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5일 저녁, “내란범들은 가고, 임신중지 권리 보장 오라!”라는 제목으로 아홉번째 평등으로 가는 수요일 집회가 마로니에 공원에서 진행되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에서 주관한 이번 집회는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의 방관으로 여전히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첫 발언자로 나선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의 나영 활동가는 임신중지 시술 병원 단속과 ‘낙태죄’ 처벌이 강화되었던 2012년 당시 임신중지 시술 도중 사망한 한 청소년에 대한 기억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벌은 사라졌어도 안전한 의료기관에 대한 정보를 찾기 어렵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비용 부담이 큰 현실, 의료비의 현금 지급을 요구하는 관행, 청소년이 자신의 건강과 삶에 대한 의사결정과 권리를 존중받고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여전히 임신중지의 시기를 지연시키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나영 활동가는 청소년 뿐 아니라 이주민과 난민, 성소수자, 비정규 불안정 노동자, 장애인 등 사회경제적으로 불평등한 상황에 있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임신중지도, 임신출산과 양육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모두에게 안전하고 평등하게, 포괄적이고 보편적으로 임신중지 권리를 보장하라는 요구는 이런 모든 상황들에 연결된 불평등과 부정의를 함께 바꾸자는 요구라고 이야기하며,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배제되고, 우리의 삶이 그저 경제성장의 수단으로 다뤄지는 세상을 이제는 바꾸자고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도도 활동가와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활동가는 가부장적 사회의 요구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임신중지를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 건강보험 적용과 임신중지를 포함하는 유사산휴가의 보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집회에는 보건의료인들도 함께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의 이보배 활동가는 우리는 과학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우리에게 권리를 빼앗아가서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개발된지 30년이 넘었고 세계보건기구가 이미미 20년 전부터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한 안전한 임신중지 약 미프진을 하루빨리 도입하라고 외쳤다. 시민발언자로 나선 최예훈 산부인과 의사는 임신중지는 그 자체가 위험하거나 절대 허용해선 안되는 의료행위였던 적은 한번도 없음에도, 국가가 통제하고 권리를 보장하지 않아 취약한 조건에 있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임신중지가 생명과 직결되는 매우 위험한 상태가 되어버린다고 이야기하며, 임신중지를 의료서비스 제도의 허용 여부가 아니라 재생산정의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랜스젠더 인권단체 조각보의 리나 활동가는 트랜스젠더 당사자들도 임신중지와 재생산 건강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의료 현장에서 배제되어 위험한 임신중지로 내몰리게 된다고 말하며, 앞으로의 임신중지 권리 보장에서 트랜스젠더 당사자들도 안전한 임신중지에 대한 의료접근권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이야기하자고 말했다.
시민발언으로 참여한 가희 씨는 공장식 축산 시설에 평생 갇힌 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비인간 여성 동물의 현실도 자본주의 체제에서 여성의 몸을 ‘출산 기계’처럼 다루는 현실과 연결되어 있다고 이야기하며 비인간 동물과 여성의 해방을 함께 말하며 투쟁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싱어송라이터 예람과 장애여성공감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은 공연으로 함께 했다. 특히 일곱빛깔무지개합창단은 윤석열의 찌푸린 얼굴을 오려 붙인 장구와 꽹과리를 치며 윤석열 파면과 임신중지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짧은 퍼포먼스를 펼쳐 많은 호응을 이끌어냈다.
집회를 마치고 참가자들은 종로5가를 지나 탑골공원까지 행진했으며, 마무리 발언으로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의 미류 활동가가 무대에 올랐다. 미류 활동가는 “와야할 것들이 오지 않았기에, 그 자리에, 오지말아야 할 것들이 왔다.”고 이야기하며, 3월 29일 민중의 행진에 함께하자고 제안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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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