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발견한 즐거움

[최인기의 사진세상](3) 부산 보수동에서

서울에서도 몇 군데를 빼놓고는 헌책방을 찾기 어렵습니다. 신촌에 몇 군데 그리고 외대앞과 청계천주변 종로5가 대학천과 그 주변, 용산쪽에 헌책방들만 기억을 할뿐입니다.

[출처: 최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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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보수동헌책방 골목을 물어물어 찾아갔습니다. 남포동 뒷골목을 어슬렁거리다가 국제시장을 돌아서니 헌책방골목이 나타났습니다. 쉽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 냄새 솔솔 풍기는 곳입니다. 근처 포장마차에서 호떡하나를 손에 쥐고 골목 안으로 성큼 들어섰습니다.

좁은 골목길 안쪽으로 서점들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이른 시간이지만 새학기를 맞아 책을 구입하려는 학생들도 군데군데 눈에 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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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골목이 언제부터 생겨나기 시작 했을까? 보수동 헌책방 골목이라는 사이트를 살펴보니 비교적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습니다. 6.25 전쟁이후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부산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영도구 “국제시장 일원” 등에서 정착하면서 부터랍니다. 역사가 참 오래된 지역입니다. 부산지역에 있는 학교는 물론이고 피난 온 학교까지 구덕산 자락과 보수동 뒷산 등에서 노천 천막교실을 짓고 수업을 하였던 관계로 보수동 골목길은 자연스럽게 학생들의 통학로로 붐비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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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서적의 출판문화가 재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시절,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을 구하기가 참으로 어려웠을 것입니다. 당연히 헌책이라도 구입 할 수 있으면 감지덕지였을 겁니다. 하나 둘 노점과 가건물이 늘어나 책방골목이 형성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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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터 벤야민’이라는 사람은 13년 동안 도시를 연구하다가 미완의 원고를 ‘조르쥬바타이유’에게 넘기고 갑니다. 1982년 출간된 ‘아케이드프로젝트’라는 원고를 통해 근대도시공간과 건축물에 숨겨있는 과거 역사의 기억과 거리의 삶과 도시민의 일상생활에 상징화된 환상에 대한 연구 자료를 남겼습니다. 벤야민은 이 자료에서 ‘플라너리’ 라는 말을 언급했습니다. 이 말은 길을 서서히 걸으면서 도시를 배회하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거리가 주는 모든 풍경을 향유하면서 뜻하지 않은 발견의 기쁨을 느끼는 순간을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나 혹은 낮선 도시를 방문을 했을 때 평소에 경험해 보지 않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간판이나 창문의 모습 속에서 그 공간의 과거를 엿볼 수 있거나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봄을 앞두고 격렬하게 진통을 겪고 있는 요즘 아스팔트를 비집고 그사이로 피어나는 들풀을 발견 했을 때의 즐거움, 그런 도시생활속의 느낌이 바로 ‘플라너리’라는 말이 아닐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출처: 최인기]

이곳의 대표적인 터줏대감 고서점입니다. 가업을 물려받아 2대에 걸쳐 고서를 수집하고 있답니다. 이밖에도 "갤러리 春"이라는 고미술 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한국학에 관련된 자료뿐 아니라 민속자료 등을 모으고 전파하는데 힘쓰고 있답니다. 녹두출판사, 거름출판사 그리고 세계철학사 등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제는 숨겨진 보물처럼 구입하기 어려운 책들도 이곳에 오면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이날 부산의 보수동헌책방을 어슬렁거리며 책 속에 흠뻑 빠져 봤습니다. 차곡차곡 쌓여있는 오래된 책들과 향기를 맡으며 추억에 젖어보기도 했습니다.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어도 모두들 자연스럽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멋진 골목길 계단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이런 곳에서 책속에 푹 빠져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이곳을 찾아가는 길은 버스를 이용하시려면 부산역에서 부평동 보수동 방면 59번, 60번, 81번 버스등을 타고 부평동이나 보수동 정류소에서 하차하면 됩니다. 지하철은 자갈치역에서 하차하여 3번 출구로 나와 국제시장을 지난뒤 대청로 네 골목에서 보수동방면이라고 합니다. (참조 : http://www.bosu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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