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 협약 75주년, 전쟁 규칙의 쓸모

 

출처: Wikimedia/Creative Commons

1949년 8월 12일 제네바 협약(Geneva Conventions)이 채택된 지 75년이 지났다. 이론적으로, 이 전쟁 규칙은 모든 국가가 보편적으로 동의한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거의 모든 곳에서 이 규칙이 일상적으로 위반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20건의 무력 분쟁이 발생하고 있고, 450개 이상의 무장 단체가 있으며, 1억 5천만 명 이상의 인구가 이들의 통제 하에 있는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취약 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매일 뉴스 헤드라인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 인도법은 군사력과 정치적 무관심에 직면했을 때 무의미하거나 너무 늦어 보일 수 있다.

올해는 또한 덜 희망적인 다른 기념일들을 맞이하고 있다. 시리아에서 ISIS가 야지디족을 집단 학살한 지 10년,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발발한 지 10년이 되는 해다. 중동과 남중국해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적 가치 

모든 사회에는 전쟁에 관한 문화적, 종교적, 법적 규칙이 존재한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의 극심한 참상을 겪은 후, 전 세계는 무력 충돌을 규율하는 성문화된 상세한 규칙들의 집합에 합의했다. 

각국은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와 전쟁 경험에도 불구하고, 민간인과 포로로 잡힌 적군, 전사자에 대한 대우에 있어 군사적 필요와 인도주의적 이상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며 제네바 협약 규칙에 동의했다.  

1949년 협약은 여전히 국제 인도주의법, 즉 무력 분쟁법의 핵심으로 남아 있다. 이 법은 수년에 걸쳐 내전, 화학무기, 대인 지뢰, 고문, 강제 실종 등을 다루는 여러 조약과 의정서로 확장되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잔혹 행위의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많은 규칙은, 교전 당사자들 간의 상호 존중에 의해 작동한다. 즉, 우리 군인을 포로로 잡았을 때 잘 대우하면 우리도 똑같이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규칙들은 전쟁에 휘말린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인 대우를 요구하기도 한다. 이는 설령 한 교전 당사자가 그 규칙을 위반했거나, 공격을 금지하는 유엔 헌장을 위반하여 전쟁을 시작했더라도 마찬가지이다.

4개의 협약, 400개의 조항 

제네바 협약은 400개 이상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감자 처우, 병원 및 의료진 보호, 인도적 지원 허용, 고문, 강간, 성폭력 금지에 대한 세부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사실 1949년에는 4개의 협약이 채택되었다. 처음 세 개의 협약은 전장, 해상, 포로로 잡힌 경우 부상당한 군인을 보호하는 기존 법률에 기반한 조항이었다.

네 번째 핵심 협약은 점령지 등 적의 지배하에 있는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내전 중 사람들의 인도적 처우에 관한 기본 규칙을 하나의 조항으로 규정한 것은, 국제법이 두 개 이상의 국가 간이 아닌 한 국가 내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규제한 최초의 사례였다.  

전쟁과 평화 

일부는 최초의 제네바 협약이 채택된 1860년대에 국제 인도법이 전쟁을 인정하고 평화를 주장하는 것을 포기했기 때문에, 잘못된 접근 방식을 취했다고 주장한다. 

학자 사무엘 모인이 주장한 것처럼, 이는 우리가 전쟁 자체에 반대하는 이상과 그 안에서 발생하는 범죄에 반대하는 것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게 만들었다.

인도법은 또한 군사 목표에 대한 공격 중 민간인에게 가해지는 최소한의 피해를 "부수적 피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시 말해, 모든 민간인 사망이 전쟁 범죄로 간주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몇몇 협약의 조항들은 오늘날 다소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보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포로를 위한 식수와 음식과 함께 담배가 언급되는 경우가 그렇다.

그러나 국제 적십자 위원회에서 일하며 직접 경험한 바로는, 국제 인도법이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보았다. 법이 준수될 때, 그것은 생명을 구하고 삶을 개선할 수 있다.

영원한 경계

전 세계 교전 당사자들은 여전히 적십자가 수천 명의 구금자를 면회하고 이들의 처우 개선에 대해 협상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교전 당사자들은 포로 교환, 인질 석방, 전사자 송환, 부상당한 적군 병사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한 협정을 체결한다. 

때로는 국가들이 전쟁 범죄 혐의를 조사하기도 한다. 또한, 제네바 협약은 교전 당사자들이 더욱 강력한 보호를 위한 추가적인 협정을 맺을 수 있도록 한다.

제네바 협약과, 더 넓게는, 국제인도법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러한 규칙들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행위에 기본적인 한계를 설정하고, 기초적인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규칙들이 최소한 적극적으로 위반되지 않도록 하고, 이상적으로는 그 보호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국가들은 세 가지 주요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첫째, 집단적 책임에 초점을 맞추고, 스스로 법을 준수하며, 다른 이들의 (법에 대한) 존중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대규모 파괴를 정당화하기 위해, 규칙의 근본적인 인도주의적 목적을 무시하는 방식으로 기술적인 법적 논리를 사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셋째, 테러리즘, 반란, 신기술 등 예외적인 국가 안보 위협이 이러한 규칙을 포기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국가의 주장에 저항해야 한다.  

이러한 규칙이 가장 필요한 것은 정치와 다른 법이 전쟁을 막지 못한 가장 심각한 상황일 때이다. 이 규칙들에 대한 더 큰 존중은 생명을 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전쟁의 참상을 예방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출처] The Geneva Conventions at 75: do the laws of war still have a fighting chance in today’s bloody world?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마니 로이드(Marnie Lloydd)는 테 헤렌가 와카-웰링턴 빅토리아 대학교의 뉴질랜드 공공법 센터 공동 디렉터이자 법학 선임 강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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