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비 폭탄'과 가스공사 '착한 적자', 정부가 책임져야

횡재세 도입하고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 폐해 바로잡을 필요도

살을 에는 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들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잇따랐다. 지난해 여름 지역난방 요금과 주택용 도시가스 요금이 모두 인상되었다. 여전히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14조 원 가까이 누적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가스공사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고, 에너지 요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들도 속속 나온다. 해답은 무엇일까. 문제는 에너지 공급 위기의 책임을 공기업에 전부 떠넘기고 민자발전사의 이윤 추구만을 돕는 정부 정책에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우리 삶의 필수재인 에너지 공급에 대한 정부의 직접 재정 지원을 실시하고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의 폐해를 바로잡는다면, 난방비 인상 없이 가스공사의 재정 위기를 해소하고 도시가스의 지속적·보편적 공급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난방비 인상이 아니라, 직수입 문제 해결과 공익서비스 비용 지불이 필요". 참세상 

25일 오전, '난방비폭탄방지법으로 겨울을 따뜻하게'라는 주제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허성무 의원실과 공공운수노조,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가 함께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는 '난방비폭탄방지법'이라 이름붙인 '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필요성과 시행 방향을 논의하며 가스공사의 미수금 발생 구조와 해결방안을 살폈다. 

구준모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기획실장은 이날 발표에서 "가스공사의 미수금 중 특히 가정용 사용에서 발생하는 부분을 사회적 적자로 규정하고 그 상당 부분을 정부의 재정 지원을 통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짚었다. 공사의 미수금은 천연 가스 국제 가격의 상승폭이 클 때 이를 소비자 요금에 완전히 반영하지 않고, 필수재인 가정용 에너지에 대한 시민들의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과정에서 누적된 공공부문의 '착한 적자'라는 것이다. 

구준모 실장은 난방비 인상은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봤다. 이미 실행된 에너지 요금 인상으로 저소득층을 비롯한 다수의 시민들이 생계비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으로, "가정용 에너지 사용은 필수재 소비이고 전기와 난방용 도시가스의 경우 대체재가 없기 때문에 요금이 오른다고 해도 사용량을 줄이기가 매우 힘들다. 특히 저소득층 가구일수록 지출에서 에너지 등 필수적 재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고정적 지출 비중이 크다. 추가 소비 여력이 낮은 가구의 경우 에너지 요금 부담의 증가는 다른 필수재 소비를 줄일 위험이 있다. 또는 에너지 사용 자체를 줄여 자신의 건강과 안녕을 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 에너지 공급망의 장기적 불안을 고려했을 때, 과거와 같이 가스요금을 약간 인상하는 방식으로 공사의 미수금을 회수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사례는 유럽과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 발표에 따르면 독일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약 1,142억 유로를 에너지를 공급하는 유틸리티 기업 등에 지원했고, 같은 기간 1,350억 9,500만 유로를 가계에 지원했다. 영국의 경우 유틸리티 기업에 460억 유로를, 가계에 1,033억 2,000만 유로를 지원한 바 있다. 일본의 경우도 2023년 1월부터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요금 보조금을 지원하고 요금 억제 목표를 설정했다. 에너지 요금 경감 예산을 배정하고, 대부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도 했다.  

구준모 기획실장은 "유럽과 일본 등은 보편적으로 정부의 재정 지출을 통해 에너지 위기의 비용을 정부가 어느 정도 책임지는 구조를 갖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한전과 가스공사 두 공기업에 그 책임을 모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구 실장은 "한국 정부도 정책에 의해서 발생한 비용에 대해 책임지고 부담하고, 에너지 위기와 에너지 전환 시에 더욱 중요해질 가스공사의 기능을 재정립하고 강화해야 한다"면서 그 방안으로 에너지 부분에 필수 공익 서비스 의무(PSO, Public Service Obligation) 개념을 도입하고, 그 비용을 정부가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PSO는 이윤을 추구하는 시장 원리로는 지속되기 어려운 공공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권을 보장하는 제도로, 한국에서도 철도와 통신 분야에서 도입되어 정부가 그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직접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횡재세 도입'을 제시했다. 발표에 따르면 에너지 위기가 발생하기 전인 2000년, 대표적인 3개 민자 발전사들은 도합 6천억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누렸다. 이후 에너지 위기가 심화되던 2021년부터 2023년에도 그 규모가 크게 확대되어 총 3년간 약 5조 7천억 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누적되었다. 구준모 실장은 "민자발전사는 외부적인 요인이나 우연적인 수익 기회에 따라 큰 이득을 본 반면, 한전과 가스공사는 큰 부담을 지게 되었다"면서 "횡재이익을 누린 쪽으로부터 손실을 입은 쪽으로 재분배를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공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횡재세는 매우 급진적이거나 유별난 정책이 아니라, 유럽 각지에서도 시행된 바가 있다"고도 짚었다. 구 실장에 의하면 민자발전 3사의 평시 영업이익 평균의 합계 약 5천억 원을 제외하고, 2022-23년에만 약 3조 원의 횡재세를 걷을 수 있다. 횡재세를 새로 도입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시행하던 SMP 상한제를 강화해 상시 적용하면 원리적으로 횡재세와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구 실장은 또한 "더욱 바람직한 방법은 횡재이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천연가스 직수입 제도와 민자발전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일"이라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할 때는 직수입을 선택하고, 가격이 상승할 때는 가스공사로부터 물량을 공급받는 민자발전사들의 체리피킹(Cherry Picking) 전략이 가스공사에게는 원료비 부담 증가로, 시민들에게는 난방비 폭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적 문제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방비폭탄방지법으로 겨울을 따뜻하게". 참세상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난방비폭탄방지법(도시가스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이러한 문제의식들이 일부 담겨있다. 

핵심적으로는 '보편적 공급'과 '공익서비스' 개념을 법의 정의 조항에 추가했다. 시민들이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차별없이 보편적으로 도시가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원료비 연동제와 그 유보에 관한 조항도 신설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의 변동을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하도록 하되, 소비자 부담과 물가 영향을 고려하여 연동제의 적용을 일시적으로 유보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연동제의 유보로 발생하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에 대해서는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난방비폭탄방지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으로 지난 2월 19일 소관 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상정,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로 회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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