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Unsplash, Mariia Shalabaieva
마거릿 대처는 사회주의자들의 문제는 결국 남의 돈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은행가들이 남의 돈을 다 써버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머지않아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또 한 번의 참혹한 금융 붕괴를 겪게 되거나, 대처가 사회주의라고 비난했을지도 모를 방식으로 공익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도입하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금융 수렁에 대한 하나의 혁신적 대응을 제안하기 전에, 우선 현재 진행 중인 통화 체제의 변화를 이해해야 한다. 이 변화는 스테이블코인의 꾸준한 부상에 의해 야기되고 있다. 비트코인이나 다른 암호화폐는 어떤 실체에도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요요처럼 출렁이는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 발행하며 해당 토큰이 미국 달러의 가치를 충실히 따라간다고 약속한다.
범죄자가 아닌 일반 대중이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싶어 하는 데에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특히 해외로 송금할 때, 비용이 저렴하고, 속도가 빠르며, 미국의 제재로부터 자유롭고, SWIFT(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국제은행간통신협회) 같은 허술한 은행 간 메시지 시스템보다 더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업자들이 자신들 브랜드의 스테이블코인을 우리에게 제공하고 싶어 하는 데에는 더 많은 이유가 있다. 주식, 채권, 파생상품, 기타 증권 거래를 자신들의 블록체인으로 옮김으로써 거래를 훨씬 더 빠르고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약 자신들의 스테이블코인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면, 이들은 시장뿐 아니라 거래에 사용되는 통화까지 소유하게 되어 막대한 금융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다음 금융 붕괴를 위한 무대를 만들고 있다. 우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은 자신들의 토큰을 뒷받침하기 위해 보유한 달러보다 더 많은 토큰을 발행할 유인이 있다. 그리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상당 부분의 달러 준비금을 은행에 예치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이 뱅크런을 겪으면 스테이블코인도 런을 맞게 된다(즉, 이를 실제 달러로 환전하려는 요구가 쇄도하게 된다). 그 결과, 은행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스테이블코인, 주식, 채권은 파국의 순환고리에 묶여 있다. 금융 거래가 스테이블코인으로 "윤활유를 바른" 블록체인으로 이동하게 되면, 해당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런은 주식시장과 29조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 시장을 위협하게 된다. 또한, 미국 외부에서 발행되고 미국 당국이 구제할 가능성이 희박한, 달러에 기반한 스테이블코인이 야기하는 세계적 취약성도 존재한다.
전통적 통화 체계에서 이들 민간 스테이블코인 정글로의 전환은 얼마나 심각한가? 6월 17일, 미국 상원은 이른바 GENIUS 법안(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 스테이블코인 종류를 ‘지급(stablecoin for payment)’으로 명확히 정의하고, 증권이나 상품이 아닌 독립적 디지털 통화로 지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의 주요 목적은 스테이블코인을 합법화하고 사용을 장려하는 데 있다. 본질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는 지정학적, 사적 이해, 이념적 이유로 달러 체계를 민영화하고 있는 것이다. 미 재무부는 GENIUS 법안에 힘입어 6조 6천억 달러(미국 연간 국방 예산의 660%에 해당하는 금액)가 미국 은행 예금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이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말 그대로 우리 경제의 토대에 심어진 거대한 시한폭탄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미국 거주자가 어떤 앱스토어에서든 연방준비제도의 디지털 지갑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이 고용주에게 급여를 그 지갑으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으며, 상업은행 계좌에서 돈을 이체하여 연준의 익일 금리를 이용하고 무료 거래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상상해 보자.
스테이블코인 발행자들이 사용하는 동일한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연준은 모든 결제나 이체가 완전한 프라이버시를 보장받도록 하면서도, 시스템 내에 얼마나 많은 돈이 흘러 다니는지를 집계 수준에서는 모두가 볼 수 있게 해, 당국이 몰래 새로운 화폐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이것은 모든 스테이블코인의 어머니격이 될 것이며, 단점은 전혀 없다. 속도, 효율성, 프라이버시가 결합되며, 상업은행보다 높은 예금 금리와 함께, 당신의 디지털 토큰이 100% 연준이 보장하는 미국 달러임을 보여주는 구리 도금된 안정성이 따라온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이 안고 있는 도덕적 해이와 파국의 순환고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공공 시스템에는 또 하나의 이점이 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신탁 기금을 열어주는 문을 연다는 점이다.
현행 부분지급준비제도 하에서, 상업은행은 받은 예금 1달러당 더 많은 달러를 창출한다(이른바 화폐승수 개념). 반대로, 미 재무부의 예측대로 미국 은행의 6조 6천억 달러 예금이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겨간다면, 전체 달러 공급량은 급격히 감소할 것이다. 그 결과, 연준은 금리를 대폭 인상해야 하며, 은행들도 자금 이탈과 화폐 공급 감소를 막기 위해 동일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는 실물 경제에 재앙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은행 예금이 대거 연준 지갑으로 이동하게 되면, 연준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 연준은 단지 화폐 공급량이 얼마나 줄어들고 있는지를 계산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각 거주자의 지갑에 필요한 만큼의 금액을 입금하면 된다. 본질적으로, 국가는 새로운 세금을 걷거나 단 1센트도 빌리지 않고, 이 새로운 공공 암호 네트워크 내 모든 이들에게 실질적인 신탁 기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 시스템은 진정 새로운 통화 공유지로 기능한다.
은행가들은 이 아이디어를 분명히 싫어할 것이다. 지급과 저축에 대한 독점권을 박탈당하면, 연준 지갑은 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금융 중개 역할을 하도록 강제하게 된다. 즉, 질의 저축을 잭의 대출로 전환하게 된다.
금융시장 역시 연준의 새로운 토큰화된 달러를 거래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만약 토큰화된 달러가 민영화되었다면 받았을 터인 과도한 임대료는 받을 수 없게 된다. 은행가들과 금융인들은 처음으로, 우리가 거절할 수 있는 조건 아래에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 새로운 통화 공유지, 그리고 모든 사람을 위한 거대한 신탁 기금은, 우리에게 은행가들과 금융인들로부터 전례 없는 자유를 부여할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당신은 이것에 대해 주류 정당들로부터는 아무 얘기도 듣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선거 자금은 은행가들과 금융인들에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처] A Trust Fund for Everyone to Defuse the Stablecoin Time Bomb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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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니스 바루파키스(Yanis Varoufakis)는 경제학자이자 그리스의 전 재무장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