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토록 많은 노동자들이 트럼프를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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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팀스터스 노조 위원장 션 오브라이언의 공화당 전당대회(RNC) 발언 이후, 진보적 논객들은 노동계 지도자가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노동자들 사이에서 갖는 인기를 인정하는 것 자체에 경악했다.

예를 들어, The Atlantic에 기고한 데이비드 그레이엄은 트럼프의 노동계급에 대한 호소를 "가장 가짜인 포퓰리즘"이라고 묘사했으며, Rolling Stone은 7월의 공화당 전당대회를 "공허한 포퓰리즘적 수사로 노동계급을 유혹하려는 시도"라고 요약했다.

이러한 평가에는 어느 정도 명백한 진실이 있다. 트럼프는 인디애나의 캐리어 공장에서 일부 일자리를 구한 것과 더 강력한 노동 보호 조항을 포함시키기 위해 나프타(NAFTA)를 재협상한 것과 같은 사례를 대통령 재임 시절 성과로 제시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의 노동 관련 기록은 신뢰를 불러일으킬 만큼 인상적이지 않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트럼프는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를 반노조 성향의 기업 변호사들로 채웠고,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오하이오와 같은 러스트 벨트 주에 제조업 일자리를 대규모로 되돌려놓겠다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그는 친노조적인 PRO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위협했으며(참고로  J.D. 밴스를 포함하여, 상원의 MAGA 공화당원들 중 아무도 이 법안에 찬성하지 않았다), 부유층에 치우친 퇴행적 세금 감면을 추진해 일반 미국인들에게 광범위한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

트럼프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수입 관세를 인상하긴 했지만, 이 정책이 미국 내 일자리에 순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없다.

트럼프의 일자리 관련 성과가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가 노동계급 유권자들(특히 백인 노동자들) 사이에서 강력한 지지를 받는 이유가 단순히 그가 교묘하게 이들의 경제적 이익을 망각하게 만들고, 외국인 혐오, 성차별, 인종차별 같은 최악의 경향에 호소한 결과일까? 많은 진보적 논객들은 이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그렇다'고 답한다. 트럼프의 2016년 예상치 못한 승리 직후  Vox에 글을 쓴 저먼 로페즈는 "트럼프가 인종적 반감 때문에 승리했다"고 단언했고, NPR의 리치 바로우는 "경제가 아니라 인종적 반감이 트럼프를 당선시켰다"고 주장했다.

노동계급 백인들의 최악의 충동을 자극하는 냉소적이고 두려움에 기반한 호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트럼프가 노동계급 유권자들에게 호소한 내용 전체를 살펴보면, 트럼프의 수사에서 가장 어두운 면에만 집중하는 것은 수백만 명의 미국 노동자들이 수십 년 동안 겪어온 경제적 불안정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일관되고 때로는 상당히 강력한 호소를 간과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트럼프의 수사에 대한 면밀한 연구

트럼프의 2016년 선거운동 연설과 발언을 분석한 결과, 이러한 메시지들이 아무리 부정직하게 전달되었더라도, 그는 많은 노동계급 미국인들이 깊이 관심을 가지고 민주당과 공화당 정치인들이 수십 년 동안 무시해왔다고 느끼는 기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선, 트럼프의 2016년 선거운동에서의 수사를 30,000피트의 시각에서 살펴보자. 트럼프가 2016년 선거운동 기간 동안 다양한 수사적 호소에 얼마나 집중했는지 대략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나는 2015년부터 2016년 11월 8일 선거일까지의 모든 트럼프 선거운동 발언과 연설을 수집했다. 그런 다음, 트럼프가 다양한 정책 묶음과 수사적 스타일을 포착하기 위해 특정 키워드와 구절을 언급한 횟수를 확인했다.

통념과는 달리, 트럼프의 2016년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이민이나 다른 분열적인 사회적 또는 문화적 이슈가 아닌, 일자리와 무역이었다. 평균적으로 트럼프는 연설이나 발언에서 일자리와 무역(“일자리,” “제조업,” “불공정 무역 협정” 등)을 10.3회 언급했는데, 이는 이민을 언급한 횟수(8.3회)보다 21% 더 많았다. 또한, 임신중지, 트랜스젠더 권리,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와 같은 논란이 되는 사회적 이슈(이민 제외)를 언급한 횟수는 발언이나 연설당 한 번도 되지 않았다. 실제로, 트럼프는 친노동자 수사를 거의 세 배 더 자주 사용했으며, 논란이 되는 사회적 이슈보다 경제 엘리트에 반하는 수사를 두 배 이상 더 자주 언급했다.

분명 후보 트럼프가 이민 문제에 집중한 연설들도 있었으며, 예상대로 이러한 연설들은 이민자들을 향한 혐오적인 독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민자와 그들의 자녀들이 미국에서 테러 활동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거짓말했으며, 힐러리 클린턴이 중동 난민을 미국 도시로 재정착시키는 데 수천억 달러를 쓸 것이라는 허위 주장을 했다. 또한, 클린턴이 '개방된 국경' 이민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잘못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설들에서도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들을 악마화하는 것만큼이나 이민 문제를 미국 노동자들의 경제적 안녕과 연결짓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예를 들어, 2016년 6월의 한 연설에서 그는 “힐러리의 월스트리트 이민 의제는 이민자 커뮤니티를 가난하게 만들고, 실직한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게 할 것이다. 수백만 명의 저임금 노동자를 들여와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히스패닉 노동자들과 경쟁시키려 하면서, 그들에 대해 신경 쓰는 척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논란이 된 주장들이 경험적으로 사실이었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중요한 점은 그의 발언이 이민 문제를 전체 집단에 대한 비난이 아닌, 미국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점에서 다루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일자리와 무역에 대한 논의는 세 가지 주요 주제에 초점을 맞췄다: 잘못된 무역 정책으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상실, 미국 노동자들의 삶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노동계급의 쇠퇴를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엘리트들을 비난하는 것이다.

먼저, 트럼프는 자유 무역 정책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입힌 피해를 자주 언급했다. 2016년 선거일을 한 달 앞둔 일련의 연설에서 트럼프는 반복적으로 "우리는 세계 역사상 가장 큰 일자리 도난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2016년 10월 16일 뉴햄프셔에서의 연설에서 그는 “뉴햄프셔 주는 NAFTA 이후 거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제조업 일자리를 잃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로, 70,000개의 공장이 문을 닫거나 미국을 떠났다. 이는 하루에 평균 15개의 공장이 폐쇄된 것이다. 내가 당선되면 첫날 NAFTA를 재협상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할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협상을 얻지 못하면 NAFTA를 떠나 훨씬 더 나은 협상을 시작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발언들은 버니 샌더스나 AFL-CIO 위원장 리처드 트럼카의 발언과도 다르지 않으며, 1990년대와 2000년대 무역 정책이 미국 제조업 일자리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정당한 연구와도 일치한다.

다음으로, 트럼프는 과거보다 미국 노동자들이 경제적으로 버티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2016년 10월 18일 콜로라도에서의 연설에서 그는 다시 한 번 버니 샌더스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한 어조로 “많은 노동자들이 18년 전보다 지금 더 적은 수입을 얻고 있다. 그들은 더 열심히, 더 오래 일하지만, 더 적은 돈을 번다. 일부는 두세 개의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집에 가져가는 돈이 적다”고 호소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수백만 명의 노동계급 미국인들이 겪어온 실제 경험을 반영한 것이다. 이들은 임금이 정체되거나 하락했고, 미국의 부에서 차지하는 몫이 급격히 줄어들었으며, 부모 세대보다 더 높은 생활 수준을 달성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트럼프는 미국 노동자들이 직면한 경제적 어려움을 파악하고 공감한 뒤, "중산층과 일자리를 파괴하는 세계화의 물결"의 책임을 대기업과 "워싱턴의 엘리트들"에게 일관되게 돌렸다:

"정치적 기득권층은 우리의 공장과 일자리를 파괴해 왔습니다. ... 디트로이트와 미시간의 플린트, 그리고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의 시골 마을들, 그리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이 부패한 기득권층이 저지른 일을 보세요. 그들은 이 도시와 마을을 철저히 파괴하고 부를 자신들을 위해 약탈해 갔으며, 일자리도 빼앗아 갔습니다."

마지막으로, 트럼프는 많은 사람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무너뜨린 엘리트들의 역할을 비판하기 위해 고전적인 경제적 포퓰리즘 메시지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미국 노동자들의 고유한 존엄성을 강조하고 그들이 워싱턴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2016년 8월 미시간에서의 연설에서 그는 청중에게 “우리의 선거운동은 국민을 위한 승리, 임금 노동자와 공장 노동자를 위한 승리가 될 것입니다. 기억하세요, 공장 노동자를 위한 큰, 큰 승리가 될 것입니다. 그들은 오랫동안 그런 승리를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모든 시민과 오랫동안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모든 사람들을 위한 승리가 될 것입니다. 그들의 목소리가 다시 들릴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초엘리트 계층 배경을 고려할 때 추상적으로는 다소 터무니없게 들릴 수 있지만, 트럼프는 8월 12일 펜실베이니아주 이리에서의 한 연설에서처럼 개인적인 차원에서 노동자들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 성공했다:

“내가 자라날 때, 사람들은 말하곤 했어요, ‘당신은 정말 부자잖아요. 어떻게 이런[노동계급]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죠?’ 음, 우리 아버지는 집을 지으셨습니다, 그래서 나도 그 집에서 일하면서 전기 기술자들을 알게 됐죠. 그 사람들을 다 알게 됐어요. 배관공들도, 증기 배관공들도. 그 사람들 모두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아는 부자들보다 그 사람들을 더 좋아했어요.”

그는 한 달 후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연설에서 이 주제를 다시 언급했다: 

"내 상대가 여러분을 비열하고 구제 불능이라며 중상모략할 때, 나는 여러분을 나라를 사랑하고 모든 국민을 위해 더 나은 미래를 원하는 성실한 미국의 애국자라고 부릅니다. 여러분은 어머니이자 아버지이며, 군인과 선원, 목수와 용접공입니다."

이러한 호소를 종합해 보면, 왜 많은 불만을 품은 노동계급 및 중산층 유권자들이 트럼프에게 매력을 느꼈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들은 이러한 경제적 위기를 직접 경험했거나, 상대적으로 더 부유한 트럼프 지지자들 중 많은 이들이 그들의 지역사회에서 이러한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목격했다. 트럼프는 그들이 이전에 들어본 거의 모든 정치인과는 달리, 수많은 노동계급 미국인들이 느낀 경제적 고통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정치인들이 대개 꺼리는 엘리트 범죄자들을 실명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너의 적을 알라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 진보진영이 트럼프의 노동계급 지지의 경제적 기반을 무시하는 것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이제는 트럼프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이 정체성의 핵심이 된 대부분의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다가가기에는 너무 늦었다. 또한, 인종적 편견과 외국인 혐오를 자극하기 위한 부끄러운 호소가 트럼프의 선거 전략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의 트럼프 지지자들, 그리고 앞으로도 그를 지지할 가능성이 있는 많은 사람들은 그의 거침없는 경제적 포퓰리즘 메시지에서 특별한 무언가를 보았고, 그에 대해 보상했다. 진보진영은 이러한 유권자들에게 경제적 호소를 통해 경쟁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그들은 1%가 아닌 노동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정책을 구현함으로써 그 수사를 실현해야 한다.

트럼프가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된 지 8년이 흘렀다. 진보진영이 그를 다시 집권하지 않게 하려면, 너무 늦기 전에 지금 당장 그의 노동계급적 호소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출처] Why Do So Many Workers Love Trump?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자레드 애벗(Jared Abbott)은 노동계급정치센터(Center for Working-Class Politics)의 연구원으로, 자코뱅과 Catalyst에 기고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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