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평화대행진, 놀멍 쉬멍 걸으멍 평화 만들기

[포토뉴스] 5박 6일간 이어진 생명 평화의 발자국

5박 6일간의 대장정은 모두 끝났다. 120Km를 걸은 4000여 명의 참가자들은 한 마음으로 해군기지 건설 반대의 의지와 생명 평화의 소중함을 제주 전역에 새겨놓았다.

아빠 손을 잡고 걷는 어린아이부터 검은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은 노인까지, 공장에서 쫓겨난 노동자들과 땅을 일구고 사는 농부와, 여름휴가를 강정에서 보내겠다는 회사원과 시인과 가수와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까지. 나이와 성별, 직업을 불문하고 그들은 같은 구호를 외치며 6일간 제주를 누볐다.

출발

출발 전 날 있었던 전야제부터 참석한 참가자들은 강정천 축구장에 짐을 풀고 출발 첫날의 아침을 맞았다. 8시, 발대식으로 대행진의 서막이 올랐다. 대행진은 동진과 서진으로 나뉘어 각각 제주를 반 바퀴씩 걷는다.





걷고, 걷고, 또 걷고

대행진의 주된 일과는 그저 걷는 일이다. 익숙하지 않은 걸음에 발바닥엔 물집이 잡히고 불볕더위에 땀은 비오듯 흐른다.

“아빠가 늘 얘기해서 강정마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소녀는 어른들도 힘겨워하는 땡볕에도 생글 웃으며 씩씩하게 걸었다. 덕분에 주위의 어른들은 힘들어서 쉬고 싶다는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씩씩한 소녀의 아버지가 뉴스에서 강정마을 소식을 접할 때마다 한 얘기는 “저 포크레인들을 다 부숴버리고 싶다”는 말이었다고. 씩씩한 건 부전여전이다.













함께 걷는 사람들

강정을 찾은 이들은 힘 없는 설움을 아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그 서러움이 둘째가라면 더 서러울 이들도 강정을 찾았다. 공장에서 쫓겨나 스물 두 명의 목숨을 잃은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과 살기위해 올랐다 죽어서 내려온 용산참사의 유가족들이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힘없는 이들끼리 더욱 굳게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과 쌍용차 외에도 많은 이들이 평화대행진을 응원하며 함께 걸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가들과 ‘두 개의 문’을 만든 홍지유 감독을 비롯한 문화예술계 인사들도 행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정치권에서는 통합진보당의 이정희, 김재연, 김미희, 권영길 의원과 민주통합당의 장하나, 전순옥 의원 등이 대행진을 찾았다. 대선예비후보인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도 행진단을 찾았다.

먹고, 노래하고, 춤추며

경찰과 용역과의 몸싸움이 벌써 6년째지만 강정마을의 싸움엔 언제나 ‘흥’이 있다. 강정 마약 4종 댄스로 대표되는 강정마을의 흥겨운 싸움은 대행진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행진단은 시종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격렬하고 비장한 노래 대신에 “뻥이야”를 외치는 신짜꽃밴의 노래를 부르며 걷는 이들.







그러나 강정마을의 싸움이 가볍거나 유쾌한 것은 아니다. 한 강정마을 활동가는 “오랫동안 치열하게 싸우다보니 오히려 즐겁고 신나게 싸우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을에 오래있던 활동가일수록 더욱 신나게 춤을춘다. 해소할 것이 많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대행진 중에도 이어지는 일상적 폭력

대행진이 진행되는 6일간에도 강정마을의 일상은 이어졌다.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에서 매일 아침 이어지는 미사다. 이 미사의 시작은 평화를 바라는 기도로 시작하지만 늘상 경찰과 용역에게 끌려나가며 외치는 비명소리로 마무리된다. 매일매일. 일상이다.

그늘 한 점 없는 곳에 앉아서 경찰과 용역에 맞서다 보면 쓰러지고 다치는 건 예사다. 대행진단이 제주를 찾기 하루 전인 28일에는 경찰이 미사에 참석한 문정현 신부의 수염을 한 움큼 잡아 뜯기도 했다. 같은 날 활동가들은 얼굴과 눈에 최루액을 맞고 병원에 실려갔다.

미사를 취재하기 위해 건설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활동가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잘 보라”는 말로 이 폭력이 일상임을 강조했다.




여담일 수 있지만 폭력의 피해자는 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뿐이 아니다. 취재 중 앳되보이는 전경 한 명이 땡볕에서 대기 중에 탈진해 쓰러지는 일이 발생했다. 제주의 무더위가 10년만의 기록을 갱신했다는 날이었다. 쓰러진 전경에게 물을 주려던 활동가는 경찰 지휘자에게 가로막혔다. 사람이 쓰러졌으니 일단 구급차를 부르라는 조언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경찰은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가리”라는 지시를 내렸고 쓰러진 전경은 끝내 구급차를 타지 못했다. 강정마을엔 일상적 폭력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평화를 노래하라

대행진의 대미를 장식한 평화콘서트를 끝으로 대행진단의 모든 일정은 끝났다. 5박 6일간의 여독을 풀겠다는 듯, 참가자들은 평화 콘서트를 즐겼다. 이 콘서트는 방송인 김미화 씨의 사회로 킹스턴 루디스카, 안치환, 사이밴드, 들국화 등이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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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yact

    성지훈 기자 정말 고생 많으셨네요 화이팅~!!!

  • 곽인수

    한강유람선장에 해군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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