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Ishant Mishra, Unsplash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대부분의 아시아 통화는 달러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인도 루피화는 특히 큰 폭으로 하락해, 전쟁이 시작되기 전날인 2월 27일 91.01루피에서 3월 20일 금요일에는 93.73루피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하락의 직접적인 이유는 분명하다. 인도는 석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국가이며, 그 상당 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해협이 봉쇄되면 이들 자원의 공급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인도의 국제수지에 부담을 주고, 결국 루피화 가치에도 압박을 가한다. 여기에 더해 그동안 국제수지를 지탱해 온 주요 요인이었던 해외 송금 유입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경상수지 상황이 갑자기 악화한 것은 아니다. 불과 3주간의 전쟁으로 경상수지가 급격히 나빠질 수는 없다. 오히려 이러한 악화를 예상한 금융자본이 인도에서 빠져나가면서 루피화 가치가 하락했다. 다시 말해, 이는 글로벌 금융을 움직이는 투자자들의 기대가 만들어낸 결과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전쟁 당사국이자 전쟁을 촉발한 미국으로 자금을 되돌리며 달러를 ‘안전자산’으로 선택한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현상이 나타난다. 석유 대비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오히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의 통화는 달러 대비 더 크게 하락한다는 점이다.
이 현상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비용이 상승하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전가되면서 노동자들의 실질소득을 압박한다.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은 유가 상승 상황에서 두 가지 경로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는다. 하나는 달러 기준 유가 상승 자체에서 발생하는 물가 상승이고, 다른 하나는 자국 통화가 달러 대비 하락하면서 다른 수입재 가격까지 함께 오르는 데서 발생하는 물가 상승이다. 예를 들어 달러 기준 유가가 10% 상승하면 미국의 물가는 약 5% 상승할 수 있지만, 주변부 국가들의 물가는 그보다 더 크게 상승한다. 즉 중심부의 인플레이션이 주변부에서 더 증폭되는 ‘인플레이션 승수’가 작동한다.
루피화에 대한 투기적 압력은 매우 강해 인도중앙은행(RBI)의 대규모 개입에도 불구하고 하락세가 이어졌다. RBI는 이란 전쟁 이후 약 200억 달러를 투입해 환율 방어에 나섰지만, 루피화 급락을 막지 못했다. 물론 개입이 없었다면 하락폭은 더 컸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하락이 지속된 사실은 루피화에 대한 투기적 심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현재의 투기적 압력은 이란 전쟁 이전부터 형성됐다. 루피화는 이미 2026년 1월 1일 89.94루피에서 2월 27일 91.01루피로 하락하고 있었다.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과 달러 선호 현상이 이러한 기존 흐름 위에 겹치면서 하락폭이 더욱 커졌다. 시장 분석가들은 루피화가 가까운 시일 내에 달러당 95루피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이는 인도 외환보유액이 약 7,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상황이다.
이 지점에서 중요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막대한 외환보유액이 있어도 투기 세력이 통화 하락을 예상하면 이를 막기 어렵다. 자본이 빠져나가면 외환보유액을 소진해 방어할수록 추가 하락 기대가 강화된다. 중앙은행 역시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외환보유액 사용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외환보유액은 부채 상환이나 경상수지 적자 보전에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시장 심리가 통화 하락 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에서는 환율 방어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게다가 외환보유액이 경상수지 흑자가 아니라 외국 자본 유입으로 축적된 경우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외환보유액은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반면, 이를 유입한 투자자들에게는 더 높은 수익을 지급해야 한다. 인도의 경우 RBI가 외환보유액으로 얻는 수익률은 약 1.5%에 불과하지만, 외국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수익률은 최소 7~8%에 달한다. 이는 결국 ‘비싸게 빌려 싸게 빌려주는’ 구조를 만들며 국가 경제에 부담을 준다.
이처럼 차입 기반 외환보유액은 구조적 문제를 내포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관세와 수량 규제를 줄이고 자본 이동을 자유화한 ‘자유화된’ 무역·자본 계정 체제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환율과 수백만 노동자의 삶이 국제 투기 자본의 변덕에 좌우된다. 이는 신자유주의 경제의 특징이며, 현재 인도에서 나타나는 루피화 하락은 그 부정적 결과다.
현재 상황은 동시에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인도를 포함한 국가들이 자국의 경상수지를 관리하기 위해 관세를 도입할 여지를 만든다. 또한 미국이 다수 국가에 제재를 가하는 상황은 이들 국가가 상호 무역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러한 체제에서는 달러 대신 각국 통화를 사용하고 고정환율을 적용하며, 무역 불균형은 상호 상품 거래를 통해 조정한다. 이는 달러 의존을 줄이고 국제 금융자본에 대한 종속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모디 정부가 택한 방향은 이와 다르다. 정부는 여러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있지만, 이는 교역 규모를 확대할 수는 있어도 순수출이나 고용을 반드시 늘리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이러한 협정은 글로벌 금융자본에 대한 경제 종속에서 벗어나게 해주지 않는다.
[출처] The Falling Rupee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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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