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마다 반복되는 신자유주의 ‘개혁’ 주문

출처: Unsplash+, Pablo Merchán Montes

신자유주의 대변인들은 놀라운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경제가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구하다가 위기에 빠질 때마다, 그들이 내놓는 만병통치약은 언제나 더 많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 가장 극명하게 나타났다.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러시아 경제를 더 깊은 위기로 몰아넣을수록, “개혁가들이 매 단계마다 제시한 처방은 더 많은 개혁의 도입이었다. 이러한 과정은 경제가 소수 권력자들의 손아귀에 완전히 장악되고 노동대중이 생활수준의 참혹한 절대적 하락을 겪을 때까지 계속되었다. 블라디미르 푸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든, 그는 결국 경제를 권력자들의 지배에서 벗어나게 했다.

비슷한 상황이 현재 인도에서 전개되고 있다. 인도 경제는 지금 심각한 위기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는 무엇보다 루피화 가치의 급락과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나타나고 있다. 루피화 가치 하락은 최근 들어 더욱 빨라졌지만 사실 오래된 현상이다. 실제로 루피화가 신자유주의 요구에 따라 변동환율제로 전환된 이후 계속되어 왔다. 변동환율제로 전환된 직후인 1992~93년 루피화 환율은 달러당 22.74루피였다. 2024년 말에는 85.47루피였고, 현재는 달러당 95루피를 훨씬 넘어섰다. 국제수지상 경상수지 적자가 거의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의 통화를 변동환율제로 전환한다는 것은 통화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도록 만드는 것과 다름없으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변동환율제 이전 오랜 기간 동안 루피 환율은 고정되어 있었고 외환시장은 배급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통화의 변동환율제를 요구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이야말로 루피화의 장기적인 하락 추세와 최근의 급격한 폭락을 가능하게 만든 원인이다. 최근의 급락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같은 특수한 요인도 작용했다. 그런데도 현재의 위기에 대한 해결책으로 더 많은 개혁을 요구하는 합창이 시작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서부터 니티 아요그(Niti Ayog, 인도 정부의 최고 정책 자문기구) 구성원들, 그리고 수많은 정부 안팎의 경제학자들에 이르기까지, 민간 자본, 특히 외국 자본이 여전히 직면하고 있는 잔존 규제를 제거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인도 진출을 장려해야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주장을 자세히 살펴보자. 국가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는 한, 환율 움직임에 대한 일반적인 예상은 하락 방향일 수밖에 없다. 물론 경제로 금융자금이 유입되어 외환보유액이 축적될 수 있고, 중앙은행이 환율 상승을 막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경제가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겪고 있음에도 현재의 환율이 영원히 유지될 수 있다고 계속 믿는다면 투기자들은 특별히 눈이 먼 셈이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금융자금 유입이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는 데 필요한 수준을 항상 초과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과 같으며, 이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설령 한동안 금융자금 유입이 경상수지 적자를 메우는 데 필요한 수준을 넘어 외환보유액이 축적된다고 하더라도, 금융자금 유입이 적자를 메우기에 필요한 수준 아래로 줄어드는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환율은 하락하게 된다. 중앙은행은 이를 막을 수 없다. 외환보유액을 대규모로 소진할 경우 시장에 불안감을 조성해 오히려 자금 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중앙은행은 보유액 사용에 신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환율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투기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가 형성되면,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는 경제가 변동환율제를 유지하는 한 환율의 하향 추세는 불가피하다.

변동환율제 지지자들은 변동환율제의 핵심 목적 자체가 경상수지 적자를 제거하는 데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앞서 가정했던 지속적인 경상수지 적자가 결국 완전히 사라지도록 만드는 것이 변동환율제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다시 말해 경상수지 적자를 제거해줄 균형환율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환율이 자유롭게 변동하도록 허용되면 실제 환율이 이 균형환율을 향해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특정한 환율(달러 대비 환율)이 주어졌을 때, 한 나라의 상품이 세계시장에서 다른 나라 상품에 비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지는지는 실질임금 수준, 사용 기술, 국제관계 등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경쟁국들의 환율과 이러한 다른 요인들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변동환율제가 환율을 어떤 균형 수준으로 수렴시킬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그런 균형 자체가 의미 있는 형태로 존재한다고 미리 가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경쟁국들의 환율을 포함한 모든 조건이 주어진 상태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없애기 위해서는 환율이 하락해 실질임금이 현재의 4분의 1 수준까지 떨어져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러한 실질임금은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생계유지 수준보다도 훨씬 낮아서 노동자들이 그 임금으로는 살아남을 수조차 없을 수 있다. 이는 사실상 실현 가능한 균형환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율을 계속 하락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인도의 경우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경상수지 적자가 사라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루피화의 장기적 가치 하락 효과를 상쇄할 만큼 높은 임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얻어낸 것도 아니다. 따라서 변동환율제가 만들어낸 위기를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환율을 계속 변동시키면서 동시에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삭감 저항을 억누르는 것, 즉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제시하는 처방을 따르는 것은 경제를 균형 상태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노동계급의 대량 기아 상태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경쟁국들 역시 자국 시장을 인도에 빼앗기면서 환율 하락을 허용한다면, 이런 대량 기아조차도 적자를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환율을 변동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한 위기를 혹독한 노동법 도입(신자유주의 용어로는 노동시장 개혁”)이나 세계 투자자들에게 세금 감면과 높은 금리를 제공하여 금융자금 유입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극복하려는 것은 경제를 어떠한 균형 상태로도 이끌지 못한다. 후자의 두 정책 모두 경제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이런 방식으로는 다른 조건이 동일할 때 경제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할 수 없다.

물론 이러한 개혁이 루피화 가치 하락을 당장 멈출 수는 있을 것이다. 그것조차 확실하지 않지만, 그렇게 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트럼프는 현재 인도에 미국의 매우 높은 관세를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미국과 불평등한 무역협정을 체결하라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인도는 곧 미국과의 무역에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이는 세계 전체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 역시 악화한다는 뜻이며, 투기자들은 환율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게 된다. 다시 말해 이러한 추가 개혁을 통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던 루피화 가치 하락은 곧 재개될 것이며, 우리는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요컨대 균형환율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루피화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머무를 수 있는 안식처도 없다. 존재하는 것은 현재 환율과 기대환율의 지속적인 하락뿐이다.

이미 시행된 자유화 정책이 만들어낸 문제를 더 많은 자유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현재의 상황은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초래한 피해를 되돌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논의하고 있는 환율 문제의 경우, 이는 자본통제를 도입하고 환율을 일정 수준에 고정하며 변동환율제를 폐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금융자금 유입은 당연히 줄어들 것이며, 그 결과 무역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조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다. 따라서 무역통제 역시 필요하게 된다. 외환시장에 더 많은 개혁을 도입하는 대신, 우리는 이 시장에 통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통제는 신자유주의로부터 벗어나는 다른 변화들도 함께 가져올 것이다. 여기에는 석유와 같은 핵심 투입재를 수입하는 국가들과 달러를 사용하지 않는 양자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실 모디 자신도 암묵적으로는 이러한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외화를 아끼기 위해 해외여행을 자제하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하거나, 석유제품 수요를 줄이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직접적인 조치의 필요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이다. 만약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그의 요구를 따르지 않는다면, 그의 논리대로라면 국가가 통제를 통해 그러한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출처The “Reform” Choru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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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신자유주의 경제위기 개혁 환율 변동환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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