원의 한 공장에서 단속 피하려다 2층에서 떨어져 뇌사

2007년
1월22일 전남 해남에서 중국노동자 여풍산 씨(32)가 단속반을 피해 도망치다 심장마비로 사망
2월11일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화재로 10명의 이주노동자 사망
12월 26일 타이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과 실직으로 병원 찾지 못해 맹장 수술 받지 못해 사망

2008년
1월 15일 서울 연지동 모텔 앞마당에 중국 국적 동포 이주노동자 권모 씨 단속 피해 8층 건물에서 추락사
1월 17일 이천 냉동창고 화재 참사로 13명 이주노동자 사망
9월 26일 버마 노동자 따소에, 단속 후 인천공항출입국 보호실에서 통증 호소했으나 외면 당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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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 출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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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법추방

    불법 체류 안하면 저런일도 없을텐데
    말입니다 한국의 법을 개같이 무시하는
    외국인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군요

  • 파시스트추방

    이주노동자 배격하는 파시스트 추방하자!

  • 선언

    위에 불법추방을 지구에서 추방하자...

  • 옹호자

    현재 외국인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에서 하고있는 직종은 주로 3D업종입니다. 우리나라사람들, 요즘 실업률이 높다높다 하면서도 이런 업종은 다 기피합니다. 하지만 안할수는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런 일들을 외국인들이 와서 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린 그들을 배척하고만 있죠? 그들이 불법이 아닌 정식으로 일을 할수 있게 일자리를 쉽게 열어주어야 합니다. 이들의 죽음을 더이상 볼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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