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지정학에서 시기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 지난 금요일(1월 17일) 모스크바에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워싱턴 취임식을 불과 3일 앞두고, 주요 BRICS 회원국 지도자인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47개 조항으로 구성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협정을 체결했다. 이 조항 수는 최근 러시아-북한 협정의 두 배에 달한다.

동반자협정을 체결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출처: 푸틴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

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이제 확고해졌으며, 이와 동시에 갚을 수 없는 수준의 미국 정부 부채는 전례 없는 36.1조 달러에 달했고, 이는 미국인 1인당 10만 6,400달러에 해당한다. 또한 세계은행과 IMF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세계 경제 비중은 처음으로 15%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비해 러시아-이란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새로운 다극적 세계를 조직하려는 핵심 다자간 기구들의 상호 연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여기에는 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유라시아경제연합(EAEU)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유라시아 통합 과정의 긴 여정에서 획기적인 순간으로 부를 수 있다. 혹은 전 세계 대부분이 해석하듯, 쇠퇴하고 있는 서구 주도의 "규칙 기반 국제 질서"에 대한 직접적이고 자주적인 도전으로 여길 수 있다.

광범위한 테헤란-모스크바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안보와 국방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특히 러시아, 이란, 인도를 연결하는 트랜스유라시아 축인 국제 남북 운송 회랑(INSTC)의 원활한 발전에 중점을 둔다. 이는 이란을 러시아산 가스와 여러 아프로유라시아 파트너들에게 판매되는 상품의 핵심 통로로 확립한다.

국제 남북 운송 회랑(INSTC)의 지도

비대칭 전쟁의 규칙을 새롭게 쓰다

푸틴이 이번 동반자 관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는 이 협정을 “획기적인 문서”라 칭하며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고 “지속 가능한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평가했다.

푸틴은 러시아와 이란이 “대부분”의 외교 정책 사안에서 입장을 같이하며, 두 나라 모두 독립된 문명국으로서 “외부 압력에 저항하고 불법 제재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란의 외무장관 압바스 아락치는 이 동반자 관계가 “일방주의를 협력과 존중으로 대체한다”고 강조하며, 이번 협정이 이란과 러시아에게 “협력이 패권을 대체하고 존중이 강요를 대체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할 도구”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제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비록 이번 협정이 공식적인 군사 동맹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지만, 동반자 관계는 합동 훈련과 무기 개발에서 정보 공유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최고 수준의 군사 교류를 제도화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이란에 수호이 S-30(Sukhoi S-30) 전투기, 판치르(Pantsir), 톡(Tok), 부크 미사일(Buk missiles), S-400 방공 시스템(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S-500도 포함)을 판매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모험주의에 대비한 방공 능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반면, 러시아는 이란산 미사일과 드론을 대규모로 구매한다. 인공지능 연구 교류도 더욱 강화된다. 러시아와 이란은 비대칭 전쟁의 규칙을 새롭게 쓰는 데 있어 세계 최전선에 있다.

이 협정은 러시아가 이란에 “지원”을 제공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무기뿐만 아니라 유엔과 기타 국제 기구에서 외교적 위협으로부터 이란을 방어하고, 혼란을 초래하는 경제 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또한 이란에 대한 공격이 발생할 경우, 러시아는 어떤 경우에도 공격자와 협력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정보 제공은 물론 러시아 영토를 공격이나 침입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에너지 인프라는 이 동반자 관계의 핵심 기둥으로, 악화되고 있는 이란 경제를 부양하는 데 기여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이란의 방대한 에너지 인프라, 파이프라인 네트워크, 그리고 점점 확대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무역을 개발하기 위해 최첨단 에너지 기술을 제공할 것이다.

협정 체결 당일, 러시아 에너지부 장관 세르게이 치빌레프는 가스프롬과 이란 국영가스회사(NIGC) 간 체결된 새로운 30년 간의 카스피해 파이프라인 계약에 대한 세부 내용을 공개했다. 이 계약은 아제르바이잔을 포함하며, 바쿠를 적대적 지역 정책에서 이탈시키려는 의도도 담고 있다. 러시아는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고, 이란과 일부 이웃 국가들에게 가스를 공급할 것이다.

프로젝트 완공 시 연간 550억 입방미터의 예상 물량은 미국이 비밀리에 파괴한, 베테랑 탐사보도 기자 시모어 허시가 2022년에 폭로한 유럽연합으로의 쌍둥이 노르트스트림 가스관 용량과 맞먹는다.

이 에너지 협정은 이란에게 매우 중요하다. 이란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가스 매장량(34조 입방미터)을 보유하고 있지만, 겨울철을 포함해 국내 부족을 겪고 있다. 이는 대부분 미국의 수십 년 간의 제재로 인해 자원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실험실” 개선

지정학적 경제 분야에서 러시아와 이란은 21세기의 핵심 연결 통로 중 하나인 국제 남북 운송 회랑(INSTC)의 중심에 있다. 이 회랑은 BRICS 국가 세 곳(나머지 하나는 인도)을 연결하며 제재에 면역이 있고, 한때 필수적이었던 수에즈 운하를 대체할 심각할 정도로 더 빠르고 저렴한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른 중요한 통로는 북극을 가로지르는 북극항로(NSR)로, 중국에서는 이를 얼음 실크로드 혹은 극지 실크로드라고 부른다. 중국은 스스로를 “북극 인접국”으로 정의하고 있다.

주요 글로벌 해상 운송 경로와 북서항로 및 북동항로를 포함한 대체 북극 항로의 지도.

국제 남북 운송 회랑(INSTC)은 유라시아 통합의 가장 빛나는 사례로, 주요 BRICS 연결 프로젝트로서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이 회랑은 BRICS+ 내에서 미국 달러가 지배하는 국제 금융 시스템을 우회하는 과정을 가속화하며, 그 지정학적 경제적 파급력은 놀라울 정도로 크다.

러시아와 이란은 이미 자국 통화와 암호화폐를 활용한 무역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벨기에 기반의 글로벌 은행 메시징 시스템 스위프트(SWIFT, 전 세계 금융기관 간의 국제 결제를 지원하기 위해 사용되는 글로벌 은행 간 통신 네트워크)를 완전히 우회하기 위한 비밀 메커니즘을 완성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유라시아 전역을 포괄하는 결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는 진화하는 BRICS 메커니즘과 연결될 것이며, 현재 몇 가지 옵션이 논의되고 실험 중인데, 이는 “미래의 실험실”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번 동반자 관계를 새로운 “악의 축”의 한 장으로 규정하는 전형적인 제국적 히스테리는 – 여기에 북한과 중국을 더한 – 무의미하다. 다시 한번, 지정학적 시기는 매우 귀중하며, 이는 제재 광기(sanctions dementia)에 대한 반발과 맞물려 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광기는 미국 주도의 서구 축에 본질적으로 내재되어 있다. 국가 안보 자문관 잭 설리번은 비참한 퇴임 전에 백악관에 트럼프 2.0이 시작되기 전에 이란의 핵 시설을 공격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신임 공화당 대통령을 거대한 서아시아 전쟁의 한가운데로 즉시 몰아넣을 계획이었다.

문제는 트럼프를 둘러싼 시오니스트의 불길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물려받은 이 공격 계획을 계승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 딥스테이트 내에서 반대받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광기는 멈추지 않는다. 혼란의 제국(Empire of Chaos)을 관통하는 오만함을 감안할 때, 러시아-이란 전략적 협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현실주의자 집단은 등장하지 않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등 광범위한 지역을 황폐화시킨 “영원한 전쟁”이라는 사고방식은 이제 약간 조정되고 있다. 그러나 수십 년간 미국 외교 정책을 지배해온 네오콘과 네오리버럴(neoliberals) 세력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차이점은 이제 러시아와 이란이 긴밀한 협력을 통해 “재장전된 혼란의 제국”에 직접 도전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