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두 번째 전쟁

 

[출처] Unsplash, Jeff Kingma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고, 헤즈볼라와의 분쟁은 이 지역에 실존적 위협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더 큰 전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몇 주가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역 전쟁의 격화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이자 수석 협상가인 이스마일 하니예를 테헤란에서 암살하고, 헤즈볼라 무장 정파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인 푸아드 슈크르를 베이루트에서 암살한 지 2주 만인 8월 15일, 휴전 협상을 재개하는데 동의했다. 이란과 헤즈볼라 모두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하겠다고 공언했다.

서방 외교관들이 가자지구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협상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지고, 미국과 카타르, 이집트는 확전을 우려하여 새로운 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협상에는 휴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 간의 포로 교환이 포함될 것이다. 또한,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를 늘리고 수년간의 분쟁으로 황폐화된 인프라를 재건하기 위한 강력한 계획을 세워 인도주의적 필요를 우선시할 것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8월 15일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확인하면서 미국-카타르-이집트 성명에 화답했다. 하니예를 대신해 하마스 정치국 의장을 맡은 야흐야 신와르는 5월 말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에 따라 이스라엘이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도록 강제하는 방안을 중재자들에게 제안할 것을 촉구했다. 하마스 대표는 추가 협상이 "우리 국민에 대한 집단 학살 전쟁을 지속시킬 수 있는 점령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측 대표가 8월 15일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전쟁 종식에 대해 전혀 진지하지 않다고는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하다.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네타냐후 정부에 대해 실질적인 압력을 가하는 것을 피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추가로 35억 달러의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는데, 이 지원금은 미국산 장비에 사용될 예정이다.

10월 7일 직후 몇 달 동안 네타냐후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5월 말 바이든이 제안한 휴전과 이스라엘 인질 석방을 보장하는 협상을 네타냐후가 거부한 데 반발해 6월 중순 정부에서 사임한 베니 간츠보다 더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타냐후의 고집은 이스라엘 국민들 사이에서 지지를 잃기보다는 오히려 승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협상이 이스라엘에 의해 지속적으로 방해받았던 이전 협상과 다를 것이라고 기대할 이유는 거의 없어 보인다.

6월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쟁이 곧 "덜 격렬한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신호를 보였으며, 이 단계는 하마스의 재편성을 막기 위한 표적 공격이 특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의 난민들을 보호하던 학교를 공격하여 10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생명을 앗아간 것을 포함한 학살을 계속하고 있음에도, 하마스는 가자지구 내 이스라엘 군인들을 상대로 한 작전을 지속하고 있다. 하니예와 달리 카타르가 아닌 가자지구에 기반을 둔 신와르가 하마스의 정치국장으로 임명되고, 10월 7일 공격의 설계자로 알려진 그가 지도부에 오른 것은 이스라엘이 휴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하마스가 싸움을 계속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후, 이란은 주권을 방어할 권리를 주장하면서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공격을 끝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대응 수위를 낮출 의향이 있음을 시사했다. 새로 취임한 이란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프랑스 대통령에게 미국과 유럽이 이스라엘에게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촉구해야 긴장을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의 군사적 대응이 있을지, 있다면 그 범위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란은 하니예 암살 이후 며칠 동안 동맹국, 파트너, 외교 중재자들과 광범위한 논의를 하며, 이스라엘과의 억지력을 재확립하면서도 지역적 확전을 피할 수 있는 대응의 범위를 협상했을 가능성이 있다.

헤즈볼라는 슈크르 암살에 대한 예상되는 대응의 시기, 범위, 강도에 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다. 헤즈볼라 사무총장 하산 나스랄라가 최근 연설에서 대응이 임박했음을 확인하면서 언론에서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헤즈볼라와 가까운 레바논의 한 신문은 헤즈볼라가 대응의 일환으로 텔아비브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나스랄라는 의도적으로 발언을 모호하게 유지해 이번 대응이 저항 세력 내 다른 세력과의 공조 작전인지, 헤즈볼라의 단독 작전인지는 불분명하게 남겨 두었따. 나스랄라는 헤즈볼라의 행동을 둘러싼 불확실성 자체가 헤즈볼라 대응의 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과 헤즈볼라는 보복 공격의 정확한 시기와 대상을 신중하게 선택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전쟁의 확대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란과 헤즈볼라와 달리 이스라엘은 현재 진행 중인 전쟁을 확대할 가능성뿐만 아니라 그럴만한 이해관계로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테헤란과 헤즈볼라가 움직이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이스라엘에 "대응을 제한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어도 공개적인 성명에서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전쟁 발발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공보담당 차관은 최근 오프카메라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이 "억지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이 지역에으로 군사 자산을 이동했지만, 확전이 "임박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이 반드시 레바논과 이스라엘 사이의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 양국 간의 상호 억지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10월 8일부터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헤즈볼라의 공격이 반드시 같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목표는 10월 7일 이전부터 변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서방과의 관계 정상화에서 이룰 수 있는 모든 진전을 약화시키고, 버락 오바마가 중재하고 도널드 트럼프가 철회한 핵무기 프로그램 개발 포기의 대가로 미국의 제재를 해제하는 핵 협상을 막으려 한다. 이는 직접적인 전쟁으로 확대되지 않고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목표다.

헤즈볼라의 경우 상황은 다르다.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며칠 동안 이스라엘 내각은 레바논에 대한 선제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하마스와 다른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직후,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제2전선의 침공 가능성을 우려하여 3개 사단(1개 사단에 1만~2만 5천 명의 병력이 배치)을 북부 국경으로 파견했다. 한 사단 사령관은 헤즈볼라가 침공을 선택했다면 "우리는 레바논 국경에서 남쪽으로 26마일 떨어진 하이파에서만 그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일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을 막은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막판 개입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은 북부에서 10월 7일과 같은 공격이 반복될 가능성에 대한 두려움과, 헤즈볼라로 인해 7만 명 이상의 이스라엘인이 대피하게 된 북부 정착촌의 취약성을 지속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격퇴와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이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간에, 이스라엘은 국경 근처에 위치한 대규모, 고도로 훈련된, 무장된 군사 조직과 맞서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의 전쟁이 임박하지는 않았더라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게다가 이스라엘이 레바논과의 전쟁을 확대할 경우 이란이 반드시 개입할지는 불분명하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이전에 전쟁이 발발하더라도 이란의 개입을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네타냐후가 6월에 계획했던 것처럼 이란과의 전면전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도 가자지구에서 레바논으로 군의 자원을 전환할 기회를 잡으려는 것일 수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개월 동안 표적 암살을 통해 헤즈볼라의 군사 지도부를 조직적으로 공격했고, 이로 인해 헤즈볼라의 전략적 역량이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헤즈볼라의 방대한 무기고나 고도로 훈련된 수만 명의 전투원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암살은 이스라엘 북부의 내부 난민 위기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며 대신 아이언 돔(Iron Dome) 방어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쟁으로 인해 레바논 남부 국경 마을과 도시에 거주하는 약 9만 8천 명의 주민이 내부 난민이 되었고, 이스라엘도 북부 정착촌에서 9만 명에 달하는 자국민을 대피시켜야 했다.

퇴역한 이스라엘 장성 이츠하크 브릭은 레바논과의 전쟁을 "집단 자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아이언 돔이 수개월 동안 무인 항공기(UAV), 로켓, 미사일 요격에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이스라엘에 매일 쏟아질 것으로 추정되는 수천 발의 미사일뿐만 아니라 매일 수십 발의 미사일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스라엘 정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15만에서 20만 개의 미사일과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란 소식통은 거의 100만 개에 달하는 미사일과 로켓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보유량은 이 둘의 중간 정도일 것이다.

레바논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특히 남부, 베카 계곡,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이 엄청난 파괴를 겪을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스라엘도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것이 이전과 다른 점이다. 

[출처] Israel’s Second War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나세르 엘라민(Nasser El-Amin)은 알 쿠드스 알 아라비(Al-Quds al-Arabi) 외신 데스크 에디터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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