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현재 연례 ‘양회’(lianghui)를 마무리하고 있으며, 이 회의에서 중국의 정치 엘리트들은 다가오는 해의 경제 정책 의제를 승인한다. ‘양회’는 두 개의 주요 정치 회의를 의미하는데, 이는 정치 자문 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CPPCC)와 중국의 최고 입법 기관인 전국인민대표대회(NPC)이다.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출처 : 중국공산당 홈페이지
이는 명목상으로는 공산당 회의가 아니라 중국 국가 기관의 회의다. CPPCC는 대부분 상징적인 성격을 가지며, 주요 기업인과 지역 지도자들이 사전에 조율된 논의를 위해 참석한다. 실질적인 초점은 공식적으로 경제 정책을 결정하는 NPC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NPC는 공산당 지도부가 사전에 결정한 사항을 단순히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NPC 의원의 약 3분의 2가 공산당원이며, 지금까지 당이 제안한 법안을 거부한 적이 없다.
리창 총리는 정부 업무 보고를 발표하며, 향후 1년간의 주요 경제 목표와 전략을 제시했다. 올해 NPC는 10년 동안 추진된 경제 계획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의 마지막 해도 점검했다. 이 계획은 핵심 산업 부문에서 중국의 자립을 목표로 한다. 2025년은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제14차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되는 해이며, 국영 및 민간 산업 부문이 경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따르는 계획이다. 다음 5개년 계획(2026~2030년)은 내년 NPC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와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을까?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종종 중국의 성공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지만, 이 매체에 따르면 설정된 250개 목표 중 86%가 달성되거나 초과 달성되었다. 구매력 평가(PPP) 기준으로 보면,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이미 2018년에 미국을 넘어섰다.
그러나 PPP 기준의 GDP는 중국 내에서 달러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추정하는 방식이다. 만약 실질 GDP를 국제 시장 달러 기준으로 측정하면, 중국의 GDP는 여전히 미국보다 낮지만 그 격차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GDP가 미국과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이유는, 비록 중국의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더 이상 두 자릿수를 기록하지는 않지만, 여전히 미국 경제보다 거의 두 배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20년 팬데믹 경기 침체 동안 경기 침체를 피한 유일한 주요 경제국이며, 지난해 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G7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한 미국의 성장률은 2.8%였다. 더욱이, 미국의 실질 GDP가 지난해 2.8% 증가한 것은 부분적으로 순이민 증가로 인해 노동력 규모가 확대된 영향이 컸다. 인구가 늘어나면 생산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그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중국을 비판하는 서방 논자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명목 GDP 성장률(인플레이션 포함)을 비교하면, 미국의 GDP는 5.3% 증가한 반면, 중국의 GDP는 4.2% 증가했으므로 미국이 더 빠르게 성장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2024년 기준으로 중국의 명목 GDP는 18.6조 달러, 미국은 29조 달러로, 중국 경제 규모는 미국의 3분의 2 수준이며, 2021년의 75%에서 더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허구적인 비교다. 명목 GDP 기준으로 격차가 벌어진 것은 부분적으로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 위안화 대비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며, 그 결과 달러 기준으로 미국의 명목 GDP가 증가한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중국보다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많은 서방 주류 경제학자들은 ‘적당한’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좋다고 주장한다. 그 논리는 이렇다. 만약 디플레이션(가격 하락)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을 기대하며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게 되고, 그 결과 경제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극심한 인플레이션이나 가속화하는 인플레이션은 생활 수준을 급격히 저하시킬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자본주의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여 이윤을 유지할 여지를 가지려면 ‘적당하고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서방 통화당국이 물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또 하나의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인플레이션이 노동자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중국을 방문한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중국에 있는 동안 정말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좋은 레스토랑에서 두 명이 식사하는 데 단 13달러밖에 들지 않았고, 큰 달걀 30개가 2.30달러, 30분간 택시를 타는 데 4달러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덧붙였다. “서방에서는 생활비 상승을 모두가 즐기고 있는데, 중국인들은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없다니 안타깝네요.”
‘양회’를 맞아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서방 경제학자들은 ‘디플레이션’, ‘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붕괴’, ‘소비 부족과 과잉 생산능력’ 등의 요인을 들어 중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고 떠들어댄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들이 중국의 성장 전망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심각한 경기 침체나 경제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수십 년 동안 반복되어 왔으며, 나는 여러 글을 통해 이러한 주장들이 얼마나 (비)타당한지를 논의해 왔다.
그러니 다시 한번, 중국의 경제 성장이 전적으로 수출용 제조업 투자에 의존하며, 국내 소비가 아닌 생산 중심의 경제 구조 때문에 ‘과잉 생산능력’을 피하고자 투자를 줄이고 서방식 소비 경제로 전환하지 않으면, 결국 ‘일본화’(Japanification)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주장을 검토해 보자.
첫째, 중국 경제가 가계 소비를 희생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중국의 민간 소비 성장률은 주요 경제국들보다 훨씬 빠르다. 이는 더 빠른 경제 성장이 더 빠른 투자 성장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소비가 투자를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가 소비를 이끄는 것이다. 이는 주류 경제학이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이며, 주류 경제학자들은 여기서조차 케인스의 이론에 반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본화’와 관련해서 보자면, 중국은 일본처럼 정체되고 있지 않다. 생산성 성장률만 보더라도 그렇다.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노동 생산성 성장률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보다 4배 이상, 일본보다 6배 이상 높다.
총요소생산성(TFP)은 노동과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되어 산출을 창출하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미국 컨퍼런스 보드>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TFP 성장률은 미국보다 3배, 일본보다 6배 높았다.
류차오(刘俏) 베이징대학교 광화관리학원 원장에 따르면, 중국의 연평균 총요소생산성(TFP) 성장률은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4%에서 1.8%로 감소했다. 그러나 그의 측정 방식에 따르더라도, 지난 20년 동안 중국의 TFP 성장률은 연평균 0.5%에 불과했던 미국보다 여전히 높다. 만약 노동 생산성 성장률이 연 45% 수준을 유지하고, TFP 성장률이 연 23% 수준을 지속한다면, 향후 노동 인구가 감소하더라도 이번 10년과 다음 5개년 계획 기간 동안 연 5%의 실질 GDP 성장은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중국은 지난 15년간 세계 최대 제조업 생산국의 자리를 유지해 왔으며, 지난해 제조업 생산 규모는 5.58조 달러에 이르러 GDP의 36%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의 제조업은 GDP의 10%에 불과하며, 총 2.93조 달러 규모다. 현재 중국 경제는 부동산과 같은 비생산적 투자에서 벗어나 기술 투자에 의해 주도되고 있으며, 중국의 경제 전략가들은 이를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 new quality productive forces)이라 부른다. 중국 도로에는 미국보다 더 많은 전기차가 운행되고 있으며, 베이징의 5G 통신망 구축 속도는 미국보다 훨씬 빠르다. 또한, 중국의 국산 여객기 C919는 대량 생산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보잉과 에어버스가 지배하고 있는 시장에 진입할 준비를 마쳤다. 베이더우 위성항법 시스템은 GPS와 동등한 수준의 범위와 정밀도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산업용 로봇 보급률에서도 미국을 앞서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중국은 노동자 1만 명당 470대의 산업용 로봇을 설치했으며, 이는 미국(295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한, 중국은 특허 등록에서도 미국과 격차를 좁히고 있다. 중국의 글로벌 특허 점유율은 2000년 4%에서 2023년 26%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의 점유율은 8%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반도체 생산에서도 중국은 전 세계 생산량의 25%를 차지하며, 이는 미국(16%)과 유럽(7%)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2012년부터 중국공정원(CAE)은 중국과 미국을 포함한 9대 제조업 강국을 규모, 품질, 구조 최적화, 혁신, 지속 가능성 등의 측면에서 평가한 순위를 발표해 왔다. 2012년 중국은 89점을 기록하며 미국(156점), 일본(126점), 독일(119점)에 뒤처졌다. 그러나 2023년에도 4위를 유지했지만 격차를 상당히 좁혔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의 점수는 각각 189, 136, 128, 125점을 기록했다. 미국이 여전히 새로운 아이디어 개발에서는 앞서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데 있어서는 중국이 선도하고 있으며, Deep Seek AI 사례가 이를 보여준다.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중국 지도부는 2025년 GDP 성장 목표를 “약 5%”로 설정하며, 지난해와 동일한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리창 총리는 재정 지출 확대를 통해 국내 수요를 증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차입을 늘릴 예정이며, 이에 따라 공식적인 정부 재정 적자는 GDP의 4%로 상승하며, 이는 지난 30년 동안 가장 높은 비율이다.
또한 국방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7.2% 증가할 예정이다. 따라서 전체 재정 적자는 GDP의 약 10%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중국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목표를 약 2% 수준으로 낮추고 있다. 한편, 임금 상승률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평균 실질 소득은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은 왜 대공황을 비롯한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었으며, 팬데믹 속에서도 침체를 겪지 않았을까? 왜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다른 대형 신흥 경제국들은 주요 선진 자본주의 경제와의 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한 반면, 중국은 전례 없는 성장률을 기록하며 앞서 나갈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중국 경제에 대규모 자본주의 부문이 존재하지만(주로 소비재 및 서비스 산업 중심), 동시에 주요 경제국 중 가장 큰 국유 부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유 부문은 금융, 핵심 제조업, 산업 부문을 아우르며, 국가 계획이 국유 기업과 민간 부문 모두에 투자 방향과 생산 목표를 제시한다. 민간 부문에서 침체가 발생하면, 국유 부문의 투자와 생산이 이를 보완한다. 즉, 이윤이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목표가 우선하는 구조다.
그러나 이제 중국 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의 무역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트럼프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고 중국 기술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것은 중국의 성장 목표에 대한 주요 위협이 될 것이다. 중국은 무역 파트너를 다변화하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JP모건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2025~2027년 동안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이 감소하면서 GDP 성장률이 0.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시기는 2026~2027년이 될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비용 증가로 인해 중국산 제품 대신 국내 생산을 확대할 경우, 2028~2029년에는 중국의 GDP 성장률이 추가로 둔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NPC는 GDP의 약 3% 규모에 해당하는 재정 및 통화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조치가 국내 생산과 소비를 충분히 끌어올려 무역으로 인한 GDP 손실을 보상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출처] ‘Two sessions’ China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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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