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은 끝났다

[편집자 주] 4프랑스 하원이 미셸 바르니에 총리에 대한 불신임안을 통과시켰다하원의원 570여 명 중 331명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이는 전체 야당 의원수 364명의 91%이다미셸 바르니에 총리가 이끌던 내각은 총사퇴할 예정이며이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다시금 궁지에 몰렸다지난 9월 5일 취임한 바르니에 총리는 90일 만에 불신임을 받은 최단기 총리로 기록되었다.

이번 불신임안은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10공공지출 축소와 증세안을 담은 예산안을 내놓자 프랑스의 원내 1당인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은 물론 마린 르펜이 이끄는 원내 3당인 극우 성향 국민연합(RN)도 반발하면서 제기되었다이들은 모두 바르니에 총리의 불신임안이 통과될 경우 마크롱 대통령도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마크롱 대통령은 야당의 주장은 모두 정치적 허구라며 임기를 다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하고 있다.

미셸 바르니에 프랑스 총리가 불신임 투표 전 마지막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 미셸 바르니에 공식 X

미셸 바르니에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는 에마뉘엘 마크롱의 신자유주의 프로젝트가 실패했음을 보여준다대통령은 자유주의적 중도를 부활시키기는커녕 프랑스를 역사적인 정치 위기로 몰아넣었다.

프랑스 좌파 의원들이 지난주 에마뉘엘 마크롱의 2기 임기의 대표적인 개혁인 ‘2023년 연금 수급 연령 인상을 뒤집으려 시도했을 때대통령 지지자들은 투표 자체를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지난 여름 조기 총선의 결선 투표에서 좌파와 마크롱 지지층의 절반 이상은 극우를 막기 위해 서로의 후보에게 전략적으로 투표했다그러나 새 의회가 개원한 이후마크롱의 축소된 의원 그룹은 최대 세력인 좌파동맹 신인민전선(Nouveau Front Populaire, NFP)에 어떤 양보도 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마크롱의 연금 개혁에 반발이 이어지자그의 지지자들은 단순히 필리버스터로 법안을 폐기해 버렸다.

그들의 개입은 마크롱의 연금 수급 연령 연기 계획을 지켜냈다하지만 2기 임기의 절반을 갓 넘긴 이 시점에서자유주의 중도주의의 대표 인물로 떠올랐던 마크롱 본인조차 이제는 은퇴가 가까운 듯 보인다그는 2022년 의회 다수당 지위를 잃었고, 6월에 실시한 조기 총선에서도 더 큰 패배를 겪었다그 이후 9월부터 마크롱은 자신의 의원들과 보수파 공화당(Républicains)을 결합한 소수 정부에 의존해 왔다이 정부는 미셸 바르니에 총리와 브루노 르타이오 내무장관 같은 강경 우파 인물들을 내세웠다이 연합조차 소수 지지에 의존했으며좌파와의 불신임 투표에서 극우 르펜의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RN)의 호의에 기대어야 했다그러나 수요일르펜조차 불신임 투표에서 등을 돌렸다.

결정적인 불신임 투표 전날 밤, TV 채널 에 출연한 미셸 바르니에는 자신의 정부를 무너뜨린 투표에 대해 르펜의 선택을 용서할 수 없다며 비난했다그는 불신임안이 "극좌파"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거듭 강조하며특히 장 뤽 멜랑숑이 그 주도자라고 주장했다. "르펜 여사가" "존중받는" "책임 있는지도자라면어떻게 "극좌파 그룹의 불신임안"에 찬성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바르니에에게 이는 중대한 실수였다그는 이 불신임안 뒤에는 최근 극좌파 그룹이 (2015년 11월 13바타클랑 테러 공격 기념일 직후 테러 정당화 범죄 폐지를 제안한 결정이 있다고 경고했다.

바르니에는 신인민전선 정당들을 이슬람-좌파 극단주의라는 망령에 연결시켰다그의 구체적 주장은 사실이 아니었다좌파의 제안은 "테러 정당화"를 합법화하려는 것이 아니라이를 2014년 이전처럼 언론 관련 법 조항으로 복원하려는 것이었다그러나 이 논쟁은 불신임안의 실제 핵심인 바르니에의 예산 문제와는 별개였다그는 자신이 공공재정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했으나 무책임한 포퓰리스트들의 공격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그의 주장에 따르면르펜은 좌파와 마찬가지로 정부 진영에 반대했기에 극단주의의 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공화당 의 지도자인 로랑 보키에(Laurent Wauquiez)는 르펜을 "혼란의 당"의 일원으로 간주했다.

수요일 오후 NFP 정당들의 불신임안을 소개하면서, 굴복하지않는프랑스(La France Insoumise, LFI) 소속 의원 에릭 코크렐(Éric Coquerel)은 이번 투표가 단순히 바르니에 소수정부에 대한 투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그는 "오늘 우리는 한 임기의 종언을 알린다바로 대통령의 임기다"라고 선언했다의회가 마크롱을 탄핵할 가능성은 낮고유권자들이 2027년 이전에 그의 후임에 대해 의견을 낼 기회가 없을 가능성이 크지만마크롱이 6월 조기 총선에서 안정 회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권위는 더 빠르게 붕괴하고 있다.

유리천장?

최근 며칠간 바르니에는 르펜의 예산안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몇 가지 정책적 양보를 했다이는 600억 유로에 달하는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을 담은 그의 예산 계획을 지원받기 위한 것이었다이는 마크롱 진영의 계획이 극우와의 최소한의 암묵적 협정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면바르니에는 NFP에 대해선 이와 같은 제안을 전혀 하지 않았다온건 좌파 성향의 의원인 제롬 게디(Jérôme Guedj)조차도 좌파가 얼마나 철저히 무시당했는지 한탄했다.

그러나 르펜의 정당은 이런 제안에 넘어가지 않았다. RN은 예산안을 여러 측면에서 비판했다이들은 제안된 긴축 조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이용하는 동시에중간 소득층 유권자들에게 세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안심시키고자 했다이에 따라이들은 연금을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연금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지출 확대 약속을 하고당 대변인 줄리앵 오둘(Julien Odoul)은 "낭비적인 정부 프로그램"과 "이민자들에게 나눠주는 혜택 사무소"를 대폭 삭감해 적자를 더욱 크게 줄이겠다는 대응안을 밝혔다이는 프랑스 국민을 위한 안전망과 라마스와미-머스크-밀레이(Ramaswamy-MuskMilei, 정부와 관료제의 축소 및 민영화를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경제적 철학을 풍자)의 관료제 축소 정신을 결합한 정책적 혼합처럼 보였다.

르펜의 정당은 최근 몇 년 동안 프렉시트(Frexit, France와 Exit의 합성어로 프랑스의 EU 탈퇴를 뜻함)처럼 가계 저축에 치명타를 줄 위험이 있는 아이디어를 버리고더 전통적인 우파 경제 입장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다동시에대규모 세금 감면과 브뤼셀로부터의 예산 반환을 요구하며 중간 소득층 유권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강화했다이 같은 변화는 RN의 슬로건인 "공공재정과 거리의 질서"라는 구호 하에 이루어졌다하지만 유럽연합 기준으로 보면프랑스는 상당한 노동운동 동원력과 강력한 좌파 야당을 가진 나라다이는 르펜조차도 이탈리아의 조르자 멜로니 연합과 같은 다른 강경 우파 세력들의 레이건주의적 접근보다는 더 섬세한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에 답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르 피가로>(Le Figaro)는 마크롱 측근을 인용해르펜이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냈다고 전했다그 측근은 르펜의 바르니에 축출 시도가 "온건중도우파 유권자를 사로잡는 것을 막는 "유리천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그러나 이는 지나치게 단순화된 분석일 가능성이 높다특히 마크롱이 6월 조기 총선을 강행한 불필요한 결정이 프랑스를 정치적 혼란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광범위한 상황에서 그렇다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 따르면프랑스 유권자 대다수(63%)는 마크롱이 바르니에 정부가 무너지면 사임하고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이 중에는 마크롱의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중에서도 적지 않은 비율(27%)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크롱은 2025년 여름까지 의회 조기 총선을 다시 소집할 수 없으며다수당을 확보할 방법도 거의 없다이번 여름 총선 이후, NFP 정당들은 좌파 소수 연합 정부의 총리로 공무원 루시 카스테(Lucie Castets)를 제안했지만마크롱은 이를 단칼에 일축했다그는 한때 친기업 성향의 중도파이자 전 사회당원인 베르나르 카즈뇌브(Bernard Cazeneuve)를 중도 및 중도우파 연합의 수장으로 임명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카즈뇌브가 연금 개혁에 대한 수정안을 제안하자 이 생각을 접었다그러나 그의 이름은 수요일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다시 언급되었다사회당 지도자 올리비에 포르(Olivier Faure)가 이를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주했지만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은 선거가 실시될 때까지 임시로 기술관료적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탈리아와 같은 기묘한 정치적 협의의 본고장에서기술관료들의 등장은 종종 극우 세력의 등장을 예고해 왔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마리오 드라기의 "국가 통합정부에 직면했을 때멜로니의 이탈리아 형제당(Fratelli d’Italia)은 주요 야당 중 유일했지만드라기의 EU 자금 지원을 받은 팬데믹 이후 지출 계획 대부분을 따르겠다고 약속했다이는 이탈리아 형제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오늘날 프랑스 상황은 중도파 진영에게 훨씬 더 암울한 그림을 보여준다이탈리아와는 달리 프랑스의 중앙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회복 지출의 절반 이상을 자체적으로 부담했으며, EU 당국이 회원국들에게 적자 삭감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프랑스의 부채는 특히 심각한 압력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3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가운데 퇴진 의사 없음을 분명히 했다. 출처: 마크롱 공식 X

바르니에 이후

마크롱과 타협을 추구하지 않았던 좌파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에마뉘엘 마크롱의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LFI는 그의 의제를 단호히 반대해왔으며다른 좌파 정당들도 자신들의 프로그램에 크게 묶인 연합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대중적 이익을 강력히 옹호하고 구체적인 정책 의제를 발전시킨 LFI는 대부분의 사회당과 녹색당 의원들마저도 더 강경한 반대 입장으로 밀어붙였다하지만 NFP는 종종 적대적인 정당들 간의 연합체로앞으로의 정국을 형성하거나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어려운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르펜이 법적 문제로 2027년 예정된 대선에 출마하지 못할 수도 있음에도 그의 진영은 강력한 위치에 있으며꾸준히 유권자 3분의 이상의 지지를 얻고 전통적 중도우파 유권자들 사이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더 넓은 정치적 문제도 존재한다최근 좌파 선거 연합이 대체로 LFI의 프로그램을 수용했더라도유럽연합의 제도적 구조에 대한 한때 체계적이었던 비판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다. EU가 국가 정부의 정책을 비민주적으로 조율하는 방식그리고 "시장 친화적명령을 (일관성은 떨어지지만강요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은 과거에 중요한 의제였으나, 2010년대 중반의 강경 긴축 정책이 완화되고 팬데믹 시기에 유럽연합 당국이 재정적 제약을 완화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초점에서 멀어졌다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이 다시 떠오르고 있으며위기에 휩싸이고 부채가 과도한 프랑스가 향후 몇 년 동안 유럽연합 블록의 문제의 진원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중도파의 실패가 자동적으로 연대적이고 좌파적인 대응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중도파의 실패는 그런 결과를 낳지 않았고좌파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보다 대체로 약화된 상태다. EU 집행위원회는 채권시장과 기타 권력과 협력해심각한 부채를 지닌 회원국의 반긴축 정책을 강력히 저지할 수 있다중간 소득층을 포함한 프랑스 소도시 지역의 많은 이들에게 RN의 국수주의적 내부 평가절하 모델—세금 감소공공 임대 주택 축소이민자 복지 축소—은 최소한 위기의 비용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약속을 제공한다르펜의 정당은 긴축 정책의 변형과 복지 국가의 일부를 방어하는 모습을 결합하여 선거에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좌파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선거에서 극단적으로 치우쳤다며 계속 배제되어 왔던 LFI는 자신만의 독특한 공간을 개척했으며광범위한 좌파 진영 내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립했다이 진영은 프랑수아 올랑드나 라파엘 글룩스만처럼 신자유주의화된 좌파 인사들과는 통합될 수 없을 것이다그러나 좌파 정당들을 통합해 25~30%의 지지를 얻는 것은 결코 충분한 목표가 아니다가능한 대안 정부를 만들기 위해좌파는 긴축을 벗어날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경로를 제시하고 부채 문제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프랑스 안팎에서 그들의 정책이 직면할 저항에 대해 솔직히 직시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출처Macronism Is Dying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데이비드 브로더(David Broder)는 자코뱅(Jacobin)의 유럽 편집장이자, 프랑스와 이탈리아 공산주의의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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