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아제르바이잔 갈등, 튀르키예-미국이 배후에

튀르키예 대통령 레제프 에르도안(Recep Erdogan)이 여러 세력을 서로 맞붙게 하며 벌이는 정치 놀음을 파악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숱한 책략 가운데 하나는러시아의 '특별군사작전개시 이후에도 러시아와의 교역을 지속하고 흑해로의 군함 진입을 거부함으로써 러시아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한 일이었다이는 미국을 크게 불쾌하게 했다동시에 튀르키예는 시리아 붕괴에 상당한 역할을 했고이는 러시아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나는 앤드루 코리브코(Andrew Korybko)의 주장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그 주장은 그럴듯하다. 이 글은 코리브코가 작성했다그는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미국인 정치 분석가로신냉전 시대의 다극체제 전환이라는 세계 체계 변화에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그는 러시아 외무부 산하의 국제관계국립연구대학(MGIMO)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이 글은 원래 그의 웹사이트에 게재되었다.

튀르키예는 유라시아 대국으로서의 부상을 가속화할 기회를 러시아의 남부 전역에서 포착했고이는 자율적으로 미국의 거대 전략적 이익과 일치한다.

러시아-아제르바이잔 관계는 두 건의 스캔들로 인해 위기에 처했다첫 번째는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아제르바이잔계로 의심되는 범죄자들을 상대로 벌어진 최근 경찰 급습과 관련이 있다이 과정에서 두 명이 사망했고현재 그 경위를 조사 중이다이 사건은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모스크바에 공식 항의하도록 만들었고이후 러시아가 이슬람혐오적이고, ‘제국주의적이며, ‘아제르바이잔인을 박해한다는 주장을 담은 맹렬한 정보전이 소셜미디어와 일부 공영 매체를 통해 전개되었다.

이 일 직후 바쿠에 있는 스푸트니크(Sputnik) 사무소에 대한 경찰의 급습이 이어졌다해당 사무소는 당국이 올해 2월 사실상 폐쇄 조치를 취한 이후 법적 회색지대에서 운영되고 있었고이번 급습으로 여러 러시아인이 구금되었다이 초기 조치는 러시아가 12월 말 북캅카스에서 발생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인한 항공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데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불만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받았다이 사건을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은 아래 글을 참고하라.

아제르바이잔 항공 참사는 우크라이나의 무모한 드론 공격으로 인해 발생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 참사에 대한 알리예프의 이론 분석

최근 양국 관계의 혼란을 누가 초래했는지를 판단하기 전에이 모든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더 큰 맥락을 되새겨야 한다. 12월 말의 항공 사고 이전까지 러시아-아제르바이잔 관계는 2022년 2월 말 특별군사작전’ 직전에 일함 알리예프 대통령이 푸틴과 체결한 전략적 동반자 협약에 따라 매우 긍정적인 궤도를 따라 진행되고 있었다이는 러시아가 2020년 11월 제2차 나고르노-카라바흐 전쟁을 중재하며 종전을 이끌어 낸 데 기반을 두고 있다.

보다 최근에는 푸틴이 지난해 8월 바쿠를 방문했고그 의미는 아래 글을 참고하라.

푸틴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방문 중 유라시아 연결성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다극화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역할

이어서 알리예프는 10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정상회의에 참석했다그리고 12월 말 항공 참사 직전알리예프는 바쿠에서 로시야 세고드냐(Rossiya Segodnya) 대표 드미트리 키셀료프(Dmitry Kiselyov)와 장시간 인터뷰를 갖고아제르바이잔의 다중 외교 노선과 서방이 남캅카스에 갖는 새로운 의도에 대한 의심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와 관련하여바이든 행정부는 제2차 카라바흐 전쟁에서 아르메니아가 패배한 것을 계기로 러시아로부터 더 급진적으로 이탈시키려 했고이로써 프랑스-미국 공동 보호령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했다이는 지역 분할통치를 위한 전략이었고아제르바이잔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 전략을 재고한 것으로 보이며아르메니아를 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 공동 보호령으로 전환하는 데 동의했을 수도 있다이 인식이 최근 아르메니아 내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프랑스-미국 공동 보호령 시나리오가 아르메니아 민족주의 부활을 무기화할 경우 또 다른 지역 전쟁으로 이어져 통제 불가능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마찬가지로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 공동 보호령 시나리오는 중앙아시아에서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통해 튀르키예의 유라시아 대국 부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따라서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아르메니아가 러시아의 전통적 동맹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을 설명한 이후에는누가 책임이 있는지를 판단할 차례다객관적으로 보자면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예카테린부르크 경찰 급습에 과도하게 반응했고그 결과 시민사회는 러시아를 상대로 한 맹렬한 정보전을 벌여도 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알리예프와의 관계가 불분명한 일부 관리들은 스푸트니크 사무소에 대한 급습을 비대칭적 대응이라는 암묵적 명분 아래 승인했다.

알리예프가 아제르바이잔의 과잉 대응에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는 불확실하기 때문에그가 직접 자신이 키워온 러시아와의 전략적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시기상조다다만설령 중간급 관리들이 독자적으로 결정했다 하더라도 그는 국가 수반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왜냐하면 아제르바이잔 당국의 공식 항의와 스푸트니크 사무소 급습은 국가 차원의 행동인 반면예카테린부르크 경찰의 급습은 지방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따라서 그는 조만간 푸틴과 대화를 나눠 사태를 수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관찰은 중간급 관리들이 왜 예카테린부르크 경찰 급습에 과잉 대응했는지를 설명해주지 못한다이는 일부 인사들이 러시아에 대해 깊이 뿌리박힌 반감을 품고 있고외부 세력의 영향력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전자의 경우 일부 아제르바이잔인(물론 전부는 아니고대다수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이 그러한 감정을 품고 있으며후자의 경우 아르메니아를 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 공동 보호령으로 만들려는 미국의 시나리오와 연결될 수 있다.

이를 좀 더 설명하자면미국과 프랑스는 바이든 시대에 조지아에서 여러 차례의 색깔혁명을 시도했으나 실패함으로써 아르메니아를 공동 보호령으로 만드는 데 필요한 군사 물류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조지아는 러시아에 대한 전선을 여는 데 실패했고정부 전복 시도도 무산되었다이로 인해 이들이 아르메니아를 지역 분할통치의 거점으로 만들기 위한 군사 물류 경로가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되었고현실적으로는 조지아를 통하지 않고는 이 경로를 확보할 수 없다.

따라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략적 손실을 수습하기 위해 아르메니아를 아제르바이잔과 튀르키예에 넘겨주는” 결정을 했을 수 있다이 결정은 양국과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으며미국은 그 대가로 향후 기회가 생길 경우 러시아에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해달라고 요청했을 수 있다물론 양국 모두 러시아를 제재할 수는 없겠지만상황에 따라 정치적 긴장을 고조시킬 명분으로 삼을 수 있기를 기대했을 것이다.

중간급 관리들은 이런 고위급 협상에 접근할 수 없지만위에서 언급한 요청은 상급자로부터 암시적인 국가 승인을 받은 것처럼 전달되었을 수 있다이런 일련의 과정은 알리예프가 사태를 수습할 때 개입하지 않았다고 그럴듯하게 부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이 모든 연극의 목적은 새로운 지역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는 신호를 러시아에 보내는 것일 수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이 질서는 아르메니아를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 당국이 공동 보호령으로 삼음으로써 형성될 수 있으며이후 그들은 아르메니아를 통해 군사 물류망을 정비하고, ‘투르크 국가 기구(OTS)’를 러시아 남부 전역에서 강력한 세력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분명히 말하자면, OTS는 서방이 통제하는 기구는 아니지만그 지도자인 튀르키예와 점점 동등한 파트너가 되어가는 아제르바이잔은 자율적으로 서방의 전략적 목표를 대리 수행할 수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아르메니아에서 신뢰할 수 없는 군사 물류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러시아 역시 마찬가지로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따라서 아제르바이잔 당국(그리고 아마 앙카라)는 최근의 불안을 기회로 삼아 CSTO의 명목상 동맹국이지만 이탈 조짐을 보이는 아르메니아에 침공할 수 있으며이 경우 러시아는 이를 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게다가 가장 이상적인 북남 교통 회랑(NSTC)은 아제르바이잔을 통과하는 경로로 설정되어 있고러시아가 아르메니아를 방어하기 위해 결단을 내릴 경우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이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

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과 싸울 의도가 없지만예카테린부르크 경찰 급습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과잉 반응은만약 모스크바가 지역 긴장 고조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물러섰다는 인식을 조작하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이 급습이 없었더라도그들은 다른 명분을 활용하거나 조작했을 수 있다중요한 점은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의 지정학적 미래에 대해 정반대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미래는 앞서 서술했듯이 지역 전체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만러시아는 아제르바이잔과의 전략적 상호의존성과 특별군사작전으로 인한 군사적 우선순위 때문에 지역 정세를 이끌 수단이 제한적이다이런 제약은 명백하며알리예프(그리고 에르도안?)는 이러한 약점을 이용할 준비를 하고 있을 수 있다이들은 아사드 정권 몰락 이후 시리아에서 러시아가 겪은 후퇴를 보며 자신감을 얻었을 가능성이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튀르키예의 유라시아 대국 부상을 가속화하는 데 있어 자신의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인식하고 있으며이는 아르메니아를 종속시켜 OTS의 군사 물류망을 아시아 소지역에서 남캅카스를 거쳐 중앙아시아까지 정비하는 데 달려 있다알리예프가 자신의 국가가 러시아 중심이 아닌 튀르키예 중심의 지역 질서에서 더 밝은 미래를 갖는다고 믿게 되었고미국이 이에 동의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생각했다면최근 사태에 대한 과잉 반응도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가 중재한 2020년 11월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정전 협정은 아르메니아 남부 시유니크(Syunik) 주를 관통하는 러시아 통제 하의 회랑 설치를 포함하고 있고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이를 잔게주르 회랑(Zangezur Corridor)”이라고 부른다파시냔은 지금까지 서방과 아르메니아 디아스포라의 압력 때문에 이 회랑 설치를 거부해왔다하지만 트럼프가 아르메니아를 아제르바이잔과 튀르키예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면그는 러시아를 이 경로에서 몰아낸 뒤에야 이를 시행할 수 있다.

러시아의 통제가 유지된다면튀르키예는 이 회랑을 통해 중앙아시아까지의 군사 물류망을 정비할 수 없고이는 러시아의 영향력을 튀르키예가 대체하려는 전략적 시도에 제동을 건다아제르바이잔 당국(그리고 앙카라?)은 따라서 그들이 후원하는 파시냔이 러시아 배제를 망설이거나새로운 정부가 러시아의 개입을 초대하기 전에 시유니크를 침공할 수 있다.

튀르키예가 아무런 제약 없이 중앙아시아로의 군사 접근을 확보하게 되면이는 러시아에 재앙이 될 수 있다이미 튀르키예유럽연합(EU), 영국은 러시아의 지역 영향력을 위협하고 있고최근 영국은 카자흐스탄과 2년짜리 군사 협정을 체결했다러시아와 세계에서 가장 긴 국경을 공유하는 카자흐스탄은 2023년 여름 평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서방으로의 기울기를 가속화하고 있고이 흐름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 모든 통찰을 종합하면러시아-아제르바이잔 관계의 최근 혼란은 튀르키예-미국의 권력 투쟁의 일환일 수 있다트럼프는 이 권력 게임에 에르도안과 동의했을 수 있고이후 알리예프가 동참했지만 여전히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다이는 최근 사태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과잉 대응에서 그가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설명해준다이 권력 투쟁이 끝까지 진행된다면아제르바이잔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튀르키예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할 위험이 있고알리예프는 지금까지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다중 외교 노선을 유지해왔다.

만약 이 분석이 맞다면푸틴은 여전히 알리예프를 설득해 다른 지역 질서즉 아제르바이잔이 튀르키예의 부상을 가속화하는 대신 러시아-튀르키예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유도할 수 있다. NSTC는 이 새로운 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아제르바이잔의 이란 및 인도와의 관계가 현재 매우 껄끄럽기 때문에이를 실현하려면 러시아가 양국과의 관계 개선을 중재해야 할 수도 있다.

어쨌든러시아-아제르바이잔 관계의 최근 혼란이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고 단정하거나불가피한 위기의 전조라고 단정하기엔 시기상조다하지만 두 가능성 모두 신뢰할 수 있는 시나리오이며러시아 당국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알리예프와 푸틴이 조만간 통화를 통해 관계를 악화시킨 사안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더 큰 불행이 닥칠 수 있고이는 양국 모두에게 불리할 수 있다.

[출처The Latest Trouble In Russian-Azerbaijani Relations Might Be Part Of A Turkish-US Powerplay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이브 스미스(Yves Smith)는 미국의 금융·경제·정치 분석가이자 블로거, 저술가로, 글로벌 금융 시스템과 월스트리트의 권력 구조,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적 분석으로 잘 알려져 있다.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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