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싸우고 있다

[기고]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매각은 먹튀"

홈플러스 매각이 마무리 되었다고 9월 7일 회사 측이 발표했다. 비밀리에 군사작전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듯, 모든 절차를 생략하고 3개월도 안 돼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홈플러스의 100% 지분을 가진 테스코는 5조 원 가까운 매각차익을 남기며 돈다발을 싸들고 영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끝냈고, 한국의 홈플러스 경영진은 이 엄청난 국부를 유출하는 데 앞장서서 움직였다. 특히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가 선정된 지 일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주식양수도 계약이라는 최종계약까지 끝내버렸다. 통상 1∼2개월 이상의 최종협상과정이 걸리지만 모든 것은 생략되었다. 철저하게 테스코의 '먹튀' 매각을 방조하고 MBK파트너스의 투기적 기업경영계획을 감추기 위함이다. 이로써 2만6000명의 직고용 노동자와 2000개가 넘는 협력업체 그리고 수많은 입점업체와 납품업체의 생사가 달려 있는 홈플러스는 투기자본인 MBK파트너스 손으로 들어가게 생겼다.

홈플러스 노동조합은 올해 6월 매각설이 나올 때부터 테스코측과 홈플러스 경영진에게 매각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다. 그리고 홈플러스 노동자들의 고용에 대한 불안감과 혼란스러움, 우려를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홈플러스는 그 어떤 것도 듣지 않고 모른 척했다. 더구나 홈플러스를 인수하려는 곳들이 기업을 지속경영할 의지가 전혀 없는 투기자본 사모펀드 밖에 없다는 소식을 접하며 노동조합은 더욱더 심각한 우려와 문제를 제기했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같이 느낀 노동 시민 사회단체 등이 ‘홈플러스를 투기자본에 매각하지 마라 시민대책위’를 구성하고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우려는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아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테스코가 한국 매장을 철수한다는 얘기는 수년 전부터 나왔다. 그러면서 2012년부터 8개 매장과 물류센터의 토지를 매각하면서 1조2000억원을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0년 동안 30억원 정도 규모로 매년 가져가던 로열티를 2년 전부터는 700억원 규모로 가져갔다. 지난 16년간 2조3000억 정도 되는 돈을 투자하고 한국의 노동자, 특히 40~50대 여성노동자들의 저임금구조와 착취구조로 매년 3000억 원 정도의 순이익을 챙기고 마지막으로 5조에 가까운 매각차익금까지 챙긴 것이다. 이건 역사상 유례없는 최악의 먹튀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도저히 참을 수도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16년 동안 뼈빠지게 일해서 일궈온 일터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이렇게까지 만들어온 기업이다.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 파트너스는 토종사모펀드라는 허울 속에 최근 수년간 웅진코웨이, 유선업체 C&M, ING생명 등 기업들을 인수하고 단기간에 수익을 내기 위해 강력한 정리해고, 외주화 등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았고, 시세차익을 내기 위해 되팔기를 시도 중이다. 홈플러스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포화상태로 과도한 경쟁을 하고 있는 대형마트 업계에서 둔화된 성장세, 또는 줄어든 이익금을 빌미로 외주화, 폐점, 분할매각 등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노동조합은 MBK가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분할매각 등 구조조정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걸 명확히 약속하고 노동조합과의 대화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다면 법적 대응 및 사회적 문제제기와 함께 강력한 투쟁을 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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