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식물 전염병

식물 팬데믹(1)

방글라데시가 2016년 밀 도열병 발병을 보고한 이후서벵골 국경 마을의 농부들은 밀 재배를 꺼리게 되었고대신 바나나옥수수렌틸콩으로 작물을 전환하고 있다사진: KA Shreya

지난 7년 동안 라이줄 몬달과 서벵골 무르시다바드 지역 잘랑기 마을 주민들은 인도의 동쪽 국경을 지켜왔다이들은 재앙을 막기 위해 생계를 희생하면서까지 국경을 지키고 있다방글라데시 국경 너머에는 밀 작물을 공격해 단 며칠 만에 수확량을 전멸시킬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적마그나포르테 오리제 트리티쿰(Magnaporthe oryzae Triticum, MoT, 밀 도열병을 발생시키는 균주)이 숨어 있다.

2016년 2월 방글라데시에 도달하기 전까지 이 곰팡이는 1985년 브라질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남미에서 주기적으로 300만 헥타르의 밀밭을 황폐화시켰다. 2009년 브라질에서 발병하여 그해 수확량의 3분의 1을 잃었다. 2016년 방글라데시에서 이 곰팡이가 아시아에 처음 출현했을 때도 빠르고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방글라데시 농업개발부의 추정에 따르면 이 곰팡이로 인해 방글라데시 전체 경작 면적의 3.4%에 해당하는 1만 5,000헥타르에서 밀 도열병(Wheat blast disease)이 발생했으며해당 지역의 수확량은 51% 감소했다이후 인도와 국경을 접한 자쇼르제니다차당가라즈샤히 등 14개 지역으로 확산되었다. 2018년에는 이 곰팡이가 아프리카에도 침입하여 잠비아의 실험용 농장과 다른 농장에서 밀 도열병이 나타났다. 3개 대륙에서 동시에 존재하면서 MoT는 식량 안보에 대한 글로벌 위협으로 떠올랐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남미에서는 전 세계 밀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노력이 방해받을 수 있으며잠비아에서 발생한 이 곰팡이는 남부 아프리카의 밀 생산 국가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아시아에서는 인도와 중국이 세계적 밀 생산국인데 방글라데시 발병이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국경 울타리에 접한 밀밭을 가진 잘랑기 주민 몬달(Mondal)은 2017년 2월에 MoT와 처음 마주쳤다몬달은 "농작물을 수확할 준비가 되었는데갑자기 이삭이 호박색을 잃고 표백된 것처럼 보였다"고 회상한다곧 나디아 및 무르시다바드 지역의 다른 접경 마을에서도 비슷한 증상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무르시다바드의 마하르디아르 마을의 농부 바이둘 이슬람(Baidul Islam)은 감염의 심각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어느 날 저녁몇 개의 이삭이 은백색으로 변한 것을 발견했다다음 날 아침밭으로 돌아와 살균제를 뿌렸지만, 내 땅 3비가(bigha1비가는 0.25 헥타르에 해당)에서 작물의 3분의 1까지 병이 퍼진 것을 발견했다살균제조차 효과가 없었고 농작물 전체가 단 5일 만에 말라 죽었다."

주 농업부는 즉각 대응에 나섰고밀 도열병 감염이 보고된 마을의 농부들에게 곰팡이 포자가 더 이상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농작물에 불을 지르도록 지시했으며, 400 헥타르의 밀밭이 불에 탔다고 한다이 곰팡이는 종자에서 최대 22개월까지 생존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방글라데시 국경에서 5km 이내에서 밀 재배를 금지하고 3년 동안 '밀 휴지기'를 선포했다국경 보안군도 곡물 거래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러한 제한 조치는 농부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혔다쌀이 서벵골의 주요 작물이지만국경 지역의 농부들은 겨울이나 라비 시즌(Rabi season, 주로 겨울철에 심는 작물의 재배 기간)에 밀을 재배한다실제로 서벵골주의 9개 국경 지역은 주 내 주요 밀 생산 지역이다. 2015-16년 무르시다바드는 서벵골 주 밀 생산 면적의 35%(최대치)를 차지했다. 2024년 3, Down To Earth(DTE)가 국경 마을 일부를 방문했을 때작물 패턴에 큰 변화가 있었다노동자로 일하기 위해 이주하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했다. "정부는 농작물을 불태워야 했던 사람들에게 무상 배급을 보장했다하지만 우리 마을의 몇몇 가구만 곡물을 받았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1년간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 몬달은 말한다농업부 관계자는 대부분의 마을에서 2022년에 금지령이 해제될 것이라고 DTE에 말했다카르날에 위치한 인도 밀 및 보리 연구소의 전 소장인 지아넨드라 싱(Gyanendra Singh)은 "인도는 멕시코의 국제 옥수수 및 밀 개량 센터(CIMMYT)와 함께 20개 이상의 밀 도열병 저항성 품종을 개발했고이 품종들은 현재 서벵골 국경 마을의 농부들에게 제공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몬달은 밀을 재배할 계획이 없다그는 6비가의 땅 중 절반은 바나나 농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땅에서는 황마옥수수렌틸콩을 재배하고 있다.

마하르디아르 마을의 이슬람과 그의 형제는 이동 금지령이 발표된 직후 의류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 케랄라로 떠났다이 마을에는 국경 철조망에 걸쳐 농장이 있기 때문에 정부는 마하르디아르의 금지령을 1년 더 연장했다. 2023밀 씨앗이 시장에 나오자마자 이슬람은 고향으로 돌아왔다그와 마을의 다른 여러 농부들은 밀을 파종했지만 밀 도열병으로 인해 작물을 잃었다이제 이슬람은 다시 이주를 계획하고 있다.

서벵골의 나디아 및 무르시다바드 지역의 농업 관계자들은 정부가 밀 도열병에 저항성이 있는 품종을 공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그러나 농부들은 여전히 농작물에서 밀 도열병과 유사한 감염에 힘들어하고 있다.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까지 인도는 최소한 이 곰팡이를 막는 데 성공했다그러나 과학자들은 이것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CIMMYT에 따르면 MoT는 따뜻하고 습한 날씨를 좋아한다기온이 15°C에서 27°C 사이이고 습도가 93% 이상이면 포자 생산이 증가한다안개가 끼거나 비가 내리면 포자가 잎이나 이삭에 떨어져 폭발적인 감염을 일으킨다일반적으로 감염 시기는 작물의 생식 단계와 일치하여 광범위한 손실을 초래한다.

독일방글라데시브라질미국의 CIMMYT 및 기타 연구소의 연구원들은기후 변화로 인해 따뜻하고 습한 조건이 많아지는 상황에서 밀 도열병이 어떻게 확산될지 모델링했다그 결과이 곰팡이병으로 인해 2050년까지 전 세계 밀 생산량이 13% 감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024년 2월 1일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 저널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서 연구진은 이 질병이 주로 열대 지역에서 확산되어주요 밀 재배 지역인 남아메리카남아프리카남아시아에서 상당한 잠재적 생산량 손실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또한우루과이중앙아메리카미국 남동부동아프리카인도호주 동부 등 이전에는 감염되지 않았던 국가들에도 이 곰팡이가 침투할 수 있다지중해에 가까운 유럽 지역의 기후가 질병 확산에 도움이 될 수 있어 이탈리아프랑스스페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밀 도열병의 영향을 받는 지역이 기후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이미 식량 안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예를 들어 잠비아의 밀 생산은 주로 자원이 부족한 소규모 농부들이 비를 맞으며 재배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확량이 낮다. DTE는 2018년에 밀 도열병이 발생한 무칭가 주의 음피카 지역을 방문했다무푸비시 지역의 소규모 농부인 거투드 초냐(Gertude Chonya)는 밀의 손실이 식량 확보와 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DTE에 말했다. "코로나가 발생한 해에는 아침 식사로 밀가루가 없어서 은시마(옥수수로 만든 죽)에 의존해야 했다밀을 팔거나 밀 튀김을 만들어 판매할 수 없었기 때문에 수입이 줄었다."

무적의 병원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밀 품종 중에는 밀 도열병에 완전한 저항성을 제공하는 품종이 없다몇몇 품종은 중간 정도의 저항성만 제공한다농부들이 이 질병을 관리하기 위해 살균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MoT는 점점 더 널리 사용되는 살균제에 내성을 키워가고 있다영국 존 이네스 센터(John Innes Centre)의 폴 니콜슨(Paul Nicholson) 교수는 이 곰팡이가 그토록 무적일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밀의 질병은 수천 년 동안 존재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그 예는 성경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하지만 밀 도열병은 새로운 병으로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게다가 MoT 곰팡이는 생리적으로나 유전적으로 복잡하다따라서 30년이 지난 지금도 과학자들은 이 곰팡이가 밀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또는 밀의 어떤 유전자가 이 곰팡이에 대한 내성을 부여하는지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CIMMYT에 따르면밀 도열병 병원체는 다른 여러 식물과 작물에서도 잘 자란다따라서 밀을 돌려가며 재배한다고 해서 작물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이 곰팡이는 종자와 작물 잔여물에도 서식하기 때문에종자 선별곰팡이 인증 및 검역 조치와 같은 관리 관행이 다른 국가로의 확산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다과학자들은 방글라데시에서 발병이 남미에서 밀을 선적한 후 발생했음을 확인했다잠비아에서도 비슷한 경로로 인해 발병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자들은 이 곰팡이가 더 넓은 지역으로 확산됨에 따라 더 독성이 강해지거나 다른 종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CIMMYT의 밀 병리학 그룹을 이끄는 선임 과학자 파완 쿠마르 싱(Pawan Kumar Singh) "아직 현장 조건에서 대규모로 숙주를 옮기는 밀 병원체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말한다그는 "이 병이 교차 감염되어 두 작물 사이에 퍼진다면 그 결과는 치명적일 수 있다병원체가 빠르게 진화하여 다른 병원체보다 유전적 다양성이 높아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미 진화하고 있을 수도 있다. 2021년 7월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게재된 리뷰 기사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1년 사이 방글라데시의 밀 재배 시즌의 기상 조건은 더 시원하고 건조하여 도열병 감염 및 확산에 유리하지 않았다그럼에도 이 질병은 초기 8개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14개의 새로운 지역으로 확산되었다이것은 식물 팬데믹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말

필자는 히만슈 니트나와레(Himanshu Nitnaware), 키란 판디(Kiran Pandey), 메코넨 테쇼메( Mekonnen Teshome), 베넷 오기포(Bennett Oghifo), 토니 말레시(Tony Malesi), 뉴턴 시반다(Newton Sibanda)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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