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아래서 행복할 사람들은 누구일까

[참세상 논평] 박근혜 새 정부 국정목표에 드리운 그림자

박근혜 새 정부가 5년 동안 추진할 국정과제가 21일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새 정부가 추진할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맞춤형 고용 복지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안전과 통합의 사회 △행복한 통일시대의 기반구축 등 5개 국정목표와 21개 국정전략, 140개 세부 과제를 확정해 발표했다. 그러면서 “‘국민행복’을 국정의 최고 가치로 삼고 한반도 평화와 지구촌 발전에 기여하는 ‘희망의 새 시대’ 지향”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행복한 국민->행복한 한반도->신뢰받는 모범국가’라는 국정비전을 제시했다.

이 같은 국정과제가 인수위가 천명한 것처럼 변화된 시대적 여건에 맞는 국정운영기조의 패러다임전환을 의미하는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은 선거 시기 공약으로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실현을 전면에 내걸었다. 하지만 국정과제에서 제출하는 내용은 이명박 정부와 상당히 유사하다. 즉 친기업시장주의, 반노동정책의 지속, 근로연계복지를 통한 보편적 복지의 외면, 적대적 대북정책의 지속으로 인한 한반도긴장관계의 유지 등으로 국정패러다임이나 기조의 ‘전환’보다는 ‘유지 및 지속’에 더 방점이 찍힌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747’로 상징되는 경제성장목표 대신에 박근혜 정부는 ‘70% 고용률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자리중심의 창조경제’라는 국정기조와 이를 실현할 국정전략이나 과제는 성장동력강화나 산업육성에 치우쳐있다. 추진전략에서도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맨 앞에 배치했다. 두 번째 추진전략이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강화’다. 새 정부의 정책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약으로 전면에 내걸었던 ‘경제민주화’는 용어자체가 빠지고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질서 확립’으로 대체되었다. 인수위는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위해 “자본과 힘의 논리에 의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하여 개인 이익과 사회 공동선이 합치되는 균형 잡힌 경제가 되도록 한다”며 “공정한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등 원칙이 바로 선 경제 환경을 마련하여 모든 경제주체가 동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부 과제에서 기업에 부담이 되는 공약은 수정되거나 후퇴되었다.

근로자의 정년을 현행 58세에서 60세로 늘리는 공약은 오는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와 연계해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언급됐다. 대선공약집에서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박 당선인의 임기 마지막 해에 이르러서야 기업 규모를 감안해 도입하겠다는 점에서 사실상 중장기 과제로 미뤄진 셈이다. 가계통신비를 줄이기 위해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공약은 ‘2015년까지 폐지 유도’라는 문구로 손질됐다. 이동통신사들의 부담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상시 지속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공약에 대해선 별도의 시행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대선공약집에서 201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감안하면 흐지부지되는 것으로 간주될 만하다.

반면에 노동계로부터 ‘간접고용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의 면책범위가 넓어질 뿐’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을 제정하겠다고 밟히고 있다. 월급여 130만원 미만인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 등 사회보험료를 100% 지원하는 대선공약은 '일괄적으로 '2분의1'을 지원하는 것으로 수정되었다.

우려스러운 점은 경제행위의 중요한 주체인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존중이나 문제해결에 대해서는 매우 소홀히 다루거나 ‘법적 대응’을 강조하고 나서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정책이 더 강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인수위가 발표한 ‘세부추진과제 89-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문화 구현’에서는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사법대응체제를 구축, 안전한 사회를 구현”이 제시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노동자들의 합법파업도 불법집단행동으로 규정했던 것을 상기하면 노동자의 파업을 안전 사회를 위협하는 행위로 볼 수 있어 노동자들에 대한 더욱 강경한 대응을 예고한 대목으로 읽힐 수 있다. 인수위는 또 ‘대화와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위해 “범 국민적 참여와 역량 결집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의 이슈를 포괄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재차 “전근대적이고 불합리 불법행위 근절 및 위반시 법에 따라 엄정 조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 정책의 유지 및 계승은 ‘맞춤형 고용 복지’라는 국정목표에서도 드러난다. 공약이었던 ‘보편적 복지’와는 거리가 멀고, ‘맞춤형’보다는 ‘하향형’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국정과제로 제시된 내용은 이명박 정부의 ‘능동적 복지’와 별로 다르지 않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이미 논란이 되었던 ‘기초노령연금 20만원 모든 노인에게 지급’이란 공약은 ‘국민행복연금’이란 이름으로 꾸몄지만 실내용은 애초의 안에서 후퇴하였다. 기초연금 대상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이지만 국민연금 가입 여부와 소득에 따라 최소 4만원에서 최대 20만원까지 차등 지급하기로 최종 확정됐다. 그리고 문제되었던 재원으로 국고와 지방비를 활용하겠다는 방안은 현재 악화일로에 있는 지방재정상태를 감안할 때 무상보육과 무상급식시행시 나타났던 지방정부의 정책시행거부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연간 5만개 어르신 일자리를 확충하고 일자리 참여 보수와 기간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수는 월 20만원에서 3-40만원으로 최저임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기간은 7개월에서 10~12개월로 여전히 기간이 짧아 불안정한 일자리인건 마찬가지이다. 이 같은 연금의 시행과 일자리확대로 현재 노인의 절반정도가 빈곤층인 OECD국가 최고수준에 달하는 노인빈곤율이 완화되고 ‘행복’을 느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4대 중증질환 100% 국가부담’공약도 후퇴된 건 마찬가지이다. 인수위는 “2016년까지 100% 보장할 것”이라며 “다만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 등은 본인 부담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선택진료비, 상급 병실료, 간병비 등이 비급여 항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여 이것 때문에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에서 이를 제외시킨다는 것은 ‘앙꼬없는 찐빵’이란 비판을 벗어날 수가 없다. 아울러 인수위는 ‘65세 이상 어르신에 대해 단계적으로 임플란트 건강보험 급여화’하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 정책은 사회적 형평성과 긴급성에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노인틀니보험도 50%에 달하는 높은 본인부담율로 인해 저소득층 노인에게는 아직 ‘그림의 떡’으로 간주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틀니부터 필요하신 분들이 실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먼저라는 것이다. 이 정책도 실현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 임플란트는 여전히 부자 노인들에게만 해당되는 정책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의료비 부담경감을 위한 ‘본인부담 상한제’도 대선공약에서는 개인소득에 따라 50만~500만원으로 10단계로 세분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국정과제 최종안에서는 120만~500만원의 7단계 개편으로 결론이 났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의 본인부담 상한액이 최처 5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높아진 것으로 공약보다는 지원폭을 줄였다. 한편 창조경제 이행을 위한 핵심산업으로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고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을 선점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전략은 노무현 정부의 ‘의료산업화’ 이명박 정부의 ‘의료선진화’로 지칭되는 ‘의료민영화전략’을 계승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저소득층을 위한 생활영역별 맞춤형 급여체계구축’도 그럴듯해 보이는 논리지만 핵심부분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않고 회피하고 있다. 인수위는 ‘차상위 기준을 중위소득 50% 이하로 상향하고, 부처별 지원 및 긴급복지지원을 확대, 중산층 도약 기반 마련’하겠다고 하고 ‘생계, 주거, 교육, 의료급여별로 선정기준 및 지원내용 차별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계급여는 중위소득의 30%이하로 기준을 제시하여 현행(중위소득의 32%수준)보다 낮춰 후퇴된 안을 제시했으며 의료급여는 38%로 지금과 마찬가지 수준이고, 주거와 교육급여는 중위소득 4-50%, 50%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생계급여 수급자 대상은 줄어들고 급여액수도 마찬가지로 줄게 된다. 주거와 교육급여 대상자수는 늘어나게 되겠지만 자칫하면 ‘아랫돌 빼서 윗돌괴기’식이 되거나 ‘오른쪽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 왼쪽주머니에 넣어주는 식’이 될 우려가 있다.

부동산, 가계부채 대책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 정상화 의지를 강조해온 부동산시장 대책은 대선공약집에 소개된 내용을 그대로 재인용하는 수준에 그쳤다. 인수위는 국정과제의 ‘부동산시장 안정화’에서 '과도한 규제를 정비해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추진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임대주택 위주로 전환하겠다'고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인 하우스푸어, 렌트푸어 대책도 세부적인 시행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선공약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만 재확인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배제된 셈이다. 가계부채 대책의 핵심인 18조원 규모의 ‘국민행복기금’ 설립방안도 구체적인 지원 대상 또는 재원마련 방안 등이 전혀 소개되지 않고, 다만 새정부 출범 즉시 국민행복기금을 발족한다는 입장만 밝혔다

‘창의교육과 문화가 있는 삶’ ‘행복한 통일 시대의 구축’이란 기조와 목표도 마찬가지이다. 인수위가 발표한 중1 자유학기제, 대입제도간소화, 교과서 내실화 등은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교육을 손질하지 않고서는 실현이 불가능한 과제이다. 특히 최근의 특권층 국제중 입학논란에서 확인했듯이 오히려 고교서열화를 부추기고 있는 현실에서 창의교육 실현은 불가능하다. 또한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은 공교육의 정상화를 의미하며, 이는 입시제도를 간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제도 폐지와 대학평준화를 목표로 해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해야 바로 모두가 누리는 문화를 구현할 수 있고 경쟁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창의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문화가 있는 삶과 창의적인 학교교육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정책은 이와 반대로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완결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실험을 빌미로 국방비 증액과 일부에서의 핵무장론이 대두된 상황에서 신뢰 프로세스를 어떻게 가동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게다가 우방국과의 협력을 통한 안보체계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들이 목표로 하는 한미동맹에 의존한 동북아 평화는 결국 남북관계 개선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한 자칫 한반도 및 동북아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 소지가 있기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지 않으면 행복한 통일시대가 아닌 불행한 분단시대가 지속될 것이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발표문 곳곳에 ‘행복’이란 단어를 집어넣었다. 공약집에 나왔던 국민행복기금 뿐만 아니라 공약집에 이름을 언급하지 않은 정책에도 대부분 국민행복이라는 말을 넣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통합한 연금을 국민행복연금이라고 이름지은 것을 비롯해 중앙부처 차원의 일자리 컨트롤타워를 ‘국민일자리행복회의’라고 했고, 맞춤형 고용 복지 서비스 연계체계를 ‘내일행복지원단’이라고 했다.

이밖에도 행복가족프로그램, 행복주택 건설, 행복교육 실현, 행복(연합)기숙사, 행복학습지원센터, 문화행복지수, 행복산업단지 조성사업, 행복 영사서비스 등으로 명칭을 붙였다. 행복한 통일, 행복한 임신 등으로 수식어로도 행복이라는 단어를 많이 썼다. 그만큼 양보다는 질을 추구하겠다는 뜻으로 읽히지만 ‘질’에 부합하는 내용이나 정책은 거의 찾을 수가 없다. 오히려 이전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국정전략의 그림자만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과연 이 정부에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일지, 차라리 출범초기부터 ‘비즈니스 프랜들리’라 외쳤던 이명박 정부의 솔직함이 더 순수하게 느껴지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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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무너무 달라요

    아무도 없지롱~!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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