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 또 끼임 사망사고… 노조 “생산 우선 경영이 부른 중대재해”

HD현대중공업에서 또다시 노동자가 작업 중 숨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지난 4월 잠수함 공장 중대재해 이후 3개월 만에 발생한 사고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생산을 우선한 작업 방식과 안전관리 부실이 반복된 결과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사고는 지난 18일 오후 4시 40분께 울산 HD현대중공업 8도크 3481호선 B54×55(P) 블록에서 발생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성우산업 소속인 2000년생 이주노동자가 곤돌라를 타고 아이템 사상 작업을 하던 중 곤돌라 본체와 족장 사이에 끼였다. 노동자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사고 당시 그는 지난해 12월 입사한 지 약 7개월 된 노동자였다.

노조는 사고 원인으로 기본적인 위험성 평가와 안전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곤돌라에는 과상승 방지장치(리미트 센서)가 설치돼 있었지만, 사고 현장에서는 센서가 작동하지 않는 곤돌라 이동 반경 안에 족장이 설치돼 있었다. 노조는 작업 전 위험요인을 제거하거나 작업 환경이 변경될 경우 위험성 평가를 다시 실시했어야 했지만 이러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성 평가와 안전조치 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생산 일정을 우선시하는 현장 운영이 사고를 불렀다고 주장했다. 특히 회사가 사고 이후에도 근본적인 안전투자보다 노동자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는 관리 방식에 치우쳐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14일 울산에서 열린 기자회견. HD현대중공업 직접고용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삭감과 성과차등임금제를 담은 새 근로계약 철회를 요구하며 노동조합 집단가입에 나섰다. 출처: 금속노조

노조는 사고 직후 대응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표준작업지도서와 곤돌라 사용허가서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하려 했지만, 협력업체가 사무실 문을 잠그고 노조 관계자의 출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산업재해 원인 규명보다 책임 회피와 산재 은폐를 우선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노조는 사고 이후 동료 이주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한 결과 높은 노동강도와 부족한 안전교육, 현장 안전관리 부재에 대한 불안이 컸다고 전했다. 또 숨진 노동자를 비롯한 일부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이 계약기간 중 퇴사하거나 다른 사업장으로 옮길 경우 약 300만 원의 위약금을 부담해야 하는 계약 조건 때문에 사실상 이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고는 올해 들어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잇단 산업재해 가운데 하나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4월 잠수함 공장 중대재해를 비롯해 1월 트랜스포터 블록 낙하 사고, 5월 블록 전도 사고, 6월 지게차와 신호수 충돌 사고, 7월 트레일러 충돌 사고 등 중대재해가 이어졌으며, 올해 산업재해는 약 380건에 달했다. 노조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과 이주노동자를 가리지 않고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이번 사고가 개별 노동자의 실수가 아니라 원청에서 하청, 다시 이주노동자로 위험이 전가되는 조선업 구조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회사에 유가족과 동료 노동자들에 대한 사과와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 마련, 위험성 평가 강화와 안전설비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노동부에도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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