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및 환경 시위가 전 세계적으로 범죄화되고 탄압받고 있다. 이러한 시위의 범죄화는 영국과 호주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러한 현상을 전 세계적 관점에서 포착하려는 시도는 없었다.
최근 브리스톨 대학교 동료 세 명과 함께 발표한 보고서는 이 탄압이 실제로 전 세계적 추세임을 보여주며, 기후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 범죄화와 탄압은 남반구, 북반구 모두에서 발생하며, 민주주의가 비교적 높은 국가와 낮은 국가 모두에서 나타난다. 그러나 각국에서 이를 시행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가나에서는 무차별적인 금광개발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가나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이를 막았다. 출처 : 현지 방송 화면 갈무리
보고서는 기후 시위와 환경 시위를 구분한다. 환경 시위는 특정 환경 파괴적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캠페인을 의미하며, 주로 석유와 가스 채굴, 파이프라인 건설, 삼림 벌채, 댐 건설, 광산 개발에 반대하는 시위가 포함된다. 이러한 시위는 전 세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기후 시위는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변화를 완화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며, "이 발전소를 짓지 마라"와 같은 구체적인 요구보다는 "지금 당장 전 세계 배출량을 줄여라"와 같은 더 큰 정책적 또는 정치적 요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시위는 도시 지역에서 자주 발생하며, 북반구에서 더 흔하다.
활동 탄압의 네 가지 주요 방식
기후 및 환경 시위의 범죄화와 탄압이 심화되며, 이는 네 가지 주요 형태로 나타난다.
1. 반(反)시위 법 제정
반시위 법은 경찰에게 시위를 저지할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거나, 새로운 범죄를 도입하거나, 기존 범죄의 형량을 늘리거나, 시위자를 해치더라도 경찰에게 면책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포함할 수 있다. 조사한 14개국에서 2019년 이후 이러한 법안이 22건 제정된 것을 확인했다.
2. 기소와 법원을 통한 시위의 범죄화
이는 테러나 조직 범죄를 대상으로 설계된 법을 기후 및 환경 운동가들에게 적용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독일에서는 ‘레츠테 제너라치온’ (Letzte Generation, 마지막 세대)이라는 직간접 행동 그룹(Just Stop Oil과 유사)이 2024년 5월 "범죄 조직 설립" 혐의로 기소되었다. 이 법 조항은 주로 마피아 조직을 대상으로 사용되었으며, 비폭력 그룹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핀에서는 환경운동가들에게 반테러법이 적용되어 이들이 자신들의 고향 섬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출처 : Unsplash, Koshu Kunii
기후 시위의 범죄화는 기소 기준을 낮추거나, 법정에서 기후 변화 문제를 언급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유죄 판결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법정 절차를 변경하는 것도 포함된다. 기업들이 자신들에게 반대하는 활동가들을 상대로 금지 명령을 발부받는 사례도 이에 해당한다.
3. 강화된 경찰력
강화된 경찰력은 활동가들에 대한 불심 검문과 감시, 체포, 폭력, 침투, 협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활동은 경찰과 군대 같은 국가 행위자뿐 아니라 사설 경비, 조직 범죄, 기업과 같은 민간 행위자들에 의해서도 수행된다.
독일에서는 지역 경찰이 한 에너지 대기업(그리고 그들의 사설 소방대)과 협력해 석탄 광산 시위대를 퇴거시킨 혐의를 받았다. 페루에서는 사설 경비가 광산 반대 시위대를 감시하고 진압하는 데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4. 살인과 실종
가장 극단적인 경우, 환경운동가들이 살해되거나 실종된다. 이는 강화된 경찰력의 연장선으로, 주로 동일한 행위자(경찰, 조직 범죄, 기업 등)에 의해 협박이 선행된다. 비영리단체 ‘글로벌 위트니스’(Global Witness)의 데이터를 사용해 브라질, 필리핀, 페루, 인도에서 이러한 사건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브라질에서는 대부분의 살인이 조직 범죄 단체에 의해 이루어진다. 페루에서는 경찰이 주로 이러한 행위를 저지른다.
기후 시위는 증가하고 있다
기후 및 환경 시위와 이에 대한 탄압을 세계적 관점에서 분석하기 위해, ‘무장 분쟁 지역 사건 데이터베이스’(Armed Conflicts Location Event database)를 사용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기후 시위가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후로 감소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 1,000건 이상의 시위가 기록된 81개국에서, 기후 시위는 평균적으로 전체 시위의 약 4%를 차지했다. 이 데이터는 기후 시위가 점점 더 중요한 글로벌 현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 시위는 2010년대 후반에 연구 대상이 된 14개국에서 급격히 증가했다. (데이터는 5개월 단위로 평활화되었으며, 시위 수는 국가별 월 평균 기준이다.) 베를룬드 외(Berglund et al) 출처: ACLED
이 두 번째 그래프는 환경 시위가 더 점진적으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동일한 14개국에서의 환경 시위. 출처: ACLED, CC BY-SA
우리는 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활동가들이 어떤 종류의 탄압을 겪는지 확인했다. 시위 사건 보고에서 특정 키워드를 찾아본 결과, 평균적으로 기후 및 환경 시위의 약 3%가 경찰 폭력을 경험하고, 6.3%가 체포와 관련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러나 이러한 평균 뒤에는 시위의 성격과 그에 대한 경찰 대응에서 큰 차이가 존재한다.
체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멸종에 저항’(Extinction Rebellion, 2018년 영국에서 설립된 비폭력적 시민 불복종 운동)과 같은 시위 그룹의 존재와 체포를 더 자주 집행하는 경찰이 결합하면서, 호주와 영국과 같은 국가들은 체포율이 매우 높다. 호주의 기후 및 환경 시위 중 약 20%가 체포와 관련되어 있으며, 영국에서는 17%가 체포로 이어졌다. 세계에서 체포율이 가장 높은 국가는 캐나다로, 27%에 달한다.
한편, 페루(6.5%)와 우간다(4.4%)와 같은 국가에서는 경찰 폭력 발생 비율이 높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 비교적 높은 경찰 폭력 비율(3.2%)과 낮은 체포율(3.2%)로 두드러진다.
요약하자면, 범죄화와 탄압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하지는 않지만, 놀라운 유사점이 있다. 많은 국가에서 탄압이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와 기업 행위자 모두가 관련되어 있고,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러한 탄압은 국가들이 기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활동가들을 범죄화함으로써, 국가들은 그들을 탈정치화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활동가들이 기후와 환경의 상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정부의 부족한 조치를 지적하는 데 있어 옳다는 사실을 은폐한다.
[출처] Repression of climate and environmental protest is intensifying across the world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오스카 베를룬드(Oscar Berglund)는 브리스톨 대학교 국제 공공 및 사회 정책학과 선임 강사이고, 티 프랑코 브로토(Tie Franco Brotto)는 브리스톨 대학교 정책 연구 학과 박사 과정 연구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