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특구법 철회 촉구 기후·노동·시민사회·정당 기자회견에서 참여자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과거 박근혜, 윤석열 정부 시절 무산됐던 노동 규제 완화 정책들이 '메가특구법'을 통해 기습 부활하자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공동행동'에 참여한 기후·노동·시민사회단체와 정당 등 83곳은 1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가특구법 철회를 촉구했다. 정부가 법안의 연내 제정과 인허가·환경영향평가 기간 단축 방침을 재확인한 지 하루 만이다.
메가특구법 철회 촉구 기후·노동·시민사회·정당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과거 무산된 규제 완화의 재등장
정부·여당이 협의해 온 메가특구법 잠정안에는 연구개발(R&D) 인력에게 주 52시간 상한과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담겼다.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2025년 반도체특별법 협상 과정에서도 논의됐다. 당시 노동계의 강한 반발로 최종안에서는 제외됐지만, 메가특구법을 통해 다시 추진되는 셈이다.
반도체 노동자인 이수옥 금속노조 앰코지회장은 적용 제외가 연구개발 인력에 한정된다는 주장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공장 생산 현장의 팀 이름을 기술개발1팀, 기술개발2팀으로 바꾸면 그만"이라며 "(R&D 직종인) 엔지니어들이 들어가 일하는 현장이 (생산직) 오퍼레이터들이 일하는 현장"이라고 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적용 대상이 생산 현장 노동자들에게까지 사실상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간제 노동자의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으로 늘리고, 특구 내 파견 대상 업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잠정안에 포함됐다.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는 2015년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노동개혁 5법'에 담겼으나 시민사회의 반발 속에 무산된 바 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노조 위원장은 "사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것은 4년 동안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기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최대 4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조항을 다시 무덤에서 꺼내왔다"며 "메가 특구에서 시작된 노동 퇴행이 결국 우리 사회 전체의 노동기준을 허무는 신호탄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참여자가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가 자원과 제도 총동원"
공동행동은 메가특구법의 노동 규제 완화뿐 아니라 메가프로젝트의 방향 자체가 문제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메가프로젝트를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천문학적 이윤을 위해 국가의 자원과 제도를 총동원하는 정책"이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재벌 반도체 기업과 손잡고 국토를 반도체·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생산 기지로 재편하려 한다는 것이다.
공동행동은 "기후 위기로 폭염과 가뭄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특정 산업에 막대한 전력과 물을 우선 배분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국가전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해미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은 "이익은 기업에 돌아가고 온갖 위험은 노동자와 시민, 생태계에 전가되고 있다"며 "메가특구법은 이러한 기울어진 구조가 낳은 하나의 결과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가프로젝트가 멈추지 않는다면 메가특구법과 이름만 다른 시도들이 언제든 다시 등장할 것"이라며 "문제는 메가프로젝트의 방향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수옥 지회장도 메가프로젝트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노동자들의 일자리만 확장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피로 국가 발전을 이루겠다는 박정희식 개발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발언 중인 해미 기후정의동맹 집행위원. 참세상 박도형 기자.
"확정된 내용은 없다"면서 연내 입법 추진
정부는 메가특구법에 담길 구체적인 규제 특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3일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메가특구법은 다양한 규제 특례 방안을 국회, 관계부처 등과 협의하고 검토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지난 5일 출입 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메가특구법과 관련해 확정된 정부 정책은 없으며, 지금은 논의를 숙성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설명과 달리 법안을 연내 제정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연내 「메가특구특별법」 제정을 추진하여 각종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단축하고, 전력·용수·교통 등 기반시설과 주거·교육 등 정주 여건을 신속하게 갖출 계획"이라며 연내 제정 방침을 다시 공식화했다.
과거 무산됐던 노동 규제 완화 방안까지 다시 논의되면서 기후·노동·시민사회의 반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만약 정부가 연내 입법을 강행할 경우 법안을 둘러싼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자회견에서 참여자가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참세상 박도형 기자.
- 덧붙이는 말
-













