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에서 곡물, 채소까지 죽이는 병원균 확산

식물 팬데믹(2)

옥수수 치명적 괴사병은 치료법이 없으며최대 100%의 수확량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사진: Tony Malesi

병원균은 인간의 이동운송상호작용이 유례없이 활발해진 이 시대에 유리한 상황을 맞고 있다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화된 세계의 이러한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불과 4개월 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는 중국에서 200개국으로 확산되어 2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다여러 병원균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동시에 발병을 일으킬 가능성을 상상해보라전 세계 식품 시스템이 이러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세계화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여러 식물 질병이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사실이다기후 변화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식량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는 매우 심각하다"고 영국 세인스버리 연구소(Sainsbury Laboratory)에서 식물 질병과 저항성을 연구하는 닉 탤벗(Nick Talbot)은 말한다놀라운 점은 이러한 병원균이 빠르게 변이하여 이전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지역으로 침입하고새로운 숙주를 감염시키며저항성 품종을 회피한다는 것이다.

푸사리움 시들음병(Fusarium Wilt): 바나나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다

토양 곰팡이인 푸사리움 옥시스포룸(Fusarium oxysporum)에 의해 발생하는 시들음병은 한 세기 넘게 전 세계 바나나 농장을 파괴해 왔다지금까지 개발된 거의 모든 주요 저항성 품종을 전멸시켰다.

푸사리움 옥시스포룸은 1890년 중앙아메리카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1960년에는 열대 아메리카카리브해서아프리카에 퍼져 당시 지배적 품종이었던 그로스 미셸(Gros Michel)의 40,000헥타르에 영향을 미쳤다새로운 저항성 품종인 캐번디시(Cavendish)가 등장하면서 위협은 완화되었고현재 이 품종은 전 세계 바나나 공급량의 절반을 차지한다그러나 1990년대 대만에서 트로피컬 레이스 4(Tropical race 4, TR4)로 알려진 새로운 변종 곰팡이가 등장했다이 균은 캐번디시를 포함한 전 세계 1,000여 종의 바나나 품종 중 80% 이상에 치명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처음에는 20년간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었던 이 질병은 이제 대륙을 넘어 바나나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인도를 포함한 20개국으로 확산되었다. 2013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이 질병 발생을 관리하기 위해 만든 TR4 대응팀은 이 균주를 "농업 역사상 가장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곰팡이 중 하나이며 바나나 생산에 대한 세계 최대의 위협"이라고 부른다특히 부룬디콩고민주공화국르완다탄자니아우간다 등 바나나가 주식이자 현금 작물인 동아프리카 국가들에서의 감염이 우려되고 있다이 지역의 1인당 바나나 소비량은 400kg에서 600kg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옥수수의 치명적 괴사: 황폐해진 아프리카 곡창지대

식량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말라위 정부는 작년에 이웃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도정되지 않은 옥수수 수입을 금지했는데그 이유는 매우 강력했다두 나라 모두 방제가 어려운 치명적 옥수수 괴사병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말라위 농업부는 이 질병이 치료법이 없으며 최대 100%의 수확량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 결정으로 인해말라위에서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제공하는 세계식량계획은 탄자니아에서 옥수수를 제분하여 공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질병은 곤충과 오염된 종자에 의해 전염되는 두 가지 바이러스즉 옥수수 황화모반 바이러스(Maize Chlorotic Mottle Virus, MCMV)와 사탕수수 모자이크 바이러스(Sugarcane Mosaic Virus, SCMV)의 조합으로 인해 발생한다케냐 농업축산연구기구(KALRO)에 따르면 이 질병은 2011년 케냐의 보메트 카운티에서 처음 보고되었다이후 아프리카의 곡창지대인 리프트 밸리 지역의 12개 지역으로 확산되었다보메트 카운티의 농부 마틴 무타이(Martin Mutai)는 이 질병의 잔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2014년에 0.5헥타르의 농장에 옥수수를 심었다이 지역에 비가 자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몇 주 만에 작물이 자라지 않았다그 후 몇 주 동안 줄기가 쪼그라들고 잎에 얼룩이 생겼다결국 작물 전체가 시들어 버렸다." 무타이는 피해를 입은 농장의 옥수수 일부를 뿌리째 뽑아 나머지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고 덧붙였다.

이 병으로 인해 농작물을 모두 잃은 보메트의 또 다른 농부 폴 비리르(Paul Birir)는 "가을 군벌레만이 농장을 이렇게 황폐화시킬 수 있다"며 "이 병은 이 지역의 누구도 피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커피 잎 녹병수출 수익에 타격을 입히다

커피 잎 녹병은 곰팡이 헤밀레이아 바스타트릭스(Hemileia vastatrix)에 의해 발생하며한 세기 동안 발생해 왔다현재 전 세계 모든 커피 재배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아시아아메리카아프리카에서 대규모 발병을 일으키고 있다.

에티오피아 커피과학협회의 사무국장인 키플 벨라슈 베켈레(Kifle Belachew Bekele)는 이 질병으로 인해 35-50%의 수확량 손실이 발생하며살균제를 이용한 방제 비용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이 질병의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아프리카의 주요 커피 생산국인 에티오피아의 경우, 2023년 5월 '식물 건강 사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질병 발생률이 35.3% 증가했다에티오피아 커피 및 차 관리국의 샤피 우머(Shafi Umer) 부국장은 이러한 급증으로 인해 연간 수출과 수입에 타격이 있었다고 말했다에티오피아의 커피 수출은 연간 목표치인 18억 달러에 미치지 못해 2023년에는 13억 달러에 불과할 것이라고 당국의 보고서가 밝혔다.

'식물 건강 사례연구에 따르면 이 질병은 저지대에서 중산간 및 고지대 커피 재배 지역으로 옮겨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연평균 생산량을 49.5% 감소시키고 있다. 2012년 멕시코브라질과테말라에서 처음으로 이 질병이 보고되었다멕시코에서는 이 병으로 인해 전체 수출의 80%를 차지하는 주요 커피 생산지인 치아파스(Chiapas), 베라크루즈(Veracruz), 오악사카(Oaxaca) 주에서 커피 생산량의 50%가 사라졌다고 2020년 6월 '토털 환경 과학'에서 밝혔다.

카사바 갈색 줄무늬병기아 덫을 만들다

카사바는 식량 불안과 빈곤영양실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카사바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에서 주식으로가뭄에 강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란다그러나 카사바 갈색 줄무늬병(Cassava Brown Streak Disease, CBSD)은 이러한 가능성을 빠르게 무너뜨리고 있다. 1935년 탄자니아에서 처음 발견된 이 질병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중부와 남부 아프리카로 확산되었다특히 최근 몇 년 동안 확산세가 두드러졌다.

2023년 11월 '식물 병리학'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르완다의 카사바 수출 수입은 2016년 790만 달러에서 2017년 470만 달러로 40% 감소했으며이는 주로 심각한 질병 발생으로 인한 것이다잠비아 칸치비야(Kanchibiya) 지역의 농업 확장 책임자인 지오프리 응안두(Geoffrey Ng'andu)는 이 질병이 2017년에 잠비아에 유입된 이후 급속도로 확산되었다고 말했다. "2022년에는 약 500헥타르가 이 질병의 영향을 받았다. 2023년에는 700헥타르로 증가했다올해는 1,000헥타르에 가까운 면적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응안두는 말했다.

칸치비야 지역의 농부 슬리베스터 물렌가(Sylvester Mulenga)는 "우리는 일 년 중 3개월 동안 옥수수 밀가루를 먹고 나머지 기간에는 카사바 밀가루를 먹었다그것은 우리의 주식이었지만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 질병은 식물의 97%를 감염시키며카사바에 의존하는 많은 가족을 굶주림과 죽음으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물렌가는 경고했다.

역병지속적인 위협

역병(Late Blight)은 곰팡이인 파이토프토라 인페스탄스(Phytophthora infestans)에 의해 발생하며잎부터 줄기과일과 덩이줄기까지 식물의 모든 부분을 감염시켜 토마토와 감자에 치명적인 질병이다이 질병은 밭에서 빠르게 확산되며치료하지 않으면 작물 전체가 죽을 수 있다.

주요 감자 생산국인 인도에서는 1800년대부터 이 질병이 계속 발생해 왔다비가 많이 오는 조건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언덕이 많은 지역에서 피해가 더 크다펀자브주(Punjab) 루디아나(Ludhiana) 지역의 세조 마즈라(Sheraj Majra) 마을의 감자 농부인 조긴더 싱(Joginder Singh)은 28헥타르의 농장에서 상업용 감자 품종을 재배하고 있다그는 2023년 11월과 12월에 감염으로 인해 작물의 3분의 1이 사라졌다고 말했다그는 7만 루피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이 마을의 또 다른 농부인 자틴더 싱(Jatinder Singh)은 140헥타르에서 감자를 재배했으나감자가 완전히 자라지 않아 팔지 못했다그는 날씨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손실을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멕시코에서 시작된 이 질병은 전 세계 거의 모든 감자 재배 지역으로 퍼졌다역병 발생을 모니터링하는 미국 단체인 유에스어블라이트(USABlight)에 따르면 이 질병은 세계 식량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감귤류 트리스테자병경제적 피해

감귤류 트리스테자병(Citrus tristeza virus)은 클로스토로바이러스(Closterovirus) 속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으로감귤 산업에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힌다. 1930년대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발견된 후 브라질과 다른 남미 국가에서도 곧 확산되었으며, 1959년 브라질 상파울루(São Paulo) 주에서만 오렌지 나무의 75%가 이 바이러스에 의해 죽었다남아프리카서아프리카캘리포니아에서도 이 바이러스로 인한 피해가 보고되었다.

1980년대에는 발병국에서 감염된 감귤류 식물이 비발병국으로 대량 운송되면서 팬데믹으로 확산되었다이 질병은 오렌지만다린자몽라임 과수원에서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여 감귤 산업 전체를 붕괴시킨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출처Plant pandemics: They could be hastened due to deadly and global pathogenic spread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필자는 히만슈 니트나와레(Himanshu Nitnaware), 키란 판디(Kiran Pandey), 메코넨 테쇼메(Mekonnen Teshome), 베넷 오기포(Bennett Oghifo), 토니 말레시(Tony Malesi), 뉴턴 시반다(Newton Sibanda)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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