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달라져야 합니다

[3.8여성파업 오픈마이크_삼성 편②] “여성 노동자 목숨값으로 배당하는 삼성은 들어라”

[편집자 주] 윤석열 비상계엄 시기에 삼성을 주목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윤석열은 애초 여성 혐오를 발판으로 집권했고, 대신 자본을 비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파업을 준비해 온 2025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자본에도 이 사태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에 조직위는 12월 말 문제의 첫 번째 기업인 삼성전자의 4차 배당일을 앞두고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오픈 마이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성차별과 폭력을 규탄한 여성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출처: 전병철 비주류 사진관

안녕하십니까저는 1994년부터 2015년까지 21년 가까이 삼성전자 기흥 사업장 6,789라인 E/F 라인에서 근무했던 정향숙이라고 합니다.

처음 입사 때부터 반도체 라인 여사원들이 그러하듯이 교대근무를 퇴사 직전까지 하였고 작업자부조장조장직장의 관리 감독 업무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반도체 라인은 수많은 화학물질을 다루지만그 성분이 무엇인지몸에 어떻게 유해한지 제대로 된 교육은 없었습니다방사선 계측기도 수시로 사용했지만그저 안전하다고 믿고 사용했습니다생산량에 쫓겨 생각할 겨를도 없었습니다.

바빠서 화장실도 제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은 여성 노동자에게 흔한 일이었습니다생리 중에도 화장실을 자주 가지 못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상사도 많았습니다.

제가 퇴사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 삼성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말하는 이유는 한낱 개인의 건강 문제로 치부하기엔 저의 건강 상태나 주위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는 각종 질병을 보면 나 스스로 건강관리를 하지 못해서 생긴 병이 아니라는 의구심 때문입니다.

저는 현장에서 무거운 런 박스를 반복해 들면서 21살에 처음으로 디스크 질환을 앓았고 이 때문에 두 번의 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이외에도 계류 유산과 불임인공수정을 통한 임신과 출산그리고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습니다그뿐만 아니라 잘 낫지 않는 중이염으로 수년간 수없이 병원에 다녔고 정밀 검사 결과 관자뼈에 100만 명당 한 명이 생긴다는 거대세포종이 생겼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최근이 관자뼈 거대세포종 제거 수술을 3회에 걸쳐서 진행했고이 수술 과정에서 왼쪽 고막을 없앴고 한쪽 귓구멍은 막아놓은 상태입니다.

저의 병력을 이렇게 나열한 이유는 근골격계 질환과 여성 질환또 희귀질환까지 저에게 발생한 이 병들을 직업병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살아왔기 때문입니다저는 제가 단순히 관리를 잘 못해서 생긴 병으로 생각하며 살아왔고 반도체 근무 중 여러 질병으로 돌아가시는 가까웠던 분들을 보면서도 그랬습니다하지만 희귀병까지 저를 덮치고 힘든 수술을 반복하다 보니 저 모든 병이 회사에 다니면서 생긴 일이었고 제 주위에 같이 일했던 많은 여사원에게도 비슷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많았기에 저는 반올림을 통해 산업재해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출처: 전병철 비주류 사진관

제가 근무했던 라인은 일명 노가다’ 라인이었습니다. 345라인보다는 자동화되었으나 그래도 여사원들이 런 박스를 들고 나르고 넣고 빼고 하는 곳이었습니다손가락이 휘어지고 허리디스크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작업하면 안 되는 것들을 당시에는 당연하게 생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20년간 근무하면서 4조 2교대, 3조 3교대, 4조 3교대를 회사 입맛에 맞게 군소리 없이 변경했습니다감독자를 하면서는 여기저기 위험 요소가 많았지만냄새가 난다고 하면마스크 내리고 냄새를 찾아다니며 해결했습니다가스나 화학 위험 알람이 울리면 어느 부위에서 샌 건지 바닥 설비를 열면서 찾아다녀야 했고정전이 오랫동안 나도 배기도 안 되는 라인에서 웨이퍼(기판)를 정리해야 했고생산 관련 OT 즉 연장근무는 기본이고 자동화는 제가 일했던 곳에서는 꿈도 못 꾸던 이야기였습니다심지어 저는 웨이퍼 불량을 칼로 긁어도 봤으니까요.

최근 황유미 님이 일했던 곳인 3라인에서 일한 여성 노동자들이 암과 자녀 장애 산재로 기자 회견을 하였습니다산재 신청을 하면서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그리고 잠시나마 같이 일했던 작업자들이 직업병으로 투병하고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또한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라인 다른 조에서 근무했다가 직업병으로 사망하신 분들의 이름을 봤을 때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너무나 많은 그리고 연속적인 직업병 사망과 투병의 피해가 있었습니다이것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것 같아 너무 겁이 납니다.

저는 삼성 반도체에서 근무하고 계신 분들이 직업병으로 인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죽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저 또한 죽지 않고 싶습니다.

삼성은 달라져야 합니다여성 노동자들의 처지는 달라져야 합니다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힘으로 바꿔 나갈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말

정향숙은 삼성전자에서 일했던 여성 노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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