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이자 교수인 데이비드 코츠는 2019년에 중국 베이징대학교(Peking University)를 방문했다.
1990년대에는 사회주의의 종말과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 및 경제적 우위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20년 후, 2008년 대공황과 신자유주의의 잔혹함이 사람들의 자본주의에 대한 신뢰에 큰 균열을 일으키면서, 사회주의는 가능한 정치적 대안으로 부활했다. 특히 미국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열정적으로 주장한 보편적 의료, 무상 공립 대학, 경제 및 기후 정의에 대한 외침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사회주의는 여전히 미국 전역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고려되는 정치적 대안으로 남아 있지만, 그 비전이 지배적인 정치 프로젝트로 자리 잡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그러나 사회주의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사회민주주의와 시장 사회주의와 같은 일부 형태는 자본주의의 실제 대체가 아닌 개혁을 추구한다. 반면, 자본주의와는 대조적인 대안적 사회경제적 체제를 탄생시킨 유일한 사회주의 모델인 소비에트 모델은 많은 바람직하지 않은 특징들을 지녔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21세기 이상적인 사회주의 체제는 무엇일까?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급진적 경제학자 데이비드 코츠(David Kotz)는 소비에트 모델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분석하고, 자본주의를 개혁하는 것으로는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자본주의에 대한 지속 가능한 유일한 대안으로서 민주적 사회주의를 옹호한다. 데이비드 코츠는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흥망⟫(The Rise and Fall of Neoliberal Capitalism)과 곧 출간될 ⟪오늘날의 사회주의: 자본주의의 잔혹함에서 벗어나기⟫(Socialism for Today: Escaping the Cruelties of Capitalism)의 저자이다. 그는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 정치경제연구소(PERI)의 경제학 교수 명예교수이자 선임 연구원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그는 상하이대학교 정치경제학부에서 경제학 석좌교수이자 공동 소장을 역임했다.
C.J. 폴리크로니우 : 데이비드, 곧 출간될 ⟪오늘날의 사회주의⟫에서, 당신은 민주적 사회주의가 자본주의 아래 미국을 괴롭히는 심각한 문제들(엄청난 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 환경 파괴, 인종차별, 빈곤, 노숙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당신은 근본적으로 다른 경제 체제로의 전환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임을 인정하면서도, 앞서 언급한 문제들이 자본주의의 개혁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한다. 당신은 '자본주의의 개혁'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이해하며, 자본주의를 개혁하려는 모든 노력은 결국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가?
데이비드 코츠 : 자본주의의 개혁이란 일반적으로 체제의 작동 방식을 수정하는 제도와 정책을 도입하되,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 임금 노동 관계, 자본가 계급의 이윤 추구라는 체제의 핵심 특징을 대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우리는 자본주의의 두 가지 유형의 개혁을 목격했다. 첫째는, 전후 산업화된 국가들에서 등장한 규제된 자본주의 또는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라 불리는 형태이고, 둘째는 1980년대에 등장한 규제가 없는 자본주의로, 이는 완전한 재앙이었다.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는 경제에서 정부의 더 적극적인 역할, 자본-노동 관계에서 노동조합의 주요 역할, 기업의 경영 방식 변화 등을 포함했다. 사회민주주의적 방향으로 자본주의를 개혁하는 과정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이미 시작되었으며, 이는 노동계급 정치의 부상과 일부 경우에는 사회주의 정당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그들의 정치적 대표자들도 아래로부터의 정치적 압력 속에서 자본주의가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개혁에 동참했다. 1930년대 스웨덴이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의 선두에 섰으며, 전후 서유럽의 다른 지역으로도 이 개혁이 확산되었다. 미국에서는 대공황의 영향으로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을 통해 개혁 자본주의가 시행되었으며, 이는 유럽 사회민주주의와 많은 공통점을 가졌다.
"완전한 평등은 자본주의의 논리와 작동 방식에 반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고는 작동할 수 없다.“
미국에서 규제된 자본주의는 노동자들에게 많은 혜택을 가져왔다. 1950년대 초반부터 노동 생산성이 증가했고, 임금도 상승했으며, 소득 불평등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 1960년대 후반까지 규제된 자본주의는 공기와 수질의 질, 작업장의 안전과 건강을 크게 개선했다. 이러한 규제는 환경운동가, 소비자 안전운동가, 노동조합 등 광범위한 연합의 압력으로 제정되었다. 유색인종 또한 경제적 기회에서 진전을 이루었다. 하지만 규제된 자본주의가 사회적, 경제적, 인종적 평등을 향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냈다고는 해도, 완전한 평등은 여전히 실현되지 못했다. 경험적 증거는 인종/민족 평등과 성평등이 정치적, 경제적 투쟁을 통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완전히 제거될 수는 없음을 보여준다. 완전한 평등은 자본주의의 논리와 작동 방식에 반하며, 자본주의 경제는 노동자를 착취하지 않고는 작동할 수 없다. 규제된 자본주의가 가져온 개선은 분명히 제한적이었고, 자본주의가 초래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노동조합은 강력한 기업 이해관계로부터 개혁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양보를 해야 했다. 규제된 자본주의 기간 동안 공식적인 빈곤율은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에서 심각한 빈곤이 남아 있었다. 또한, 규제된 자본주의는 전후에도 자본주의의 제국주의적 추진력을 억제하지 못했으며, 부유한 개인과 대기업이 여전히 정치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함에 따라 자본주의 민주주의는 부분적으로만 민주적이었다.
규제된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자본주의는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려는 자본가들의 강력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자본주의는 항상 주기적인 경제 위기에 직면해 왔다. 이런 위기가 발생할 때, 자본가들은 규제된 자본주의를 전복할 기회를 잡게 된다. 이것이 1970년대에 일어난 일이며, 규제된 자본주의는 가속화된 인플레이션과 심각한 경기 순환의 시대로 이어졌다. 1980년대 초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개혁은 규제된 자본주의가 장기적인 안정성을 제공하지 못하고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C.J. 폴리크로니우 : 알겠다. 하지만 목표가 인간 사회에서 완전한 평등과 착취의 부재라면, 20세기 자본주의에 대한 완전한 사회주의적 대안을 구축하려는 노력 또한 실패했다는 주장도 쉽게 제기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데이비드 코츠 :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노력을 통해 두 가지 유형의 탈자본주의 체제가 나타났다. 하나는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등장한 소비에트 모델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에트 모델 붕괴 이후 등장한 시장 사회주의다. 두 유형 모두 지속 가능한 대안 체제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첫 번째 유형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왜냐하면 이 모델은 자본주의를 폐지하고 대안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소비에트 모델은 세계 여러 나라로 확산되었으며, 약간의 변형이 있긴 했지만, 초기에는 노동자, 농민, 군인, 선원들이 선출한 '소비에트'라는 기구에 의존했다. 소비에트는 새로운 사회적·정치적 질서에서 최고의 권위로 자리 잡아야 했다. 그러나 혁명 직후 볼셰비키 당은 반대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억압적 정권을 수립했다. 1924년 레닌의 사망 이후, 요제프 스탈린이 소비에트 연방의 최고 지도자가 되었고, 그는 혁명을 이끈 지도부의 상당수를 제거하는 잔혹한 독재 체제를 수립했다.
출처 : Unsplash, Soviet Artefacts
소비에트 모델에서는 모든 기업이 국가 소유였으며, 자원의 배분은 중앙집권적이고 계층적인 경제 계획에 의해 결정되었다. 국가 전체를 대상으로 한 5개년 및 1개년 계획이 수립되었으며, 기업은 목표 생산량을 부여받고 이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자재와 노동 시간이 제공되었다. 기업 결정권자들은 최대 이윤을 추구하지 않았다. 소비에트 모델에는 사람들이 상점에서 소비재를 구매하고 노동시장에서 직업을 선택하는 시장이 존재했지만, 이러한 구매와 판매는 '시장 힘'을 생성하지 않았다. 시장 힘이란 상대적 수익성이 추가 자원을 받을 제품과 축소될 제품을 결정하는 체제를 말한다. 따라서 시장 교환이 이루어졌지만, 체제는 시장 힘에 의해 작동하지 않았다.
중앙집권적 경제 계획은 소비에트 경제를 단기간에 후진적 농업 경제에서 산업화된 경제로 탈바꿈시켰다. 불과 수십 년 만에 나치 독일을 격파하는 데 핵심적인 군사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산업 기반이 구축되었다.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소비에트 경제는 빠르게 성장했으며, 서방 분석가들은 그것이 곧 주요 자본주의 경제를 능가할 것이라고 두려워했다. 소비에트 모델은 여러 측정 가능한 방식으로 소비에트 국민들의 삶을 개선했다. 1950년부터 1975년까지 소비에트 연방의 1인당 소비는 미국보다 빠르게 증가했다. 1980년대에는 소비에트 연방의 철강, 시멘트, 금속 절단 및 성형 기계, 밀, 우유, 면화 생산량이 미국을 초과했다. 또한, 소비에트 연방은 1인당 의사와 병상 수가 미국보다 많았다. 계속된 완전 고용, 안정된 물가, 경기 순환의 부재, 상대적으로 균등한 소득 분배가 있었다.
그러나 이 체제는 심각한 경제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많은 경제 부문이 비효율적이었고, 많은 소비재의 품질이 낮았으며, 소비자 서비스는 단순히 제공되지 않았다. 가계는 종종 소비재 부족에 직면했다.
C.J. 폴리크로니우 : 그렇다면 자본주의의 지속 가능한 대안 체제를 고려할 때, 소비에트 모델의 경험에서 무엇을 가져와야 할까?
데이비드 코츠 : 앞서 말했듯이, 소비에트 모델은 약 60년 동안 상당한 경제적·사회적 진보를 가져왔다. 내 생각에 소비에트 모델의 문제는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인 정치 제도와 채택된 중앙집권적 경제 계획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소비에트 모델은 대중적 민주주의는 부족했지만, 사회주의자들이 오래도록 지지해 온 핵심 제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즉, 이윤이 아닌 사용을 위한 생산, 기업의 공공 소유, 계획 경제였다. 소비에트 모델의 전체 경험은 미래 사회주의를 위한 유용하고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C.J. 폴리크로니우 : 그렇다면 시장 사회주의는 어떤가? 그 경험에서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데이비드 코츠 : 시장 배분과 사회주의 계획을 결합하려는 아이디어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1년 소비에트 모델 붕괴 이후, 시장 사회주의의 새로운 모델들이 제안되었다. 시장은 경제적 효율성을 보장하고, 사회주의 국가가 경제 정의와 물질적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희망이었다. 시장 사회주의는 소비에트 사회주의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1978년 이후 덩샤오핑의 지도 아래 중국에서는 등장했다. 중국에서는 경제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시장 힘이 점진적으로 도입되었으며, 국가의 강한 감독이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시장 사회주의는 자본주의의 많은 문제를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로의 복귀 경향을 촉진했다. 왜냐하면 시장 힘은 자원의 배분을 수행하기 위해 생산 활동의 주요 동력으로 이윤 동기를 활성화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출처 : Unsplash, William Gibson
C.J. 폴리크로니우 : 당신의 책에서, 경제 계획이 시장 힘이 아닌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창조할 수 있는 제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신은 또한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주의"가 생산 수단의 새로운 공적 소유 형태와 직접적 참여 계획을 요구한다고 말한다. 민주적 사회주의의 기본 특징을 간략히 설명할 수 있는가?
데이비드 코츠 : 이 질문에 대해서는 다가오는 책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이므로 여기서는 간단히 대답하겠다. 내 견해는 팻 디바인(Pat Devine)의 책 ⟪민주주의와 경제 계획⟫(Democracy and Economic Planning)에서 제시된 사회주의 모델을 가깝게 따른다. 내가 생각하는 미래 민주적 사회주의의 몇 가지 핵심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경제적 자원 배분 결정은 해당 결정에 영향을 받는 모든 당사자가 내린다. 여기에는 노동자, 소비자, 지역 사회가 포함된다.
2) 차이는 가능한 한 관련 당사자 간의 협상과 타협으로 해결한다. 필요할 경우, 다수결 투표를 사용할 수 있다.
3) 대중 매체는 국가와 공무원을 비판할 자유가 있다.
4) 개인은 국가와 공무원을 비판할 자유가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의사 결정에 대한 광범위한 참여와 실제 경제에서 서로 의존적인 자원 배분 결정을 신속히 내려야 하는 필요성 사이의 모순에 직면할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것은 인류를 위한 최선의 미래를 약속한다.
[출처] Reimagining Socialism: An Interview With David Kotz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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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M. 코츠(David M. Kotz)는 매사추세츠 대학교 애머스트의 경제학 명예교수다. C.J. 폴리크로니우(C.J. Polychroniou)는 유럽과 미국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에서 가르치고 일했던 정치경제학자/정치학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