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접근성이 보장된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 임하영(광주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샛터)
2021년부터 보건복지부 지정 장애친화 산부인과들이 개소했다. 장애친화 산부인과에서는 여성장애인의 건강검진과 임신·출산, 고위험 분만과 응급진료, 부인과 검진 및 초음파검사, 갱년기·노년기 치료, 장애인 맞춤형 진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문제는 정부로부터 지정을 받는 장애 친화 산부인과들이 소규모 병의원보단 편의시설·장비구비가 가능한 상급병원 이며, 상급병원에선 일반 병의원 의사소 견서가 있어야만 진료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이 불편한 여성장애인(특히 지체, 뇌병변 장애) 중 일반 병의원을 거쳐 상급병원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실제 전남대병원의 경우, 2023년 10월 개소 후 20명의 여성 장애인들만 이용했다. 진료를 받고 싶어하는 여성장애인에 비하면 이용률이 매우 낮은 것이다.
‘일반 병·의원급 상급병원의 친화산 부인과 추가지정’, ‘상급 장애친화 산부인과를 이용하는 여성장애인은 일반 병 원 의사 소견없이 진료가 가능하다’는 특별조항, ‘진료가 가능함을 명시할 수 있는 법령’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여성 장애인이 쉽게 진료받을 수 있는 접근성 보장이 필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억압에 맞서, 빵과 장미를
- 현슬기(청주페미니스트네트워크 걔네)
5년 전, 임원들의 성희롱을 공론화하자 부당해고를 당했다. 사건이 발생한 청주와 본사가 있는 서울을 오가며 함께 투 쟁해준 이들은 대부분 비슷한 경험을 한 여성들이었다. 우리는 긴 시간 서로의 손을 맞잡고 싸웠다. 그 연대의 힘은 나를 광장으로 이끌었다.
여성의날을 맞아 세종호텔 해고 노동자들을 떠올린다. 구로구청 콜센터 노동자들을 떠올린다. 지혜복 교사를 떠올린 다. 우리의 광장은 '윤석열 파면'을 외치는 것을 넘어, 여성의 존엄을 요구하는 자리다.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성희롱 피해자, 그리고 이름 붙이지 못한 수많은 싸움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모양으로 싸우지만, 맞서는 구조는 같다. 억압과 착취, 침묵을 강요하는 권력에 우리는 저항한다.
광장의 민주주의는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외치고, 듣고, 싸우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손을 맞잡는 순간, 광장은 다시 열린다. 나에게, 모든 여성에게 빵과 장미를.
지난 세월의 상처, 투쟁만이
- 김인자(요양보호사•사회서비스일반노조)
딸로 살아온 60년, 엄마로 아내로 살아온 42년 동안 호칭하는 단어들을 생각해본다. '기집애'로 불리며 따라온 수많은 말들은 70세가 지난 지금도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다. 속이 뒤틀린다. 가정과 직장에서 공순이, 여러 이름의 노동자로 살아온 많은 노인 여성들에게는 가슴 속 살가죽에 깊이 새겨진 "기집애가", "여자가" 등의 수많은 '○순이'가 되어 노예 표식처럼 지워 지지 않는 새겨져 있다.
차별적인 제도와 교육을 바꾸기 위해 성찰하고, 세대를 넘어 가슴에 제도와 교육과 문화 속에 여성의 생각과 행동을 억압하는 모든 것들에 맞서 단호한 싸움 이 필요하다. 평등•생태·평화•돌봄을 책 임지는 주체적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내 권리이고, 또 후세에 대한 예의다. 배려심이 있고 너그러운 멋진 여성으로 사는 것은 잘못된 생각일까?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다. 나와 우리의 투쟁만이 평화 다. 힘내라, 여성!
새로운 민주주의, '스스로', '음란한' 여성해방으로
- 이효린(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온라인 공간 성폭력은 정권이 바뀌어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되어 왔다. 왜 디지털 성폭력은 정권에 상관없이 중요 한 문제로 다뤄지는가? ‘모두’의 ‘안전’ 문제, ‘기술’ 문제로 인식되면서, 정치적이지 않은 사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강조하면서도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주장하는 모순으로 출발했다. 최근 몇 년간 대규모 온라인 성폭력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한국 사회가 이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결과다.
현행 성폭력처벌법은 디지털 성폭력을 '성적 욕망'과 '수치심'을 불러일으켜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성폭력은 ‘음란’해서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어떤 존재로 여겨지는가의 문제다. 여성을 '볼거리'로 취급하고, 섹슈얼리티를 위계적으로 구분하며, ‘문란한 존재’로 취급할 때 피해가 발생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린 비키니 사진이 많은 '좋아요'를 받을 때는 자유로운 성적 실천일 수 있다. 그러나 같은 사진에 성희롱 댓글이 달리거나 무단으로 복제되어 남초 커뮤니티에 퍼지거나, 합성되었을 때는 피해가 된다. 피해는 사회적 시선과 낙인으로 구성되는 것이다.
3월 8일은 세계여성의날이다. 겨우내 이어진 탄핵 광장에 등장한 수많은 '이상한' 존재들이 새로운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여성’의 위치에서의 저항이며, 여성해방은 가장 ‘이상하고 가장 문란한 존재들의 해방이다. 보이지 않아야 정상’이 유지되는 존재들, 장애가 있고 동성애를 하고 가난하고 어리고 이주한 존재들의 해방이다. 우리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이 길을 ‘스스로’ 음란한 여성들과 함께 걸어갈 것이다.
이효린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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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