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노동권의 사회복지 현장, 과반노조는 어떤 곳들일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서부장애인복지관지회·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회의 노조창립 기념식을 가다


사회복지 현장은 한국 사회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상징하는 현장 중 하나다. 절반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서류 조작 같은 비윤리적이고 부당한 지시에 노출돼 있고, 상당수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열악한 사회복지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지켜주는 것은 노동조합이다. 단체협약으로 노사 간의 합의를 통해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부당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투쟁을 통해 어려운 국면을 타개해 나가는 노동조합이야말로 사회복지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지켜줄 수 있는 수단이다.

열악한 노동권의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례적으로 과반수노조를 조직한 노동조합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소속 서부장애인복지관지회와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회가 바로 그런 노동조합이다. 최근 이들 노조가 노조창립을 기념하는 모습을 취재하며 이들의 노조활동을 살펴봤다.

옥상카페 연 서부장애인복지관지회(서뷰니온)

서부장애인복지관지회(약칭 서뷰니온)는 노동절과 노동조합 설립 3주년을 맞이해 지난 4월 27일부터 노동절 주간 행사를 진행했다. 서뷰니온은 ‘노동의 가치, 같이 만들어요’라는 주제로 노동절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게 옥상카페를 열었다. 퀴즈를 통해 노동 관련 주제를 접하고, 커피와 간식을 나누는 시간을 만들었다.

[출처: 서부장애인복지관지회]

서뷰니온은 인권을 소중한 가치로 삼고 장애인복지를 실천하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노동조합으로서 차별금지법 관련 캠페인에 참여하는 등의 활동을 비롯해 노조의 투쟁현장에 함께하고 있다.

김예림 지회장은 “2021년 9월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신입직원분들을 상대로 노동권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는 긴 교육과정을 거쳐 사회복지노동자가 되지만, 그 어디에서도 노동인권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다”면서 “자기 권리를 말하는 것을 불편해하고 업무량이 많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활동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 마음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뜻을 모아 과반수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라며 현 상황을 이야기했다.

[출처: 서부장애인복지관지회]

15주년 맞이한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회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지회(약칭 방아골지회)는 5월 3일 도봉구 방학3동에 있는 생태놀이터 ‘숲속애’에서 15주년 행사를 진행했다.

노동조합 활동 15년을 축하하는 기념식에서는 그동안의 노조활동을 담은 영상을 함께 감상하며 소감을 나누고, 축하케이크를 잘랐다. 이후 다른 프로그램들도 진행됐는데 보물찾기와 조합원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고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소통행사 이후에는 전태일의 일대기를 그린 ‘태일이’ 애니메이션을 함께 감상했다.

[출처: 서부장애인복지관지회]

이날 기념식에는 방아골복지관에서 근무했던 전 직원(조합원)을 비롯해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 관계자들도 방문해 15주년을 함께 축하했다.

이세인 지회장은 “오랫동안 함께 해주신 선배 조합원분들과 지속적으로 함께 해오는 현 조합원들까지 모두의 힘으로 지금까지 방아골지회가 유지될 수 있었다”라면서 “여전히 복지계에는 어려움들이 존재하고 있다. 당장 우리의 내부 역량 강화는 물론 지속적으로 사회복지계 변화를 위해서 함께 연대하는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15주년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곁에서 바라본 사회복지 현장의 과반노조…사회복지 현장이 가야 할 길은?

과반노조가 있는 이들의 모습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필자에게 고충을 호소하던 여느 사회복지 노동자들의 모습과는 다르게 훨씬 밝은 모습이었다.

필자는 현장에서 근무하던 시절 나쁜 복지사, 좋은 복지사 모두와 일해 본 경험이 있는데 이전부터 봐온 서부와 방아골에 있는 사회복지 노동자들은 모두 좋은 복지사였다. 근속경력이나 직급에 상관없이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이런 현장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이 지역사회를 바꾸고 조직을 바꿀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내 일터와 조직을 건강하게 만드는 사회복지사들이 지역사회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사회복지 현장이 가야 할 길은 변화의 가능성을 소수의 권력자들이 쥐고 노동자들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일터의 많은 노동자들에게 평등하게 그 가능성과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다.
태그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호세아 공공운수노조 조직쟁의부장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
논설
사진
영상
카툰
판화
기획연재 전체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