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미국 대선 캠페인에서 흥미로운 볼거리 중 하나는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장 숀 페인(Shawn Fain)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후보의 집착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는 막말 연설에서 종종 페인을 무능하다고 비난하며 그를 해고하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페인은 UAW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되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요구는 성립되지 않는다. 페인은 트럼프가 자신을 공격해 생기는 관심을 이용해 "도널드 트럼프는 파괴자(Donald Trump is a scab)"라는 메시지를 확산시켰다. 이는 UAW의 최신 구호다.

트럼프와 페인의 대결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측면이 있지만,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현재 노동과 정치에 대한 깊은 모순을 요약하는 방식이다. 한편으로 트럼프는 여전히 대통령직을 탈환할 가능성이 있는 유력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부상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서의 잔인한 학살,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재앙, 불평등 심화, 이민자에 대한 공격 등 현재 세계가 직면한 여러 위기에 대응할 능력이 없는 정치 시스템의 문제를 드러낸다.

반면에 페인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고 트럼프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었던 것은 현재 노동운동이 적어도 반세기 동안 보지 못했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캐나다뿐만 아니라 프랑스, 영국, 독일, 한국, 중국, 칠레 등에서도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 빅3 자동차 노동자, 전국의 의료 및 교육 노동자, 남부 캘리포니아의 호텔 노동자 등이 피켓 시위에 나서며 거의 40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노동자들이 나섰다.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은 2023년에 46만 1,700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여전히 많은 파업을 누락하는 방법론을 사용한 결과다. 2018년 불법 교사 파업이 일어난 "레드 스테이트 반란(Red State Revolt)"을 제외하면, 그 수치를 넘어서는 해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처럼 새롭게 부상한 노동자들의 전투성은 많은 주목을 받았고, 분석가들은 한 해가 지나며 "뜨거운 노동의 여름"과 "파업의 계절"에 대해 이야기했다.

캐나다에서는 2023년에 인구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55만 5,347명의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다. 캐나다의 파업 수준은 미국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2023년의 파업 참가자 수는 1901년 이래로 캐나다에서 네 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이 수치의 대부분은 지난해 12월 퀘벡에서 발생한 공공 부문 파업으로 인한 것이다. 이는 퀘벡 인구의 5%가 파업에 참여한 결과다.

전 세계가 여러 면에서 혼란에 빠져 있는 가운데 노동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희망적인 움직임은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이 움직임은 약간의 의문을 제기한다. 사회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고 정치 영역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노동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노동이 움직인다면 좌파의 정치적 입지가 넓어지고 다른 사회 운동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어느 정도까지 그러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까? 여기서 상황은 명확하지 않다. 지금까지 캐나다나 미국에서 노동 운동은 대부분 좌파의 주요 정치적 진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급격한 변화와 이를 가능하게 한 요인들은 좌파에게 몇 가지 중요한 기회를 만들어내고 있다.

일리노이주 벨비데르에서의 집회, Stellantis에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 출처: UAW 홈페이지

노동자 투쟁 활성화의 뿌리

현재 노동자들의 투쟁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나는 네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첫째, 수십 년간 지속된 임금 정체, 불평등 심화, 복리후생과 고용 안정성의 약화다. 둘째, 세계적인 팬데믹이 오래 지속되면서 일부 노동자 집단이 한때 '필수 노동자'로 칭송받았지만, 일회용 취급을 받았고, 적절한 보호 없이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도록 요구받았다. 셋째, 팬데믹으로 인해 강화된 노동 시장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구조적 협상력이 강화되었다. 넷째, 파업이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노동자가 "저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효과이다.

이러한 요인들을 하나로 묶는 공통점은 수십 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노동자들의 조직적인 투쟁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조직화는 캐나다보다 미국에서 훨씬 더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 미국에서는 스타벅스, 아마존, 대학 등 여러 곳에서 새로운 노조가 조직되었다. 2023년에는 민간 부문에서만 약 10만 명의 노동자가 노조에 가입했는데, 이는 거의 25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하지만 전체 일자리 증가가 노조 조직화보다 더 빨라서, 여전히 노동조합 가입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최근 몇 년 동안의 많은 조직화와는 달리, 최근의 조직화는 '노동자 주도형'이 훨씬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조직은 최근 팀스터스(Teamsters)에 가입한 아마존 노동조합과 같은 독립적인 노동조합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주요 노조(Workers United/SEIU)에 가입되어 있지만 인력이 매우 적고 주로 노동자 주도로 운영되는 스타벅스 노동자 연합과 같은 곳도 있다. 대부분의 상급 조직도 마찬가지다. 또한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와 미국전기노동자(UE)의 공동 프로젝트인 비상 직장 조직위원회(Emergency Workplace Organizing Committee, EWOC)와 같은 조직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신규 조직화 외에도 기존 노조원들은 전투적인 투쟁을 조직하고 파업을 벌여 중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할리우드 파업, 빅3 자동차 계약, 그리고 UPS(United Parcel Service) 계약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기존 노조를 활성화하고 캠페인에 전투성을 불어넣는 데 있어 조합원 노조 개혁 운동의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와 UPS의 경우, 변화를 주도하는 데 있어 민주주의를 위한 모든 노동자의 단결(UAWD)과 민주적 노조를 위한 팀스터즈(TDU)의 중심적인 역할을 주목한다. 할리우드 노조에서도 파업에 앞서 수개월에 걸친 조합원 중심의 조직화를 통해 조합원들이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지도부에 분명히 알렸다.

이 모든 조직화는 의식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특히 다양한 성향의 좌파들이 이러한 사업장에서 캠페인을 조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캐나다에서는 이런 경우가 훨씬 적었다. 노동자 주도의 조직화가 캐나다에서도 일부 이루어졌지만, 계약 거부의 형태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서부 해안 연안 노동자부터 토론토 식료품점 노동자, 윈저 소금 노동자, 포드 자동차 노동자, 퀘벡 교사 및 간호사 등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 지도자들이 협상한 계약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미국에서도 계약이 거부되거나 비준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통과되는 경우가 있었지만, 그 정도는 덜했다.

이러한 부결은 대부분 계약이 양보적이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전 계약에 비해 상당히 좋은 계약이 많았지만, 구성원들은 그것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위에서 언급한 네 가지 요인 덕분에 조합원들은 기대치가 높아졌고 리더들에게 이를 알렸다.

다행히도 노조 지도부는 거부와 결렬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퀘벡 간호사 노조가 권고안을 61%나 거부했을 때, FIQ(간호사 노조) 회장 줄리 부샤르(Julie Bouchard)는 "실망했지만 조합원들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실망했다. 우리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 양보해야 했고, 조합원들은 그들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큰 소리로 분명하게 말해주었다."라고 말했다.

두 나라 모두에서 수십 년간의 패배 이후 노동자의 문제를 부각시키고 노동자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부여하는 조건과, 많은 경우 좌파 리더십이 내재된 상황에서 노동자 주도형 유기적인 상승을 목격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승세는 이제 더 많은 에너지를 창출하며 스스로를 강화하고 있다.

정치적 대표성의 위기

그러나 미국과 캐나다 모두에서 정치적 대표성의 위기를 설명할 수 있는 상황도 목격되고 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예외를 제외하면,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는 정치 지형을 크게 바꾸지 못했다. 캐나다에서는 최근 연방 의회에서 파업 기간 동안 연방 규제를 받는 고용주가 대체 인력을 고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하기 위해 투표한 것이 예외다. 이 법안은 만장일치로 통과되었으며, 이는 보수당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쥐스탱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는 '웃는 얼굴을 한 신자유주의자'로서 인기가 매우 낮으며, 그의 인기는 트럼프식 가짜 포퓰리즘을 내세운 피에르 폴리에브(Pierre Poilievre) 보수당 정부의 길을 닦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그미트 싱(Jagmeet Singh)이 이끄는 캐나다 노동자들의 전통적 정당인 신민주당(NDP)은 '신뢰와 공급' 합의를 통해 소수당인 자유당 정부를 지지해 왔다.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특정 양보를 이끌어냈지만, NDP는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으며 노동계급의 권력을 구축하기 위한 광범위한 정치적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사회민주주의 정당과 마찬가지로, NDP는 노동계급적 정체성을 버리고 도시적 진보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출처: UAW 홈페이지

미국 노동운동의 부활과 정치적 지형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역사상 가장 친노동적인 행정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는 매우 낮은 기준에서의 평가일 뿐이다. 바이든은 전국적인 철도 파업을 막기 위해 개입했으며, 근로자들에게 기본적인 유급 병가를 제공하는 것조차도 보장하지 못했다. 프랭클린 델라노 루스벨트 이후의 모든 민주당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미국 노동법의 근본적인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전국노동관계위원회(NLRB)의 법률 고문인 제니퍼 아브루조(Jennifer Abruzzo) 덕분에 기존 법률의 해석과 집행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노동자들은 여전히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양당 체제에 갇혀 있으며, 영국의 노동당과 같은 노동자 정당조차 없다. 또한 계급 갈등이 정치 개혁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는 노동 체제에 갇혀 있다. 대신 계급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나 당파적 "특수 이익"으로 분산되어 나타난다.

이처럼 노동운동의 부활이 정치 지형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은 오랜 문제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전통적인 정당-계급 연합이 해체되는 "디얼라인먼트(Dealignment)" 과정이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미국에서는 공화당이 노동자 계급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민주당은 점점 더 교외 전문가들의 정당으로 변모하는 기괴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이 대선에서 물러난 후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조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경선은 매우 박빙이며, 트럼프는 노동 계급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다. 중요한 점은 노조원들이 여전히 트럼프 지지자가 될 가능성이 낮지만, 많은 노조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캐나다에서 폴리에브(Polievre)의 보수당에 대한 노조원 지지와 유사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조직 노동이 약화되면서,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을 연합에 포함시켰던 정당들이 그 연합을 떠나 새로운 연합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계급 구분과 일치하지 않는 다양한 갈등선을 따라 정치적 호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현재의 우파 포퓰리즘에서는 이러한 새로운 갈등선이 인종과 이민자 신분, 그리고 "엘리트"(종종 교육과 같은 문화적 지표로 정의됨)에 대한 음모론적 경계심으로 나타난다. 성차별, 인종차별, 백인 민족주의는 이 정치 프로젝트의 필수적인 부분이지만, 이 연합에는 점점 더 많은 여성과 유색인종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선거 정치의 현실은 양쪽 모두에서 여전히 암울하지만, 최근의 좌절에도 광범위한 좌파에 대해 낙관할 수 있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2016년 버니 샌더스의 대선 출마와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로 인해 민주사회주의자(DSA)의 부상이 좌파의 정치 지형을 확장시켰다. DSA가 많은 문제를 안고 있고, 선거 정치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종이 회원 수가 많고, 최근 몇 년 동안 회원을 잃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DSA는 1960년대 민주사회를 위한 학생들 이후 미국에서 가장 큰 좌파 단체이자, 1940년대 공산당 이후 가장 큰 명시적 사회주의 단체로 남아 있다.

이는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정치 지형은 어느 때보다도 좌파 사상에 훨씬 더 우호적이다. 실제로 이러한 정치 지형의 변화는 노동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된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DSA 회원들이 앞서 설명한 많은 조직화 투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운동의 급부상이 우리가 기대하거나 희망한 만큼 정치를 재편하지는 못했지만, 정치가 노동운동의 급부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캐나다의 상황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NDP의 왼쪽에는 활기찬 좌파가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NDP 개혁 노력도 실패로 돌아갔다. 퀘벡에는 확고한 좌파 정당인 퀘벡 솔리데르(Québec solidaire)가 있지만, 노동계와의 연대가 약하고 최근 몇 년 동안 선거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그렇긴 하지만 캐나다, 특히 퀘벡에서는 주류 노동운동이 훨씬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 조직률이 30~40%에 달한다는 사실은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정당이 없더라도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대량 학살에 대응하여 발생한 전 세계적인 움직임이 정치를 재편했다. 미국에서는 이 운동이 바이든의 재선 캠페인이 어려워지는 데 기여했다. 캐나다에서는 점령지 정착촌에 자금을 지원하던 주요 시오니스트 자선 단체의 면세 자격을 취소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었다. 대량 학살을 멈추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전 세계적인 연대의 정도는 아주 높다.

오늘날 노동과 정치 사이의 갈등은 현실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노동자 동원, 숀 페인과 같은 노동계급 호민관의 부상, 팔레스타인과의 국제적 연대를 위한 고무적인 운동이 만들어낸 새로운 계급 정치를 구축할 기회도 존재한다.

[출처] Will the Labor Upsurge Find Its Political Voice?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배리 에이들린(Barry Eidlin)은 맥길 대학교(McGill University)의 사회학 부교수이며, 『미국과 캐나다의 노동과 계급 개념』(Labor and the Class Idea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의 저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