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감했다.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지난 21일, 광화문에서는 윤석열 체포·퇴진! 범시민대행진이 열렸다. 서둘러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금세 광화문에 도착하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겨우 행진을 마쳤다. 깃발을 내리고 집에 갈 준비를 하던 찰나에, 사회자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경찰이 농민들의 트랙터 진입을 막고 있으니, 연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큰 고민 없이 바로 남태령으로 향했다. 남태령역의 유난히 길었던 에스칼레이터는 농민들과 연대하러 온 시민들, 특히 여성들의 대열로 빼곡했다.
역 밖의 모습이 어찌나 응원봉으로 빽빽하던지, 광화문을 빼다 박은 것만 같았다. 끊이지 않았던 현장발언에서는 내가 보았던 응원봉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주체들이 각자의 언어로 경찰의 탄압을 규탄했다. 그날의 남태령에서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은 다름 아닌 페미니스트, 퀴어,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여성, 노동자를 비롯하여 권력으로부터 차별과 혐오, ‘비정상’이라는 낙인 속에 있던 이들이었다. 청소년 주체들 역시 함께했다. 여성 청소년이, 성소수자 청소년이, 이주배경 청소년이, 탈학교 청소년이 삶에서의 차별을 말하고, 농민에 대한 권력의 탄압과 연결 지으며 연대의 언어를 만들었다.
그날 남태령에서 밤을 세운 나는 직감했다. 퇴진광장에서 함께하는 시민들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만 없는 정치’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다. 광화문에서 응원봉을 들었던 시민들은, 경찰의 농민 탄압에 맞서 남태령에서 밤을 지새우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평등한 사회를 요구하는 장애인 활동가들과 함께 안국역을 가득 메웠다. ‘윤석열 퇴진’은 단순히 윤석열이라는 개인을 대통령직에서 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혐오와 차별의 정치, ‘나중에’의 정치를 끝장내고, 시민들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해내겠다는 의지들로 연결되고 있다.
퇴진 이후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명징하다
윤석열이 무너트린 것들부터 바로 세우자.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한 안티페미니즘에는 여성가족부 강화와 성평등 사회 실현으로, 학생인권조례 폐지와 소수자 혐오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반인권에는 학생인권법과 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맞서자.
누군가에게 정치를 맡겨 두었을 때,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는 이미 지금의 사회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연대는 퇴진 이후에도 계속되어야 한다. 광화문이 남태령으로, 안국역으로 이어졌듯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한 시민들이 모두의 평등, 자유, 정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향한 체제전환을 위해 힘을 모으자. 무엇도 거스를 수 없는 연대의 파도가 되어, 반민주, 반인권의 정치를 우리 손으로 끝장내자.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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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은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이다. 이 글은 '윤석열 퇴진과 함께, 세상을 바꾸는 흐름을 만드는 공동대응 네트워크(가)'에서 제휴 받은 기사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