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여론조사들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회복됐고, 윤석열 탄핵 반대나 부정선거 지지율도 30%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이어진 한덕수·최상목 권한대행들의 ‘내란 동조행위’, 보름이나 이어진 윤석열 체포 대치 국면, 여야정 국정협의체로 내란 세력과의 협상에 집중한 민주당 전략이 빚어낸 결과다.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전열을 정비한 극우·보수세력이 윤석열의 ‘민주주의 파괴’, ‘내란 행위’를 여야 간 정쟁 구도로 왜곡하는 것에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한데 우리가 우려하고 주목해야 할 것은 오랜 기간 아스팔트에서의 대중운동을 통해 확산되고 공고해진 ‘극우세력’의 이념과 풀뿌리 조직력이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이제 ‘보수’의 언어가 아니라 전광훈으로 대표되는 ‘극우’의 세계관과 언어를 거침없이 내뱉고 있다. 윤석열은 2017년 “박근혜 탄핵 반대”를 외치며 결집한 태극기부대의 구호였던 ‘계엄을 선포하라’, ‘국회를 해산하라’를 실천했다. 한남동 관저 앞 집회에서 전광훈에게 90도 인사를 하는 윤상현 의원, 스크럼을 짜고 관저 앞을 지킨 40여 명의 국민의힘 의원들까지. 향후 사회운동의 규모와 기세가 얼마나 압도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극우 대중정당’의 탄생 역시 달려있다.
우리는 광화문과 한강진에서 상당한 규모로 모인 극우 대중 집회를 목격했다. 자신들만의 ‘진실’에 매몰된 발언들에 정신이 아득해지지만, 이들이 종교적 광기와 망상만이 아닌, 자신들의 정치 이념과 목표를 분명히 가진 세력임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들은 반북·반좌파·반페미니즘·반성소수자·반노조·반이주민을 외치면서 ‘애국’을 핵심적 가치로 내세운다. 또, 태극기와 성조기를 함께 흔든다. 이들이 보수가 아니라 극우인 이유는 자신들의 이념을 관철하기 위해서라면 민주주의는 폭력으로 짓밟아도 좋다고 진심으로 믿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국가는 민주주의 체제 아래 사회구성원들이 평등하고 존엄하게 살아가는 장소가 아니라, ‘외부의 적’들을 척결하고 지켜야 할 신성한 대상일 뿐이다. 그것이 12월 3일 이후, 한 달 반 동안 우리가 겪고 있는 폭력의 실체다.
2017년 이후, 꾸준히 성장한 극우세력은 이제 광화문·극우·개신교·태극기부대로 한정되지 않는다. 전국 곳곳 지역마다 ‘자유마을’과 같은 풀뿌리 대중운동으로 확장되고 있다. 참여 구성원 역시 소득·학력·연령·지역 분포 등에서 다양해지고 있다.
이렇듯 기존의 극우 개신교 고령층 위주의 구성에서 극우세력이 다양한 방향으로 확장하게 된 주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 때문이다. 거대 양당으로 대표되는 기득권 정치는 시민들이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삶의 불안과 위기를 호소하고 정치적 주체로서 사회 변화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을 봉쇄했다. 그 틈을 극우세력이 파고들어 ‘외부의 적’을 통한 ‘애국’을 기치로 이들을 정치세력으로 조직했다.
여의도·광화문·한남동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광장을 열어낸 우리는 전면화된 극우 정치에 한 치의 물러섬이나 타협 없이 맞서야 한다. 이들을 일종의 정치 행위자로 인정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나아가 극우 정치세력화를 초래한 기득권 정치와 ‘그들만의 자유민주주의’를 넘어, 평등하고 존엄하게 함께 살아가기 위한 토대로서 민주주의를 다시 쌓는 여정을 이어가야 한다. ‘윤석열’만 사라지고마는 정권교체는 극우 정치의 비옥한 토양이 될 뿐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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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윤석열 퇴진! 세상을 바꾸는 네트워크’가 발행하는 <평등으로>에 실린 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