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회원국들이 유로화 위기조치에 최종 합의했다. 이로써 2009년말 그리스 경제위기를 시작으로 확산된 유럽 경제위기에 대한 유럽정부들의 대책은 일단락된 듯 보인다. 주식시장은 호조를 띠며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그리나 그리스는 오히려 침통한 분위기다. 앞으로 경제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조처로 기능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27일자 로이터 등 외신들에 따르면 주요 결정사항은 50% 부채삭감, 유럽 재정안정 기금 1조 유로(1560조 원)로의 증액, 은행 자기자본 강화로 집약된다.
우선 약 2천억 유로에 달하는 그리스 국채의 50%가 삭감된다. 이외에도 유럽 재정안정 기금을 통해 해당 은행, 기금 또는 보험사의 국채 교환 및 환매를 위해 3백억 유로가 신용 안정을 이유로 보장된다.
또한 17개 유로존 회원국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을 위기에 처한 유로존 회원국을 위해 1조 유로 이상 유동화하기로 했다. 국가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유럽국가들에 대한 공채매입, 은행자본지원, 예방 대부 등 새로운 과제를 위한 재정을 조달하기 위해 민간회사와 목적회사도 설립될 예정이다.
한편 약 60개의 거대은행은 부채삭감분을 판매할 수 있기 위해 자기자본을 1060억 유로 증액해야 한다.
이들 계획에 따르면 그리스는 빨라야 2021년에서야 다시 재정적인 자립상태를 맞을 수 있다. 그리스의 부채는 2020년까지 국민총생산의 120%로 낮춰질 예정이다.
그리스의 삭감정책이 제대로 진행되도록 독일 메르켈 총리는 트로이카가 지속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이외에도 150억 유로를 공공기관 민영화를 통해 절감할 예정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추가적인 개혁조치 의무를 졌다. 독일과 프랑스 압력 아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개혁안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2014년까지 113%로 부채규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메르켈은 강조했다.
"나는 이번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며 "이는 보다 심화된 안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이라고 독일 안겔라 메르켈 총리는 밝혔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로써 그리스의 비극은 만회됐다고 말했다.
유로화 구제조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독일 메르켈 총리는 좌파당을 제외한 기민당, 자민당, 사민당과 녹색당 등 모든 원내 정당들의 지지를 받았다.
은행들, 좋은 조건으로 갈아탄 것일 뿐
독일 좌파당은 그리스 부채탕감은 은행을 위한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이다. 좌파당 원내교섭단 의장인 그레고르 기지는 27일 이번 결정이 독일은행 대표 요세프 악커만의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전제하고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의 50%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단지 그들이 나머지 50%를 유럽재정안정기금으로 받을 수 있으며, 이는 독일 납세자들에 의해 보장됐기 때문이다. 50% 포기분은 그리스 국채의 현재가치가 아니라 원가에 따른다. 은행들이 그들의 채권을 오늘날 시장에 내놓으면 그들은 오로지 원가의 약 40%만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딜로 이제 50%가 보장됐고 심지어 더 벌게 됐다"고 비판했다. 은행들은 사실 그리스 국채에서 보다 좋은 조건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이다.
한편, <융예벨트> 28일자에서 루카스 차이제(Lucas Zeise)는 "질 나쁜 연극에서처럼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은 것에 있다"며 "이 경우에 유럽중앙은행이 계속해서 국채를 살 것이라는 결정"이고 앞으로 같은 식으로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가 유럽중앙은행 그리고 유럽재정안정기금에 의해 지원될 것이라고 보았다.
트로이카에 의한 점령의 상설화
한편, 주식시장의 반응과는 다르게 그리스 분위기는 침통하다. 27일자 <타즈>는 "빚진 사람이라면 원래는 기뻐해야 하지만 그리스에서 기쁨은 그리 터져나오지 않았다"며 분석가들의 "환호를 시작하기 전에 추가규정을 읽어야 한다", "채무탕감의 대가는 유럽연합을 위한 주권의 포기라는 점을 보아야 한다"는 분석들을 전했다.
계속해서 그리스 일간지들의 분위기를 전한 이 언론에 따르면 "딜은 한숨 쉴 시간을 가져왔지만 새로운 구속이기도 하다"고 아테네 일간지 타 네아(Ta Nea)는 보았다. "독일 탱크는 새로운 삭감정책을 가져왔다"고 자유주의적 좌파 일간지 엘레프테로티피아(Eleftherotypia)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독일은 남유럽을 아시아화하고자 한다"고 한 논평가는 이 신문에 기고했다. 한편 아리아니(Avriani)는 "배신적인 굴복이자 트로이카에 의한 점령의 상설화"라는 제목을 달았다.
그동안 트로이카 압력 아래 그리스정부 삭감정책에 따라 소득은 50%까지 줄어들었고 각종 세금인상을 포함해 포괄적인 노동유연화가 강요됐다. 그리스인들은 이렇게 삶의 기반을 추락시키는 조치가 진행되기 전엔 왜 부채 탕감이 도입될 수 없었는지를 묻고 있다.
추가적인 조치에 따르면 1200 유로 이상의 연금은 20% 삭감된다. 연금자가 1000 유로 이상 받으며 55세 보다 젊을 경우 40%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 소득세에 대한 면세는 연간 8천유로에서 5천유로로 낮아진다. 이 결과는 다시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스 노동조합들은 11월에도 계속적인 시위행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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