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부채와 인간의 교환

출처: Unsplash, Mitchel Lensink

그리스 레스보스 섬의 들쑥날쑥한 해안선은 에게해로 이어져 있으며, 터키 해안선에서 몇 마일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이곳은 부유한 국가들이 자국의 국경을 향해 오는 사람들을 가로막고 잔인하게 다루도록 상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 종종 부채를 진 국가들을 고용하는 ‘국경 외부화’라는 무자비하고 체계적인 관행이 이루어지는 장소다.

2021년에 가자지구를 떠나 이스라엘의 철벽과 폭력으로부터 도피해 ​“미래도, 일자리도, 가능성도 없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난처를 찾으려 했던 23세의 아흐메드는, 바로 이곳에서 그리스 국경 순찰대에게 구타당하고, 고장 난 엔진을 가진 고무보트에 남겨졌다. 아흐메드가 그리스에 도착하기까지 다섯 번의 시도가 필요했으며, 그 과정은 공포와 굴욕으로 가득 찼다. 그리스는 독일에 있는 사촌들과 재회하기 위한 긴 여정의 한 단계에 불과했다.

그래도 아흐메드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은 에게해와 지중해에서 익사했다.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을 대신해 이주하는 사람들을 구타하고 투옥하며, 심지어 살해하는 일에 나선 이유는 EU가 빚이 많은 이 나라에 재정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방부 장관 파노스 캄메노스는 이를 직접적이고 냉정하게 설명했다. "만약 [EU 채권단이] 우리를 공격한다면, 우리도 그들을 공격할 것이다. 우리는 솅겐 지역을 여행하기 위해 어디에서든 오는 이민자들에게 서류를 제공하여 이 인파가 베를린으로 곧장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스가 부채를 통해 종속되고 국경 외부화라는 더러운 작업에 참여하게 된 것은 가이아나의 역사학자 월터 로드니가 말한 것처럼, 식민지배자들이 도둑질, 노예화, 억압을 통해 경제를 파괴한 저개발 국가였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에서 흔히 관찰되는 패턴의 극명한 예다. 이 국가들은 이후 부채를 포함한 새로운 지배 관계를 통해 바로 그 식민지배자들에게 종속된 상태로 남겨졌다. 

부르키나파소의 전 대통령인 토마스 상카라가 1987년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의 예지력 있는 연설에서 설명했듯이, “제국주의에 의해 지배된 부채는 아프리카를 교묘하게 다시 정복하는 수단이다.” (국경) 외부화는 이 재정복의 주요 특징 중 하나다.

2023년 7월에 발표된  In These Times 의 폭로 기사는 유럽이 세네갈과 모리타니와 같은 국가들에게 이스라엘이 제조한 휴대전화 해킹 기술인 셀레브라이트(Cellebrite)를 제공해 유럽 해안으로 이동하는 이주민들을 추적하도록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깊은 부채에 시달리는 리비아는, 파시즘적이고 집단학살적인 이탈리아 식민주의, 무아마르 카다피의 독재, 그리고 그를 죽이는 데 가담한 미국 주도의 제국주의적 개입으로 고통받아 온 나라다. 리비아는 EU가 자금을 지원하는 해안경비대를 이용해 이주민들을 저지하고, 노예로 삼고, 고문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부채와 인간 생명을 맞바꾸는 관행이 얼마나 흔하고 타락했는지를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로, 엄청난 부채 부담에 시달리던 이집트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강제 이주시키고 인종 청소하는 대가로 거액의 부채 탕감 제안을 거절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출된 문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실제로 이 계획을 고려하고 있었다.

서반구에서도 이러한 외부화 협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후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나마는 부패, 불평등, 부채 문제에 시달리면서, 미국으로 향하는 난민들을 저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로부터 자원을 제공받는 것을 수락했다.

멕시코는 오랫동안 미국과의 국경을 단속하며 외국의 원조와 투자에 대한 대가로 사람들을 추방하는 데 동의해왔다. 미국-멕시코 국경은, 망명을 신청하려다 거부당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이 소노란 사막과 치와와 사막을 통과하는 위험한 경로를 택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육로 이동 경로가 되었으며, 6월에 바이든이 망명 쿼터를 부과하면서 사망자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글로벌 노스를 대신해 같은 남반구의 사람들을 잔인하게 대하는 이유를 이해하려면, 글로벌 국경을 획정하고 부채를 부과하는 새로운 제도를 통해 식민지 억압이 어떻게 지속되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20년 동안 유럽 제국들은 해체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시작되었다. 전후 결성된 유엔(UN)은 세계가 독립된 국민 국가로 평등하게 구성되었다는 허구, 그 이전의 식민지 시대를 무시한 허구에 의해 움직였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이전에 식민 지배를 받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식민 지배자들에 맞서 반란을 일으키며 자결권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국가를 건설했다. 이들은 자급자족하는 폐쇄 경제, 국유화된 산업, 그리고 강력한 공공 서비스를 포함하는 구체적이고 종종 사회주의적인 정책들을 도입했다.

이집트, 유고슬라비아, 가나, 인도네시아 등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의 120개 국가는 식민주의, 제국주의, 인종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미국이나 소련과의 동맹을 거부하는 비동맹 운동을 결성했다. 

그러나 이들 과거 식민 지배를 받았던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의 식민지 약탈로 부를 축적한 새로운 글로벌 인종 자본주의 체제의 압력에 맞서 싸울 기회가 거의 없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식민지 시기 동안 인도로부터 45조 달러를 약탈했다.

미국이 지배하고 종종 제국주의의 도구로 묘사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orld Bank) 같은 조직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과거 식민지 국가들이 수출 지향적 성장을 위해 사회주의 체제를 포기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데 앞장섰다. 이들의 경쟁력을 촉진하기 위해 대출이 제공되었는데, 이자와 수수료, 사회주의 모델에서 벗어나 경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어 시민들이 의존하는 공공 서비스가 축소되었다.

1970년부터 2022년까지 과거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은 이자만으로도 2.5조 달러를 채권자들, 즉 이전의 식민 지배자들에게 지불했다. 이들 국가는 공공 서비스가 축소됨에 따라 급격한 불평등에 직면했다. 오늘날 아프리카에서는 매년 2,030억 달러가 유출되고 있으며, 그 중 680억 달러는 탈세로 인해 빠져나가고 있다.

이러한 역사를 고려해, UCLA 법학 교수 텐다이 아추미는 이주를 탈식민화의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경을 넘어 사람들이 이동할 권리보다, 국경을 방어할 국가의 권리가 중심이 되는 세계 질서를 비판한다.

(국경) 외부화는 세계 국경의 경직성과 잔혹함의 증거일 뿐만 아니라, 부유한 국가들이 1951년 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 의정서와 같은 국제 협약에 명시된 망명권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추세의 증거이기도 하다. 또한 망명권이 필요한 것은 그 이전의 식민지 역사, 분열과 정복 전략이 낳은 전쟁, 세계를 엄격하게 구획하는 국민 국가 체제 때문이다. 

국경과 부채는 폭력의 새로운 도구로, 이 시스템은 식민주의, 탈식민주의, 인종 자본주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이미) 수십 년, 아니 수세기 동안 이 시스템은 재정적 이익과 지속성을 위해 흑인과 갈색인종의 삶을 어둡게 하고, 종속시키며, 파괴하는 데 주력해 왔다. 

"우리는 이 빚에 대한 책임이 없으므로 갚을 수 없다"라고 상카라는 1987년 연설에서 선언했다. “우리는 갚을 수 없다. 다른 이들이 가장 큰 부로도 결코 갚을 수 없는 빛을 우리에게 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피의 빚이다. 우리의 피가 흘렀다.”

[출처] Borders and the Exchange of Humans for Debt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헤바 고와예드(Heba Gowayed)는 CUNY Hunter College의 사회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의 연구는 국경을 넘어 이주하는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직면하는 불평등하고 종종 폭력적인 제도에 중점을 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태그
태그를 한개 입력할 때마다 엔터키를 누르면 새로운 입력창이 나옵니다.

의견 쓰기

댓글 0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