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본 달래기 위해 빈민 굶기는 인도 정부

출처: Aditya Saxena, Unsplash+

인도는 오랫동안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식량배급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 핵심은 안티요다야 안나 요자나(Antyodyay Anna Yojana, AAY), 농촌 인구의 약 75%, 도시 인구의 약 50%를 대상으로 한다. 이 제도는 수혜 가구마다 매달 35kg의 식량을 보조금이 적용된 가격에 공급한다. 여기에 더해 202311일부터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프라단 만트리 가리브 칼리안 안나 요자나(Pradhan Mantri Garib Kalyan Anna Yojana, PMGKAY)를 통해 1인당 매달 5kg의 식량을 무상으로 추가 지급하고 있다. 이 제도는 202812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있음에도 지난 몇 년 동안 인도 국민의 평균 식량 소비량은 계속 감소했다. 그 결과 인도는 세계기아지수(Global Hunger Index)에서 조사 대상인 약 115개 국가 가운데 매년 10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모디 정부는 현재 국민에게 공급하는 식량마저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 이유는 정부 지출과 재정적자를 줄여 세계화된 금융자본을 달래려는 목적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AAY를 운영하는 국가식량안보법(National Food Security Act, NFSA) 개정안이 곧 제정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지금까지 가구당 매달 35kg을 지급하던 방식을 바꿔 앞으로는 1인당 매달 7kg을 지급하되 가구당 최대 지급량은 35kg으로 제한한다. 이는 가구당 평균 배급량을 줄이는 조치다. 가구원 수가 5명 미만인 가구에 1인당 7kg씩 지급하면서 절약되는 식량을 5명 이상 가구에 추가 배분하는 것도 아니다. 다시 말해 동일한 식량을 다른 방식으로 재배분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배급할 전체 식량 자체를 절대적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정안의 한 가지 측면은 이미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구 증가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남부 주들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를 억제한 결과 가구원 수가 줄어들었고, 그 때문에 특히 타밀나두와 케랄라에서는 1인당 7kg씩 지급하면 가구당 총배급량이 지금까지 받던 35kg보다 적어진다. 반면 사회지표가 크게 뒤처지고 인구 억제도 제대로 이루지 못해 가구원 수가 많은 북부 주들은 배급량이 크게 줄지 않는다. 결국 이번 국가식량안보법 개정안은 인구 억제에 성공한 주들을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결과를 낳는다. 타밀나두와 케랄라가 이 터무니없는 개정안에 가장 앞장서 반대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차별은 진보적인 남부 주들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모든 주의 가난하지만, 가구 규모가 작은 가정도 차별한다. 중요한 점은 현재 정부가 약속한 대로 가구당 35kg1인당 5kg을 실제로 모두 지급받는다고 가정해도 소규모 가구는 여전히 영양 부족 상태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정부가 현재 모든 가구에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식량은, 지금 정부가 더 줄이려 하는 그 양조차도 평균적으로 최소한의 영양을 충족하기에 부족하다.

인구 증가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주를 예로 들어 보자. 가장 이상적인 성과는 인구가 정체 상태에 이르는 것이며, 이는 적어도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 둘로 구성된 4인 가족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인구 억제에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주에서도 합리적인 최소 가족 규모는 역시 아버지와 어머니, 자녀 둘로 구성된 4인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

인도의학연구위원회와 국립영양연구소는 연령과 성별, 노동 강도에 따라 인도인의 하루 권장 식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이상적인 식단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우리가 관심을 두는 것은 실제 식생활을 기준으로 한 곡물 소비량이며, 이를 추정하기 위해 간단한 방법을 사용한다.

과거 계획위원회는 농촌에서는 하루 2,200칼로리, 도시에서는 하루 2,100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면 빈곤으로 규정했다. 인도 저소득층은 하루 섭취 열량의 약 80%를 곡물에서 얻는 것으로 추정한다. 쌀이나 밀 1g3.5칼로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영양 기준상 빈곤선에 겨우 도달하려면 농촌 주민은 하루 502g, 도시 주민은 하루 479g의 곡물이 필요하다. 이를 각각 하루 500g480g으로 반올림하면 4인 가족은 한 달에 농촌에서 60kg, 도시에서 57.6kg의 곡물이 필요하다.

결국 AAY를 통해 가구당 35kg, PMGKAY를 통해 1인당 5kg, 4인 가족이라면 한 달에 20kg을 추가 지급받더라도 평균적인 최소 규모의 가족은 공식적인 영양 빈곤선을 충족하는 데 필요한 곡물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다. 이들이 받는 곡물은 한 달 55kg으로, 농촌 기준 60kg과 도시 기준 57.6kg에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 가구에 지급하는 AAY 배급량을 35kg에서 28kg으로 줄이겠다고 제안하고 있다. 그러면 한 달 공급량은 48kg으로 감소한다. 이는 농촌의 영양 빈곤선에 필요한 양보다 20%, 도시의 영양 빈곤선에 필요한 양보다 16.7% 적다. 따라서 차별받는 것은 인구 증가를 성공적으로 억제한 남부 주들만이 아니다. 모든 주의 평균적인 최소 규모 가구조차 공식적인 영양 빈곤선에 크게 못 미치는 배급량을 받게 된다면, 이번 개정안은 모든 빈곤 가구를 전반적으로 공격하는 정책으로 보아야 한다.

만약 월 55kg이 소규모 가족이 빈곤선 수준의 영양을 확보하기에 충분한 양이었다면 이런 주장은 성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월 55kg조차 공식 기준에 미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AAY 배급량을 추가로 줄이는 것은 빈민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조치다.

게다가 PMGKAY는 팬데믹 기간의 비상대책으로 도입한 제도이며 20281231일까지만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국가식량안보법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PMGKAY와 관련해 아무런 구체적인 설명도 하지 않았다. 또한 2028년 이후에도 PMGKAY를 연장하거나 공공 식량배급제도의 상설 제도로 편입하겠다는 언급도 없다. 따라서 2028년 이후에는 농촌과 도시를 막론하고 인도 국민의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당연히 이런 의문이 제기된다. 정부는 왜 이런 삭감을 추진하는가. 한 가지 이유는 인도-미국 무역협정에 따라 미국이 인도의 식량 자급을 포기하고 곡물 수입에 의존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지금과 같은 규모의 공공 식량배급제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정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런 미래를 대비해 배급제도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더욱 시급한 이유도 있다. 그것은 재정책임 및 예산관리법(Fiscal Responsibility and Budgetary Management Act, FRBM)이 정한 재정적자 한도를 넘을 수 있다는 우려다. 국제 유가 상승으로 정부는 여러 석유제품 소비자에게 더 많은 보조금을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정부는 부유층에게 추가 부담을 지워 이를 충당하는 대신 여러 분야의 필수 지출을 삭감하고 있다. 정부는 대학보조금위원회의 예산을 줄여 국공립대학 지원금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AAY 지출도 줄이고 있다. 빈민에 대한 공격은 FRBM 제정을 요구한 세계화된 금융자본을 달래기 위한 노력의 일부다. 오늘날 인도에서 벌어지는 일만큼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가 얼마나 냉혹하게 작동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출처] Government Starving the Poor To Appease Finance | Peoples Democracy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프라바트 파트나익(Prabhat Patnaik)은 인도의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이자 정치 평론가다. 그는 1974년부터 2010년 은퇴할 때까지 뉴델리의 자와할랄 네루대학교 사회과학대학 경제 연구 및 계획 센터에 몸담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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