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8일, ‘16회 홈리스 추모제 기획단’에서 서울시 시의원회관 앞에서 노숙인 등 복지 예산 확대 편성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 중이다. |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지
거리노숙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불쌍하다’와 ‘게으르다’ 둘로 나뉜다. 하지만 나뉘었던 두 시선은 ‘불쌍하지만 게으르기 때문에 노숙을 하게 됐을 것’이라는 하나의 시선으로 모인다. 그렇기 때문인지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지”라는 말에는 가시가 돋쳐있다. 뭐라도 하기위해 ‘민간시장 일자리’를 찾아보지만 과거 직업력, 학력, 연령 등에 불리함이 있다. 더욱이 거리노숙이 장기화 되었을 때 나타나는 자존감의 하락이나 삶의 의미박탈 그리고 신체·정신적 건강악화는 더욱 심각한 불리함으로 작동한다.
‘노숙의 원인은 사회구조도 한 몫 하지만 일반적인 시선은 개인의 무능이나 나태함으로 향해있다. 그렇다보니 거리노숙인 A씨와 B씨 그리고 C씨 삶에서 고민과 노력의 역사는 일방적으로 부정당해졌다. “사지 멀쩡하면 뭐라도 해서 먹고 살아야지”라는 말은 거리노숙인 D씨와 E씨 그리고 F씨 노동의 역사를 너무 쉽게 지워버렸다.’
아무도 책임이지 않는 복지와 일자리 정책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에는 거리노숙인을 비롯해 쪽방,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주거환경이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홈리스를 대상으로 고용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한 개인이 노숙에 이르는 과정과 특수성을 인정해 ‘민간시장 일자리’가 아닌 일정정도 보호된 시장에서 자립·자활의 기반을 다지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2016년 2월에 발표한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 종합계획>을 보면 그간 노숙인 등 일자리 정책의 주요 개선 과제로 제기되었던 지속적인 참여, 적정 급여, 단계적 일자리 대책에 대한 내용은 전혀 포함돼 있지 않다. 노숙인 일자리에 대해서 중앙정부는 의지가 없다.
서울시 홈리스 일자리정책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에 파악되는 시설‧거리 노숙인 수는 약 4,000여 명이다.(2015년 8월 기준) 하지만 2016년을 기준으로 특별자활근로는 600명, 일자리갖기사업은 400명이 고작으로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에 있다. 더욱이 안전과 일자리, 복지를 키워드로 ‘불안해소 시민안심’을 목표로 밝힌 서울시는 2017년도 예산안에서 홈리스를 배제했다. 지금도 부족한 홈리스 일자리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이다. 2017년 특별자활근로는 올해보다 50명이 줄었고, 일자리갖기사업은 180명이 줄었다.
누구나에게 일이란 소중하다. 특히나 일을 하기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노숙인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사람들의 왜곡된 시선보다 정부와 지자체의 무관심이 뭐라도 하고 싶은 노숙인에게 가장 큰 벽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일하는 동안에는 골방이지만 거리에서 벗어나 뜨거운 태양과 시린 바람을 피할 수 있다. 당장의 끼니야 굶더라도 마음은 편하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고, 노숙인도 기대고 일어설 촘촘하게 짜여진 공공의 일자리 정책이 마련되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