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후 4시까지 걸어서 경기도청에 닿았다. 한때 노동운동가였다는 김문수는 아는 놈이 더 한다고 도청 들머리 경비실에 소음측정기까지 달아놓고 우리에게 준법을 주문했다. 역시 법을 다루는 권영국 전 민주노총 법률원장이 도착해 앞자리에 앉았다.
▲ 하루 뚜벅이로 참가한 권영국 변호사가 경기도청 앞에 앉았다. 권 변호사의 친정식구들인 투쟁사업장 풍산마이크로텍 조합원들도 뚜벅이로 참가하고 있다. 1990년 9월 풍산금속은 노동자 파업을 깨기 위해 공장은 물론 기숙사와 사원아파트까지 견찰을 투입했다. 그 사업장 해고자 권영국은 이를 악물고 공부해 2002년 변호사가 돼 민변 노동위원장으로 여전히 노동자와 함께 싸우고 있다. 1990년 풍산금속의 회사측 변호사는 초선의원이던 노무현이었고, 실제 법정에선 노무현의 남자 문재인 변호사가 회사를 위해 열심히 변호했다. 우리는 지금 문재인이 대선후보인 나라에 산다. [출처: 이정호] |
도청 앞 집회엔 수도권 난개발에 걸맞게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래 싸워왔던 철거민들도 함께했다. 김문수 지사는 시간 날 때마다 고용창출을 위해선 경기도에 기업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 지사의 말과 실천은 일치했지만, 그 결과 수많은 불량 외자기업들이 경기지역 여러 공단에 입주해 노동자 탄압을 가지가지 하고 있다. 그래서 경기지역 금속사업장은 대부분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뚜벅이는 저녁을 먹고 7시부터 수원역에서 열린 제218차 수원촛불문화제에 참석했다. 2008년 서울 도심을 뒤흔든 촛불투쟁을 5년 동안 200차례 넘게 이어온 수원촛불 동지들의 은근과 끈기는 존경할만 했다.
▲ 말재주가 없는 한 해고노동자가 현란한 춤으로 촛불문화제 참가자들을 즐겁게 했다. [출처: 이정호] |
해고자와 비정규 노동자, 도시서민 200여명이 열흘을 걸어온 남루한 차림으로 역 앞에서 ‘밥을 위한 투쟁’을 하는 바로 옆에 또 하나의 밥을 위한 투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8시반이 넘은 늦은 저녁을 받기 위해 노숙자들이 선 긴 줄 역시 ‘밥을 위한 투쟁’이다. 촛불문화제와 노숙자 무료급식소 사이엔 미국 자본의 대형 외식업체인 OUT BACK이 화려하게 입을 벌리고 사람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식당마저 초국적인 수원역 앞이다.
밥을 위한 투쟁답게 문화제는 요리를 소재로 한 요리대담도 벌어졌다. 삼성노조 위원장 등 조합원들이 대형 냄비를 걸어놓고 김치찌개를 끓이며 사회자와 이야기를 이어갔다. 조장희 부위원장이 대답하는 사이 박원우 위원장은 김치와 파를 기술자답게 썰었다. 삼성노조 부위원장 역시 노조 설립 직후 해고자 대열에 들어서 험난한 삶을 살고 있다. ‘파송송 김치삭뚝’
삼성노조가 만든 김치찌개는 뒤풀이때 뚜벅이 모두가 먹을 만큼 많았다. 걸쭉한 뒤풀이 안주가 익어가는 사이 문화제는 마무리로 접어들었다. 참가하지 못한 사람들은 다양한 후원물품을 내놨다. 화가는 그림을 내놓고, 시인은 시집을, 한의사는 무료진찰을 내놨다.
오늘 숙소는 가톨릭수원교구대리구청이다. 지난 겨울 ‘희망김장’을 담근 바로 그곳이다. 방은 뜨끈뜨끈했다.
▲ 유성기업 조합원이 밤 11시를 넘긴 시간에 11일 평택 쌍용차 집회에 사용할 ‘소원지’를 채우고 있다. [출처: 이정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