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의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Abelardo de la Espriella)가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성향의 상원의원 이반 세페다(Iván Cepeda)는 여전히 경선에 남아 있지만, 이제 집권당의 핵심 지지층을 넘어선 곳에서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반 세페다와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
극우 대 변혁적 좌파. 이것이 6월 21일 결선투표에서 콜롬비아가 마주하게 될 대결 구도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등에서 여러 형태로 이미 목격했던 대결이기도 하다. 1차 투표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하비에르 밀레이, 나이브 부켈레를 찬양하는 극우 정치인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가 43.7%의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바짝 쫓은 것은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이 이끌어온 좌파 연합 역사협약의 상원의원 이반 세페다로, 40.9%를 얻었다.
이 첫 결과는 좌파에게 실망스러운 것이었다. 여론조사들은 세페다가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의 선거운동 진영은 원주민 지도자 아이다 킬쿠에(Aida Quilcué)를 부통령 후보로 내세워 50%를 넘겨 1차 투표에서 곧바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시나리오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일요일 그가 맞은 냉혹한 현실 이후, 6월 21일을 앞두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확실한 것은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가 극소수 표 차이로 결정될 것이라는 점뿐이다.
극우가 전통 보수주의를 집어삼키다
5월 31일 투표의 가장 큰 이변은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의 성과였다. 그는 21세기 들어 콜롬비아 우파를 지배해온 2002~2010년 대통령 알바로 우리베(Álvaro Uribe)가 이끄는 정치 흐름인 우리비스모(Uribismo, 콜롬비아의 우파 정치 노선 또는 정치 운동)의 전통적 지지층 상당수를 흡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증거는 우리베의 지지를 받은 후보 팔로마 발렌시아(Paloma Valencia)의 초라한 성적이었다. 결선 진출을 기대했던 그는 결국 6.9%의 지지에 그쳤다. 그와 정치적 후견인인 우리베는 일요일 곧바로 데 라 에스프리에야 지지를 선언했지만, 그들의 유권자 모두가 결선에서 그를 지지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발렌시아는 중도층에 호소하기 위해 선거운동 기간 동안 자신의 입장을 완화했고, 중도 성향의 공개 동성애자 정치인 후안 다니엘 오비에도(Juan Daniel Oviedo)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그러나 다른 나라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급진화한 우파 유권자들은 그의 절충적 접근보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의 거친 언사와 파격적인 공약을 선호했다. 그는 밀레이식 신자유주의 “전기톱” 정책과 부켈레식 초대형 교도소를 콜롬비아에 도입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1차 투표의 또 다른 새로운 특징은 투표율 상승이었다. 투표율은 58%에 달했는데, 이는 콜롬비아 기준으로 매우 높은 수치다. 치열한 선거운동이 여기에 분명 영향을 미쳤다. “양극화”라는 개념은 때로 실제로는 우파 급진화만 존재하는 상황에도 사용되지만, 콜롬비아의 경우에는 적절한 표현이다. 지금까지 이처럼 상반된 정치 프로젝트를 가진 후보들이 결선에서 맞붙은 적은 없었다. 세페다는 데 라 에스프리에야를 “성차별주의자이자 동성애 혐오자”이며 “마피아적 파시즘의 대표자”라고 비난했다. 반대로 극우 후보는 페트로가 지지한 상원의원 세페다를 “범죄자”이자 “FARC의 후계자”라고 공격했다. 여기서 FARC는 지난 60여 년 동안 콜롬비아를 뒤흔들었던 극좌 무장 반군 조직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uerzas Armadas Revolucionarias de Colombia)을 가리킨다.
유권자의 지리적 분포는 이전 선거들과 비슷하다. 우파는 국가의 중심부를 장악하고 있으며, 좌파는 가난한 대서양 연안 지역과 아마존 대부분 지역을 포함한 주변부에서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극우는 불법 무장단체들의 “통제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들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이런 무장단체들은 최근 몇 년 동안 규모를 키워왔으며, 페트로 정부가 무장 해제를 위한 협상을 시도했음에도 그 영향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국가와 FARC 사이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다른 게릴라 조직들, 범죄 조직들, 준군사조직들이 성장하면서 전국적으로 약 2만 7000명의 전투원을 거느리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데 라 에스프리에야의 군사주의적 수사에 대한 호소력을 더욱 강화했다. 그는 범죄자들을 “제거하고” “소탕하겠다”고 약속하며, 유세장에서는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유리 상자 안에 들어간 채 등장한다.
좌파의 강점과 과제
일요일의 실망스러운 결과에도 불구하고 좌파는 여전히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세페다의 강점 가운데 하나는 역사협약의 조직력이다. 역사협약은 2022년 이후 여러 세력의 연합체에서 단일 정당으로 발전해왔다. 이러한 단결은 이미 3월 총선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역사협약은 2022년 성적을 넘어서는 결과를 거두며 콜롬비아 최대 의회 세력으로 자리 잡았지만, 절대다수 확보에는 크게 못 미쳤다.
세페다에게 유리한 또 다른 요소는 페트로가 임기 말에 확보한 다수의 지지다. 페트로의 집권 기간은 야심 찬 사회·환경 개혁 프로젝트와 동시에 콜롬비아의 정치·경제·언론 기득권 세력의 거센 저항으로 점철된 격동의 시기였다. 안데스 국가 역사상 첫 좌파 정부는 조세, 연금, 고등교육 등의 분야에서 주요 개혁을 통과시키는 데 성공했다. 또한 콜롬비아는 석유 산업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음에도 세계 최초로 석유 산업의 추가 확장을 중단한 국가가 되었다. 좌파 정부 집권 4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토지가 무토지 농민들에게 분배되었고, 최저임금은 상승했으며, 빈곤·기아·실업은 감소했다.
반면 민간 보험사의 의료서비스 제공 역할을 축소하려는 시도와 같은 중요한 개혁들은 의회에서 가로막혔다. 민족해방군(Ejército de Liberación Nacional, ELN) 게릴라와의 협상이 초기에 희망적인 모습을 보였음에도 “총체적 평화” 정책은 실패했다.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볼 때 이는 콜롬비아인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세페다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이러한 성과를 강조할 수 있었다. 2022년과 마찬가지로 이번 선거에서도 좌우 진영 간 지지 성향은 계급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으며, 저소득층 유권자들은 고소득층보다 역사협약을 훨씬 더 많이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나타난 페트로의 공격적 태도가 세페다의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일요일 밤 페트로는 선거 당국이 발표한 잠정 개표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충동적인 성향의 페트로는 세페다를 대결적인 정치 스타일로 끌어들이는 경향이 있다. 세페다는 카리스마는 덜하지만 훨씬 신중하고 성찰적인 인물이다. 정치적 폭력의 피해자들을 옹호하고, 우리베의 준군사조직 연계 의혹에 대한 사법 절차를 추진해온 인물로 알려진 그는 그런 대립적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페트로는 오랫동안 자신의 게릴라 활동 경력 때문에 낙인이 찍혀 왔지만, 세페다는 윤리적인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이는 공격적인 태도와 어두운 과거를 지닌 아벨라르도 데 라 에스프리에야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데 라 에스프리에야는 살바토레 만쿠소(Salvatore Mancuso)를 포함한 악명 높은 준군사조직 지도자들의 변호인을 맡았다. 만쿠소는 7만5 000건의 범죄 혐의를 받았으며, 300건의 살인을 인정한 인물이다.
세페다가 보여온 인권 옹호 활동의 이력은 1차 투표에서 중도 후보 세르히오 파하르도(Sergio Fajardo)와 클라우디아 로페스(Claudia López)를 지지한 5%의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팔로마 발렌시아 지지층 가운데 그의 부통령 후보였던 오비에도에게 더 친밀감을 느끼는 보수 유권자들의 일부도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과제는 역사협약의 핵심 지지층을 넘어 새로운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다. 핵심 지지층은 이미 1차 투표에서 상당 부분 동원된 상태다. 2022년 페트로는 결선투표 과정에서 270만 표를 추가로 얻었다. 당시에는 우파 대통령 이반 두케(Iván Duque)의 인기가 매우 낮았고, 역사협약과 페트로는 두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 수년간 이어진 대규모 시위의 정치적 표현으로 인식되었다. 오늘날의 정치 환경은 다르다. 현재는 많은 지역에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비록 전국적인 살인율은 안정화되었지만), 그리고 트럼프의 지역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 정치 지형을 더욱 강하게 규정하고 있다.
트럼프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림자는 그의 두 번째 임기가 시작된 이후 줄곧 콜롬비아 정치 위에 드리워져 있었다. 특히 미국이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워싱턴의 정치·경제·군사적 패권을 재확인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한 이후 그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1월, 니콜라스 마두로(Nicolás Maduro)가 납치된 사건 이후 세페다는 <자코뱅>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온두라스와 아르헨티나에서 그랬던 것처럼 콜롬비아 선거에도 개입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는 가자지구 집단학살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해온 인물 가운데 하나인 페트로를 마약 밀매 공범 명단인 이른바 “클린턴 리스트”에 올렸으며, 콜롬비아에 대한 무력 개입까지 위협했다. 이러한 공격은 미국이 콜롬비아에 행사해 온 패권의 핵심 요소를 이룬다. 미국은 콜롬비아에 상당한 군사적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마약과의 전쟁을 명분으로 오랫동안 안보 협력을 지속해 왔다. 페트로와의 회담 이후 트럼프는 2월에 이러한 위협을 중단했지만, 세페다의 승리를 막기 위한 직간접적 개입의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까지 미국 국무부는 “콜롬비아 국민이 자국의 지도자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를 지지한다”고만 밝혔으며, 트럼프 역시 특정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제 콜롬비아 우파가 데 라 에스프리에야를 중심으로 재결집하면서 노골적인 개입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 초보수주의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과의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밝혔고, 미국에 결선투표를 “감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버니 모레노(Bernie Moreno)가 데 라 에스프리에야와 발렌시아를 만났다는 소식은 이러한 방향을 시사할 수 있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를 향한 트럼프의 노골적인 제국주의적 태도는 역효과를 내고 있다. 관세 부과와 인종차별적 이민 정책 때문에 트럼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라틴아메리카 정부들조차 피해를 입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콜롬비아에서 주권주의적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으며, 그것이 세페다를 대통령직으로 밀어 올리는 동력이 될 수도 있다. 멕시코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Claudia Sheinbaum)과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의 경우에서 나타났듯이, 최근 몇 달 동안 페트로의 지지율은 트럼프와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함께 상승했다. 그 인기의 일부는 세페다에게도 이전되었다. 세페다는 결선투표에서 상대 후보가 콜롬비아와 라틴아메리카를 위한 트럼프의 구상에 얼마나 종속되어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부각해야 할 것이다.
6월 21일, 콜롬비아는 페트로가 시작한 사회·환경적 변혁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지, 아니면 군사주의와 사회지출 삭감의 디스토피아로 빠져들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다. 후자의 길은 의심할 여지 없이 국내 무장분쟁을 악화시키고, 그 분쟁을 낳은 사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다. 심지어 콜롬비아의 불완전한 민주주의 자체를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어느 쪽 결과가 나오든 그 파장은 콜롬비아를 넘어 훨씬 넓은 지역으로 퍼져 나갈 것이다.
[출처] In Colombia, the Fight Is Still On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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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카스타뇨(Pablo Castaño)는 프리랜서 언론인이자 정치학자다. 그는 바르셀로나 자치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