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제너널 아토믹스 유투브 소개 영상 갈무리. 출처: 제너널 아토믹스 유투브

지난 4월, 언론의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가운데, 미 공군은 차세대 무인 전투기(CCA, 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개발을 위해 두 개의 잘 알려지지 않은 드론 제조업체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선정된 업체는 캘리포니아 코스타 메사(Costa Mesa)에 본사를 둔 안두릴 인더스트리(Anduril Industries)와 샌디에이고의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다. CCA는 유인 전투기와 함께 고위험 전투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무인 항공기로, 공군은 향후 10년 동안 최소 1,000대를 도입할 계획이며, 한 대당 가격은 약 3,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방부에서 진행하는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신규 사업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이 언론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은 것은 의외였다.

그러나 언론이 놓친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안두릴과 제너럴 아토믹스가 CCA 계약을 따내면서,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방산업체인 보잉,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을 제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군산복합체(MIC, Military-Industrial Complex)의 지배력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수십 년 동안 보잉, 록히드 마틴, 노스롭 그루먼과 같은 소수의 거대 기업이 미국방부의 방산 계약 대부분을 독점하며, 동일한 전투기, 군함, 미사일을 생산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했거나 그 혁신적 사고방식을 받아들인 신생 기업들이 국방부의 대형 계약을 따내기 위해 기존 방산업체들과 경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았지만 매우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즉, 새로운 군산복합체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기존 군산복합체와는 전혀 다른 목표와 이해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기존 MIC와 신흥 MIC 간의 불가피한 충돌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이 전쟁은 상당한 정치적 격변을 초래할 것이다.

거대 방산업체와 미 의회, 군부 간의 긴밀한 관계를 의미하는 "군산복합체(MIC)"라는 개념은 1961년 1월 17일,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Dwight D. Eisenhower) 대통령이 미 의회 및 국민을 대상으로 한 고별 연설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당시 미국은 냉전 상황에서 강력한 외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거대한 규모의 상시적 군수산업"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젠하워는 이러한 산업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군산복합체가 원하든 원치 않든, 부당한 영향력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경계해야 한다. 권력이 잘못 행사될 가능성은 존재하며,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새로운 군산복합체가 탄생하고 있다

군산복합체(MIC)가 점점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이에 대한 논쟁이 미국 정치에서 끊이지 않고 이어져 왔다. 여러 정치인과 저명한 공공 인사들은 미국이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참전한 일련의 참혹한 전쟁들이 군산복합체의 과도한 정책 개입의 결과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MIC가 펜타곤의 무기 조달을 장악하는 구조를 약화하는 데 성공한 예는 없었다.

올해 미국 국방 예산은 약 8,5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으며, 이 중 1,432억 달러가 연구·개발(R&D) 예산으로, 1,675억 달러가 무기 조달 예산으로 배정되었다. 즉, 총 3,110억 달러가 방산업체로 흘러가게 되며, 이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국방비를 합친 금액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국방부 계약을 둘러싼 경쟁이 지속되면서, MIC 내부에서는 점점 더 소수의 거대 기업만이 살아남게 되었고, 그 결과 일부 초대형 방산업체들이 군수 산업을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2024년 기준으로 단 다섯 개 기업이 국방부 계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록히드 마틴이 국방 매출 647억 달러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RTX(구 레이시온)는 406억 달러, 노스롭 그루먼은 352억 달러,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337억 달러, 보잉은 32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CCA 계약을 따낸 안두릴과 제너럴 아토믹스는 국방부 계약 상위 100대 업체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방산업체는 일반적으로 국방부가 매년 구매하는 주요 무기 시스템의 주계약자 역할을 맡아 왔다. 록히드 마틴은 공군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F-35 스텔스 전투기의 주계약자로 선정되었지만, 이 전투기는 실제 운용에서 실망스러운 성능을 보인 사례가 많았다. 노스롭 그루먼은 B-21 스텔스 폭격기를 제작하고 있으며, 보잉은 F-15EX 전투기를 생산하고, 제너럴 다이내믹스는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공격 잠수함을 제조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무기 시스템들은 보통 수년간 대량 구매되며, 이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무기 시스템의 초기 생산 계약이 종료될 시점이 다가오면, 제조사들은 신형 모델이나 개량형을 개발하는 동시에, 강력한 로비 활동을 통해 의회가 이를 계속 구매하도록 압박한다.

수년 동안 전국 우선 과제 프로젝트(National Priorities Project)와 국가 입법을 위한 친구들 위원회(Friends Committee on National Legislation)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은 MIC의 로비를 저지하고 군사 예산을 삭감하도록 의회를 설득하려 했지만,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제 새로운 세력, 즉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문화가 방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군산복합체의 기존 질서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안두릴이 최근 생산한 Dive-XL 소개 영상 갈무리. 출처: 안두릴 인더스트리 유투브

안두릴의 등장

안두릴 인더스트리를 살펴보자. 이 회사의 이름은 J.R.R. 톨킨(J.R.R. Tolkien)의 영화 <반지의 제왕>(The Lord of the Rings)에서 아라곤이 사용하는 검에서 따온 것으로, 2017년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설립했다. 럭키는 가상현실(VR) 헤드셋 디자이너 출신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첨단 무기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그의 이 같은 시도는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투자자들, 특히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의 피터 틸(Peter Thiel)과 방산 기술 스타트업 팔란티어(Palantir)의 경영진의 지원을 받았다. 참고로, 팔란티어라는 이름 또한 반지의 제왕에서 유래한 것이다.

설립 초기부터 럭키와 그의 동료들은 기존 방산업체들을 밀어내고 자신들의 첨단 기술 스타트업이 자리잡을 공간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안두릴과 팔란티어를 비롯한 신생 기술 기업들은 펜타곤의 대형 계약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기존 군산복합체(MIC) 대기업들이 방대한 법무팀과 정부 서류 절차에 대한 높은 숙련도를 갖춘 덕분에, 국방부의 주요 계약은 오랫동안 이들에게 유리하게 작성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2016년 팔란티어는 미 육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육군이 대형 데이터 처리 계약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팔란티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는 이유였다. 법원은 팔란티어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을 계기로 향후 국방부 계약에서 신생 기업들이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안두릴은 법적 대응뿐만 아니라, 팔머 럭키의 직설적인 발언 덕분에 더욱 주목받았다. 대부분의 기업 경영진이 국방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만 럭키는 펜타곤이 전통적인 방산업체들과만 협력하려는 관행을 비판하며, 이는 중국과 러시아를 압도하기 위해 필요한 첨단 기술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첨단 기술이 민간 기술 산업에서만 제공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럭키와 그의 핵심 동료들은 2022년 안두릴의 미션 문서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형 방산업체들은 애국심이 강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구축할 만큼의 소프트웨어 전문성이나 적절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못했다. 이들은 너무 느리게 일하며, 반면 최고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속도를 즐긴다. 그리고 우리 적국들보다 더 빠르게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은 대형 방산업체가 아니라 민간 기술 산업에 존재한다."

럭키의 이 같은 주장은 전통적인 방산업체와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 간의 근본적인 차이를 강조하며, 새로운 군산복합체(MIC)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럭키는 군사 현대화의 장애물을 극복하려면 정부가 국방 계약 규정을 완화하고, 방산 스타트업과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펜타곤과 더 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방산업체가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며, 기업들이 더 빠르게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하며, 보다 유연한 펜타곤 정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주장과 함께, 피터 틸과 같은 핵심 인물들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안두릴은 군과 국토안보부(Department of Homeland Security)로부터 소규모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계약을 따내기 시작했다. 2019년, 안두릴은 미 해병대와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및 미국 내 군사 기지에 AI 기반 경계 감시 시스템을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2020년, 미 국경세관보호국(CBP, Customs and Border Protection)과 5년간 2,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여 미-멕시코 국경에 감시탑을 건설하는 사업을 수주했다. 같은 해 9월, CBP와 3,600만 달러 규모의 추가 계약을 체결하며, 해당 국경 지역에 추가적인 감시탑을 구축하게 되었다.

이후, 안두릴은 더 큰 계약을 따내기 시작했다. 2023년 2월, 미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하기 위해 안두릴의 알티우스-600(Altius-600) 감시·공격 드론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미 육군은 안두릴의 고스트-X(Ghost-X) 드론을 전장 감시 임무에 투입하기 위해 도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안두릴은 현재 미 공군이 개발 중인 중형 드론 '엔터프라이즈 테스트 비히클(Enterprise Test Vehicle)'의 시제품 제작을 위한 4개 선정 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이 드론은 더 작은 감시·공격 드론들을 연속 발사할 수 있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안두릴이 점점 더 대형 펜타곤 계약을 따내기 시작하자, 방산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던 부유한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7월, 안두릴은 틸의 파운더스 펀드와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 투자자인 안드레센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로부터 2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회사의 기업 가치는 약 20억 달러로 상승했다. 1년 후, 안두릴은 추가로 4억 5,0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는 45억 달러로 급등했다.

그 이후에도 안두릴에는 더 많은 금융 자본이 유입되었으며, 이는 방산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하려는 민간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유입을 선도하는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이러한 투자자들은 방산 스타트업이 성장할수록 그로부터 막대한 이익을 얻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국방 기술 혁신을 위한 스타트업 육성 및 신속 조달 프로그램(The Replicator initiative)

안두릴은 대형 국방 계약과 대규모 투자 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방산 스타트업과 기술 기업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국방부의 계약 절차를 개혁해야 한다는 점을 펜타곤 고위 관료들에게 설득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2023년 8월 28일, 당시 국방부 서열 2위였던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은 무기 개발 및 납품 속도를 높이기 위해 설계된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의 출범을 발표했다.

힉스는 국방부의 예산 편성과 행정 절차가 느리고, 번거로우며,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녀는 이러한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레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가 관료적 절차를 단축하고, 첨단 무기의 신속한 개발과 납품을 위해 스타트업들과 직접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목표는 혁신의 씨앗을 뿌리고, 불을 붙여, 활활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라고 그녀는 선언했다.

힉스의 설명에 따르면, 레플리케이터 계약은 여러 단계(트랜치, tranches)로 나누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 트랜치는 2023년 5월 발표되었으며, 목표물을 향해 돌진해 충돌과 동시에 폭발하도록 설계된 아에로바이러먼트(AeroVironment)의 스위치블레이드 600(Switchblade 600) 가미카제 드론이 포함되었다. 두 번째 트랜치는 11월 13일 발표되었으며, 안두릴이 세 가지 부문에서 수주에 성공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트랜치에는 육군이 운용할 고스트-X 감시 드론, 해병대가 도입할 알티우스-600(Altius-600) 가미카제 드론, 그리고 공군의 '엔터프라이즈 테스트 비히클' 개발 지원이 포함되었으며, 안두릴은 이 프로젝트의 네 개 협력 업체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힉스는 2023년 11월, 레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가 혁신의 장벽을 낮추고 있으며, 전투 병력에 필요한 역량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는 전통적인 방산업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전통적인 방산 및 기술 기업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을 지속적으로 반복할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고 그녀는 강조했다.

트럼프 진영의 등장

2024년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캐슬린 힉스 국방부 부장관을 비롯한 그녀의 핵심 참모들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로운 행정부가 군수 조달 문제를 어떻게 다룰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트럼프의 핵심 측근들—일론 머스크와 부통령 J.D. 밴스를 포함—은 실리콘밸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레플리케이터(Replicator)와 유사한 정책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국방장관으로 공식 임명된 피트 헤그세스는 폭스뉴스 출신으로, 무기 개발에 대한 경험이 없으며 이에 대해 많은 발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가 국방부 부장관(즉, 힉스의 후임)으로 지명한 억만장자 투자자 스티븐 A. 파인버그는 투자사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Cerberus Capital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로서 군사 스타트업 스트라토런치(Stratolaunch)를 인수한 이력이 있어, 레플리케이터 같은 프로그램을 확장하는 데 우호적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국방비 대폭 증액을 추진할 것이 확실하지만, 미국의 군사 예산이 이미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한 상황에서 그 규모를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약 국방 예산이 증가한다면 전통적인 방산 대기업과 실리콘밸리 기반 신생 방산업체들 모두가 수혜를 입겠지만, 트럼프와 공화당이 선호하는 감세 정책 및 기타 고비용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국방 예산을 현 수준으로 동결한다면, 기존 군산복합체(MIC)와 새로운 MIC 간의 경쟁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트럼프의 내부 진영에서도 전통적인 방산업체를 지지하는 세력과 신생 방산업체를 선호하는 세력 간의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공화당 의원들의 상당수는 기존 군산복합체 대기업으로부터 선거 자금을 지원받기 때문에 이들 기업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부통령 J.D. 밴스와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압박할 수도 있다. 밴스는 실리콘밸리 출신으로, 피터 틸과 다른 기술계 억만장자들의 강력한 로비 끝에 트럼프의 러닝메이트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는 과거 동료들의 요청을 받아 안두릴, 팔란티어 등 신생 방산업체들이 더 많은 펜타곤 계약을 따내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밴스가 운영하는 개인 벤처펀드 나리야 캐피털(Narya Capital)—참고로 이 이름도 반지의 제왕에서 유래—은 이미 안두릴과 여러 방산·우주 산업 관련 기업들에 투자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신설한 정부효율성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의 책임자로 임명된 일론 머스크는 팔머 럭키와 마찬가지로 국방부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싸워온 인물이며, 전통적인 펜타곤 시스템에 대해 깊은 불신을 드러내 왔다. 특히 그는 록히드 마틴이 개발한 F-35 전투기가 비용 대비 성능이 떨어진다며 비판을 이어왔다. 인공지능(AI) 기반 드론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는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플랫폼 X(구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떤 멍청이들은 아직도 F-35 같은 유인 전투기를 만들고 있다."

이후 그는 다시 글을 올려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드론의 시대에 유인 전투기는 이미 구식이다."

머스크의 이러한 발언은 공군 내부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록히드 마틴의 주가는 3% 이상 하락했다. 록히드 마틴은 머스크의 발언에 대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전투기 F-35를 정부 및 산업 파트너들과 함께 제공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펜타곤에서도 공군 장관 프랭크 켄달이 나서서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나는 머스크가 뛰어난 엔지니어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군인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가 그런 거창한 발표를 하기 전에 이 업계에 대해 조금 더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나는 F-35가 대체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 전투기를 구매해야 하며, 동시에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도 필요하다."

트럼프는 아직 F-35나 기타 고가 무기 체계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며, 해당 전투기의 도입 속도를 늦출지, 혹은 다른 프로젝트에 더 많은 투자를 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머스크가 제기한 "비싼 유인 무기 vs. 더 저렴한 무인 시스템"이라는 대립 구도는 향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안두릴, 제너럴 아토믹스, 에어로바이런먼트와 같은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군산복합체가 점점 더 많은 부와 권력을 축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